Home / 뉴스 / [작가의 작업실] “100억을 벌 수 없다면 차라리 좋아하는 연극을 하자” 끝없는 열정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젊은 그녀 배우이자 연출가 변유정

[작가의 작업실] “100억을 벌 수 없다면 차라리 좋아하는 연극을 하자” 끝없는 열정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젊은 그녀 배우이자 연출가 변유정

8면, 변유정48면, 에딘버러 팜플렛

 1980년대에 춘천교대부설초등학교 빙상부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효자동에서 태어나 이 학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연극인 변유정. 스케이팅 선수가 연극인이라니!

 배우 변유정 씨는 춘천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연극인이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지게 됐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연극에 심취했는데,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녀의 선택은 남달랐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에 나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100억원의 돈을 벌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사람이 살면서 먹고 자는 것은 별반 다를 바 없을 테니 그럴 거면 좋아하는 연극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1993년에 들어간 곳이 나중에 ‘연극사회’로 바뀌는 극단 ‘태백무대’였다. 1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종로고양이〉에 출연했다. 보다 체계적으로 연극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춤과 노래를 배울 만한 학원을 찾았지만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차에 선배의 권유로 1995년 당시 에이콤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했다. 당시의 감독이 박칼린 씨였다. 〈명성황후〉에서 어린 민비역과 코러스를 담당했다. 3개월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 〈명성황후〉와 뮤직컬 〈겨울나그네〉에 출연했다. 2년간의 에이콤 단원생활 동안 뮤지컬을 하면서 정극을 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 1998년에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대학로에서 <몸짓 굿>, <빳데리>, <천상시인의 노래>, 손숙의 〈어머니〉, 강부자의 〈오구〉,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 서울공연예술제 공식참가작 <우투리> 등 20여 편이 넘는 작품에서 공연했다. 이중 <우투리>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공연된 장기공연이다. 2007년까지 대학로를 무대로 수많은 공연에 참가하며 외국활동도 병행했다.

 변유정은 연극을 하는 동안 내내 고향에 대한 향수를 지울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에서 예술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2008년 봄 춘천으로 내려왔다. 당시 ‘김유정 100주년 기념공연’에 출품될 〈금 따는 콩밭〉의 연출을 맡았다. 〈금 따는 콩밭〉이 연출가로서의 첫 작품인 셈이다. 원래는 희곡만 만들어진 상태에서 각색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대본을 완성한 뒤 연출자가 없어 연출까지 담당하게 됐다.

 운명이었을까? 그해 여름 변유정은 잊지 못할 작품을 그야말로 운명처럼 만난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일본의 스스키 타다시 감독을 만난 것이다. “스즈키 타다시 선생이 〈엘렉트라〉를 준비하면서 2008년 한국배우를 공모했다. 16명을 선발해 일본 토가예술촌에서 ‘스즈키 메소드’라는 독특한 훈련을 하는 과정에 선발됐다.” 스즈키 메소드는 호흡, 몸의 중심, 에너지 소비 등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법으로 원초적 에너지를 대사와 연기에 실어 활용할 수 있는 연기훈련이라고 했다. 처음 선발된 16명이 추리고 추려져 3명만 남았는데, 변유정은 자신이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런 과정에서 배우 변유정은 〈엘렉트라〉의 주인공이 됐다.

 인간의 광기와 복수심을 격렬한 신체언어로 표현한 〈엘렉트라〉는 2008년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한국무대에서도 공연됐다. 고대 그리스 비극인 이 작품은 일본, 한국, 러시아 등 다국적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연극을 하며 조화를 이루는 실험극이었다. 〈엘렉트라〉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연극의 본고장이라는 에딘버러 음악 연극제의 메인무대에 초청되기도 했다. 스스키 타다시 감독을 만난 후 〈리어왕〉이나 <맥베스> 등 큰 규모의 뮤지컬도 하게 됐다.

 배우는 지금도 1년의 반은 해외에서 활동한다. 6개월 정도 해외에 머무르며 스스키 타다시 감독의 제자로 활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국내에서 연출가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도내에서 공연되는 연출의 상당부분을 그녀가 맡고 있다. 연극인 변유정은 20여년 동안 〈한씨연대기〉(2009)로 제26회 강원연극제 우수연기상, 〈선착장에서〉(2010)로 제27회 강원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전명출 평전〉(2015) 연출로 제32회 강원연극제 대상, 제33회 전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수없이 많은 족적을 남겼다. 2015년에는 강원연극예술상 공로상도 수상했고, 카운터포인트(2016) 연출로 제33회 강원연극제 대상, 무대미술상,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금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했다. 수상경력이나 공연기록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 배우에게도 아쉬움은 늘 있다. 특히 강원도는 공연 환경이 열악하다. 왕복 항공료나 체재비 등 모든 것을 지원하는 에딘버러 음악연극제 같은 수준은 꿈도 꿀 수 없다. 지원은 쥐꼬리만큼 하면서 정산 등 처리해야 될 잡무는 얼마나 많은지…. 이런 환경 때문에 도내에서는 전업배우 등 현장인력이 부족하다. 연출가로서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변유정 연출가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의 일환으로 이달 10일과 11일에 강원·속초연합팀을 이끌고 동숭아트홀에서 〈카운터포인트〉를 공연한다. 다음 달에는 속초시립풍물단 정기공연으로 〈만선〉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진행되는 1시군 1문화공연에 속초시를 대표해 〈꿈꾸는 사자〉도 공연한다. 그 후 11월부터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녀의 끝없는 열정과 도전에 《춘천사람들》이 큰 박수를 보낸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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