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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Reveiw] 사이렌: 음악은 정보다

김명우 (전 봉의고 수석교사)
 
 《그리스·로마신화》를 읽다보면 사이렌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 바다의 섬에 사이렌이라는 마녀가 살고 있었는데, 배가 그 섬을 지나갈 때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준다. 그러면 지나가던 배의 선원들이 그 아름다운 노래에 취해 모두 사이렌을 향해 가다가 좌초돼 죽는다는 이야기다. 재주가 출중한 마녀 키르케의 사랑을 받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그녀로부터 사이렌의 이야기를 듣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가기 위해 대비를 한다.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노랫소리를 듣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부하들에게는 밀랍으로 귀를 모두 막아 음악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고, 자신은 스스로 돛대에 결박해 노랫소리에 현혹이 되어도 따라갈 수 없게 해 무사히 사이렌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다.
 
 아시다시피 오디세우스는 지략이 뛰어나고 영리한 그리스의 영웅이며, 사이렌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경험하고도 끝까지 살아남은 그리스 신화의 몇몇 생존자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은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신화 속 다른 생존자들은 그리스 신화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인 오르페우스와 동행한 사람들이며, 이들은 사이렌보다 더 아름다운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취해서 사이렌의 노래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르페우스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이렌의 음악을 압도할 수 있었으니 더욱 예외로 해야 할 것이다.
 
허버트 제임스 드래퍼, 〈오디세우스와 세이레네스〉 1909
출처=신화, 세상에 답하다
 
 오디세우스의 호기심은 매우 강렬했지만 함께 동반될지 모르는 위험을 방지하는 전략이 있었기에 사이렌 음악의 귀중한 정보를 경험했고, 동시에 살아남아서 지략과 전략의 오디세우스에서 지혜까지 갖춘 오디세우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가 있어야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와 같은 영웅들이 음미해야 할 말인 듯하다.
 
 무언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을 우리는 중독되었다고 한다. 정보 자체가 독성을 지녔는지 알 수는 없으나, 몰입해 중독되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야기책에서 나오는 피리 부는 마술사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정보로 아이들을 홀려 모두 끌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마술피리에 유혹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지혜의 장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치게 몰두하면 목숨을 위협하는 중독이 되지만, 독성도 용도를 잘 알고 사용하면 훌륭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너무 빠지지 않게 브레이크를 만들어 두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델피신전에는 아폴로를 모시는 무녀들이 있다. 아폴로 신에게 신탁을 요청하면 이들이 중간 매개가 되어 메시지를 알려준다. 무녀들은 신탁을 전달하기 전에 광기어린 춤과 음악으로 자신의 영혼이 아폴로와 닿을 수 있도록 하고, 이윽고 신의 의도를 전달한다. 아폴로의 신탁은 동일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해석은 듣는 사람의 몫이다. 옳게 해석해 덕을 보든 잘못 해석해 손해를 보든 모두 듣는 사람의 영역이다.
 
 예로부터 정보는 노래로 구전이 되었다. 글이 없었던 시기에 노래는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특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 우리 인류의 지혜라고 여겨진다. 노래의 박자와 가락은 뇌와 가슴에 새겨져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남아서 먼 미래에까지 영향을 준다. 그래서 모든 정보는 음악을 담고 있고, 음악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음악이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서 음악 그 자체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아름다운 가을에 조금 멀리 떨어져서 뮤즈의 신과 사이렌의 아름다운 음악에 취해보는 것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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