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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⑥] “국가나 민족의 문제 아닌 전쟁범죄와 인권유린의 문제”

위안부 문제,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국군의 베트남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반성과 책임 필요

지난 13일 별세한 중국의 마지막 위안부 피해자 황유량 할머니.
 
 중국 매체들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던 중국의 위안부 피해자 황유량(Huang Youliang) 할머니가 향년 90세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황 할머니는 2001년 7월 직접 도쿄로 가서 일본 정부에게 위안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 법원은 일본군이 강제로 위안부를 끌고 갔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은 불가하다는 점과 공소시효가 지났음을 언급하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황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주일 중국대사관에 근무하는 루 구오중(Lu Guozhong)은 “남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대부분 신분 노출과 증언을 꺼리고 있어 위안부의 참상을 증언할 수 있는 마지막 중국인 피해자를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중국인 위안부는 약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중국, 네덜란드,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 존재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피해자들의 요구에 대해 일본정부는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지난 2015년 양국 정부의 합의를 빌미로 공세적 태도를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합의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적 합의나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다음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제판인 ‘환구시보’는 인터넷판을 통해 “만일 일본이 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중국과 위안부 협상을 벌인다면 수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하루 동안 응답한 1만651명의 95%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답했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지한파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은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 “일본이 더 이상 역사왜곡을 하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교육하겠다는 약속이 빠져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북한은 조총련 산하 조선신보를 통해 “굴욕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민족적 격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 협정에 대해 한 학자는 1965년 박정희 정권 하의 한일협정과 똑같은 모양새라며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한일협정을 체결하며 당시 박정희 정권은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침략에 대한 사죄나 배상이 아니라 ‘독립축하금’이란 명목으로 3억 달러를 받았다. 이 돈으로 일제강점기 때 피해를 본 수많은 국민들의 청구권을 무력화시켰다. 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배상을 거부하고, 개인 청구권의 길을 열어줘 최근 청구권 소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파렴치한 태도와 비교하면 독일의 처신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독일은 나치 치하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회피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피해 국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자국의 전범들을 일일이 찾아내 처벌했다. 독일의 전 수상 빌리 브란트는 1970년 폴란드를 방문해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탑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잘못을 국제적으로 밝혔다. 독일은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꾸준히 실시하면서 자신들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반성하고 배상함으로써 전 세계의 모범을 사고 있다.
 
한국은 떳떳한가?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도 그리 떳떳하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부터 1966년 4차에 걸쳐 베트남전에 참전해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고, 매춘과 강간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생긴 한국군과 베트남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라이따이한(Lai Đại Hàn·𤳆大韓)’이라 불렀다. 그 수는 적게는 5천명에서 많게는 3만명까지 추산된다. 베트남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한국군이 그들을 강제로 끌고 가 성폭력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들은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우리 국민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이 있다. 아픈 과거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등의 사과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만행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베트남에 대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적절한 반성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일 양국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가 간의 갈등이나 민족적 감정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이든 전쟁범죄, 특히 여성의 인권유린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야만적 관습에 희생 당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인권문제로 시각을 넓혀야 할 것이다.

김인규·최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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