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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책방’ 1년…시민들 “만족”

2천권에서 2만3천여권으로 책 기증 대폭 늘어


 
 도심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읽는 모습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춘천시와 책읽기운동본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정류장 책방’ 사업 덕분이다. 정류장 책방은 시행 1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해온 1년간의 성과는 꽤 크다.
 
 정류장 책방은 책 읽는 도시 만들기와 인문학 저변을 넓히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비가림 시설이 있는 정류장 73곳에 비치된 소형 책장에 15~20권 가량의 책을 꽂아 뒀다.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비치된 책을 읽다가 그 자리에 반납해도 되고, 책을 들고 버스를 탄 뒤 내리는 정류장에 반납해도 된다. 책을 집에 가져가 읽은 뒤 다시 꽂아두는 것도 가능한 시민 중심 사업으로 발전했다.
 
 사업시행 직후 시민들의 호응과 민간단체의 동참이 잇따랐다. 2천권으로 시작했지만 시민들의 기증으로 현재 2만3천여권을 훌쩍 넘는 책을 확보했다. 본부 간사인 4F갤러리 권오열 대표는 “책이 모자랄 경우 본부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기증받은 책으로 운영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이 도와주고, 심지어 새 책을 기증해 주는 단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류장 책방의 취지를 공감하고 동참하기 위해 발행인이 직접 책을 기증하거나 출판사 등 다양한 업체에서 책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6월 파주 출판단지 이가고서점의 이근희 대표는 5천300권의 책을 기탁했다. 솔출판사의 임우기 대표와 고옥자 춘천시사회복지협의회장도 각각 1천100권, 700권을 기증했다.
 
 책을 관리하기 위해 본부 측은 20명의 자원봉사자를 도서관장으로 위촉해 운영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들은 매일 정류장 책방의 시설과 도서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책을 보충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책 회수율이 계속 낮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본부는 사업 시행 초반, 비치된 책 전체의 약 40%에 달하는 ‘돌아오지 않는 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이제는 ‘독서에 대한 관심’으로 승화시켰다.
 
 실제로 정류장 책방을 이용해 본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학교 앞 정류장 책방을 자주 활용한다는 박민아(23·여) 씨는 “춘천은 버스 배차간격이 다른 지역보다 길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고역인데, 그럴 때마다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학교 도서관보다 정류장에서 더 많은 책을 읽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10살 아이를 둔 주부 권소명(39·여) 씨는 “책방이 처음 생겼을 때 호기심으로만 봤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버스를 기다릴 때 책을 읽더라”며 “그 집중력이 계속돼 집에서도 책을 찾는다. 정류장 책방으로 인해 아이의 독서습관이 길러진 것 같다”고 전했다.
 
 아쉬운 목소리를 전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범수(22) 씨는 “찢겨 있거나 습기에 눅눅해진 책이 종종 보였다”며 “야외에 비치된 책이라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더 사람들의 손이 갈 수 있게 세심한 관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김수태(26) 씨는 “정류장에 마땅히 읽을 책이 없어서 그냥 버스를 탄 뒤 집 앞 정류장에 내렸는데, 그곳엔 훨씬 많은 책이 있었다”며 “책의 회전율이 더 활발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류장 책방 1년. 권 대표는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업에 대한 민원도 다 시민들이 주시는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어 있는 책장을 보면 ‘나도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본부는 정류장 책방 확대 문제를 논의 중이다.

문지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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