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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_터_view] “고마움과 부담감 속 행복한 고민”…“실업 중 가뭄의 단비”

춘천 기본소득 실험 3개월, 그들은 지금!
청년 권명은·홍용희 씨

춘천기본소득실험기획단으로부터 6개월간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받고 있는 청년 홍용희 씨(왼쪽)와 권명은 씨(오른쪽). 고학규 시민기자
 
 춘천기본소득실험프로젝트.
 
 지난 5월과 6월 2개월에 걸쳐 진행된 기본소득 캠페인에는 모두 165명이 참여해 360만원의 기금이 마련됐다. 지난 7월 7일, 기본소득을 수령자 추첨 결과 양진운(여·46) 씨와 홍용희(36) 씨가 당첨됐다. 그러나 양씨는 기본소득 수령권을 청년에게 양보하겠다고 밝혀 수령권은 청년 2순위 당첨자인 권명은(여·26) 씨에게 돌아갔다.
 
 기본소득은 7월부터 6개월간 매월 30만원씩 강원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해 현재 3회 지급됐다. 과연 기본소득은 이들 두 청년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지난 14일, 칠전동 로하스카페 ‘나비’에서 두 청년을 만났다.

 
홍씨는 휴대폰 판매업체에서 일하다 지난달 말에 회사를 그만뒀다. 노동시간이나 급여 등 근무여건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오래 쉴 수가 없었다. 일찍 결혼해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열흘 쉰 다음 현재는 한 건물관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제 삶의 오아시스였어요. 잔업에 시달리고 주말에도 일에 매인 직장을 그만둔 시점에서 기본소득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였죠. 먼저 다니던 회사에서는 4대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해 아이들 교육비며 생활비 마련이 곤란했습니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식비와 생활비로 요긴하게 썼습니다.
 
 문화기획 및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는 권씨는 회사 대표의 권유로 이번 캠페인에 참여했다가 기본소득을 수령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처음 연락을 받고는 기쁘기도 했지만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당첨된 다른 분이 양보해 얻은 행운이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수령자에 당첨됐다고 했을 때 행복한 고민을 했어요. 당황스럽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후원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라 어떻게 해야 잘 썼다고 할지 부담도 됐죠. 생각해보니 대학 때부터 8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 지금까지 생활했습니다. 이렇게 일하지 않고 받은 돈이 처음이라 얼떨떨했습니다. 책도 구입하고 생활비로도 일부 쓰고 나머지는 모아서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건강검진을 받는 데 쓰려고 합니다.
 
 두 사람에게 지급된 기본소득은 현금이 아니라 지역 소상인들과 연계된 ‘강원상품권’이었다. 지역상품권을 사용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었을까?
 
 홍씨는 “식품을 주로 구입했기에 농협마트나 재래시장, 지역생협 등에서 쓸 수 있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씨도 “병원에서도 쓸 수 있어 생각보다 사용 폭이 넓었다”고 답했다.
 
 지역상품권을 기본소득과 연동해 거래처를 폭넓고 다양하게 연계하면 지역경기를 충분히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 중 하나는 공짜로 돈을 주게 되면 낭비성 소비가 많을 것이라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홍씨는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에는 소비지출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는데,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서 꼭 필요한 곳에만 쓰게 됐습니다. 국가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도 일을 그만 두지는 않을 겁니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의 상태다. 이런 와중에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청년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권씨는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행복할지를 고민하는 세상이 정상인 사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청년들이 좀 더 숨통이 트이는 사회가 될 것이라 며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들에게 삶의 기초적인 토대가 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정규직으로 일하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라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활이 뒷받침된다면 청년들은 자기가 잘 하고, 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 아니면 못 먹고 산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불안한 생각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홍씨는 “자식세대에는 인공지능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해 소득이 줄어들고, 그 결과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가 줄게 되는 악순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자식세대를 위해 ‘온 국민 기본소득운동본부’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이 운동은 국가가 부의 분배를 통해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 실질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소득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로 헌법에 명시하기 위한 개헌운동이다.
 
 춘천기본소득실험기획단이 춘천에서 기본소득 실험 캠페인을 한 것은 시민들에게 보편적 복지로서의 기본소득을 널리 알리고, 춘천시나 강원도에서도 서울이나 성남의 경우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기본소득에 근접한 정책을 시행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기본소득은 일부 계층에게만 선택적으로 주어지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춘천은 청년이 정착하기 어렵고, 문화예술인이 많지만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도시다. 내년 지방선거는 적어도 청년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최소한의 배당이나 기본소득이 보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재천 시민기자(춘천기본소득실험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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