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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⑦] 소녀상, 건립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조례제정 논의 필요
건립 후에는 역사의 산 증거이자 교육의 장 돼야

2012년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설치했다.
 
 소녀상 훼손 잇달아
 
 2012년 6월 19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말뚝이 설치됐다. 극우파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의 이른바 ‘말뚝테러’였다. 2016년 6월 3일에는 30대 여성 최아무개 씨가 소녀상의 머리 부분을 망치로 3~4회 내려치다가 근처에 있던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에게 잡히기도 했다.
 
 수난을 겪고 있는 소녀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에는 누군가 몰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선전물을 부착한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했다. 소녀상에 고의로 자전거를 묶거나, 페인트를 칠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부산 시민들은 소녀상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소녀상 지킴이’를 모집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만큼 소녀상을 지키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바로 옆에는 한 평 남짓한 비닐천막이 쳐져 있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은 매일 밤 이곳을 찾는다.
 
 소녀상을 책임지고 관리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소녀상에 위해를 가해도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나 경찰이 제지할 명분이 없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공공조형물로 등록해 관리하면 된다. 원주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원주시청 공원에 있는 소녀상은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 15일에 시민들과 사회단체에 의해 건립됐다.
 
 원주시는 역내 ‘소녀상’ 공공조형물로 지정, 관리
 
 ‘원주평화의 소녀상 시민모임’은 소녀상을 설치하기에 앞서 소녀상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시와 의회에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할 것을 제안했다. 원주 소녀상은 시민모임의 제안을 받은 원주시가 수용해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 원주시 공공조형물로 지정됐다. 원주시는 소녀상에 CCTV를 설치하고 조명시설도 갖춰 수시로 청소를 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 원주시를 본보기로 다른 지자체들도 조례를 제정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관리 등을 돕는 조례 개정안을 지난 4월 초에 통과시켰다.
 
 충북 제천시도 최근 공유재산 심의를 거쳐 화산동 의병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제정했다. 또한, 일본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된 부산 소녀상에 대한 조례도 제정됐다. 부산시의회 정명희(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발의한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은 행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녀상을 보호·관리할 수 있는 근거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례안은 한 차례 상정이 보류되는 등의 진통을 겪은 뒤 지난 6월 3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춘천 소녀상, 부지 및 사후관리 방안 아직 미정
 
 현재 추진되고 있는 춘천 소녀상 건립은 아직 부지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소녀상 건립 후 이를 관리할 조례에 대해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조례제정 여부에 대해 “무리하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닐 뿐더러, 시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정작 춘천시는 “추진위원회 측에서 조례에 관해 요구한 사항이 없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경관과 서정아 주무관은 “춘천은 공공디자인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있다. 공공디자인 조례는 시에서 만들어지는 디자인에 관해서만 규정되는 내용이다. 소녀상은 시민단체에서 만드는 것이라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소녀상 건립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추진위원회는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건립운동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미래세대가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일조한다”고 밝혔다. 소녀상을 건립하는 과정이 역사교육의 과정이고, 소녀상 건립 후에는 그 장소가 역사교육의 현장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소녀상, 역사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이는 미래세대의 몫이다. 추진위원회는 현재 춘천평화나비와 함께 매주 금요일마다 명동에서 거리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소녀상 건립을 통해 역사를 되새기고 평화의 미래를 지향한다.
 
 지난달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를 초청해 청소년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고등학생들이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 결과 ‘날갯짓’이라는 이름의 청소년 모임도 생겨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춘천시내 춘여고·봉의고·성수여고·유봉여고 등 4개 고등학교 60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역사인식을 위해 역사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9일 수요일에 명동에서 열린 춘천의 첫 수요집회에 참여한 봉의고 이택환(18) 학생은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날갯짓’에서 활동하는 친구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춘천시청소년수련관 꿈마루에서는 2학기에 ‘함께하는 청소년, 나비를 기억하다’란 주제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8일 중부권 YMCA 소속 청소년들과 함께 ‘나눔의 집’을 다녀왔다. ‘나눔의 집’에 다녀온 중부권 YMCA 소속 성수여고 이상은(18) 학생은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서 행복을 찾았다고 말했을 때, 비로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고통이 있었음을 깨달았다”며 숙연해했다.
 
 춘천 소녀상 건립은 이미 전국에 건립된 수십 개의 소녀상에 단지 하나를 더하는 의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소녀상 건립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다시 역사를 돌아보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되새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소녀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질 수 있는 아픈 역사를 늘 기억하는 역사의 산 증거이자 교육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 <끝>

김인규·최정은 인턴기자

 
 춘천 소녀상 건립 소식
 
○지난 22일 현재 회비 납부 추진위원 485명, 모금액 3천257만1천363원.
○8월 25일부터 소녀상 건립 예정지 선정을 위한 추진위원 대상 설문조사 실시.
예정 후보지는 춘천시 신청사 앞 공원, 명동거리, 의암공원, 캠프페이지 내 부지, 강원도청 앞 공원.
○호반초 학생들이 직접 키운 감자를 판매한 수익금 10만원과 6학년 1반 학생들이 자체 모금한 금액 20만8천720원 전달.
○지난 25일(금)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춘천 명동에서 4차 거리캠페인 진행.
○지난 28일(월) 오후 1시 강원대 사회과학대 222호에서 참가단체 대표자회의 진행. 안건은 제작계획 승인 등. 김운성 작가의 제작계획 청취.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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