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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이야기13]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아침마다 출근을 하면 카페에 마련한 공유서가의 책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 여유가 있으면 손이 가는 대로 꺼내어 아침독서의 호사를 누려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책 제목들을 쭉 읽고 지나가는 것으로 어루만짐을 대신하곤 한다. 오늘 느낌이 통한 책표지엔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는 박용후 대표의 《관점을 디자인하라》였다.
참 재미있게도 2주 전 진행했던 행사에 발표자로 참석해 선명한 기억이 살아있던 터였다. 당연함을 부정하는 생각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확신으로 관점의 전환이 얼마나 큰 힘을 만들어내는지를 열심히 알리는 ‘관점 디자이너’이다. 보이는 것 너머 혹은 다른 방향에서 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주변에서도 종종 확인되는 까닭에 쉽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지난 23일 한달음에 경북 문경까지 출장을 다녀왔다. 경상북도 청년 사회적경제 성과공유대회자리였는데, ‘열심히’와 ‘잘’이라는 균형을 잡아가기 위한 고민과 함께 강원도가 아닌 다른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청년들과 함께 자리 잡아가는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던 터였다. 이 중 대구·경북지역에서 3곳의 심리상담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토닥토닥협동조합은 ‘누구나에게 상담이 필요하다’는 슬로건으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갈증(청소년문제, 청년들의 어려움, 산학협력사업, 컨설팅, 인력양성 등)을 사업으로 만들어가며 7년째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멋진 청년들이었다. 이영희 대표와의 만남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먼저 길을 만들어온 청년에게 큰 힘을 얻었고 공감을 통해 서로의 에너지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날 발표자로 깜짝 출연했던 ‘태권V’의 김청기 감독은 30대 젊은 시절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일구며 겪었던 과정을 공유하며, 최근 ‘태권V’와 산수화를 접목한 ‘엉뚱한 산수화 展’ 순회전시를 하는 근황을 전했다. 큰 아들이라 칭하는 로봇 태권V의 40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작업한 선물들이 선보이는 미래조선 분위기의 엉뚱한 작품전이다. 태권V를 탄생시킨 사람이자 태권V를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웠던 친구들을 늘 생각하며 일흔 중반이 넘어선 지금도 젊은 자기관리와 열정을 지키는 노력을 열심히 한다고. 이야기를 마치며 당부한 말은 “꿈을 가져라. 내가 정말 바라는 꿈은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는다”였다. 나직한 말엔 겪어본 사람의 힘과 진심이 함께 실려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모습을 드러낸 ‘로하스카페 나비’에선 백일을 앞두고 서서히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길 그릇이 빚어지고 있다. 신기한 것은 저절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발달장애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어려움에 주목했던 관점이 서서히 ‘사람들’ 자체로 보게 되기도 하고,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은 사람들,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례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때마침 연결된 지역의 인문학치료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며 심증을 물증으로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두 달 후의 확인은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알고 있는 것과 배운 것을 노트 밖으로 꺼낸답시고 사업을 만들었지만, 정작 우리가 하는 사업이나 하고 싶은 것을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참 대단한 일이다’, 혹은 ‘너무 큰 일 아니냐’, ‘되면 좋겠지만…’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런 피드백의 뉘앙스가 부담스럽거나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라 더 힘이 나게 해 준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무장이 된 듯한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우리부터라도 하는 거예요”라는 관점의 전환이 자연스레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라는 어느 책의 구절도 힘이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라는 주워들은 말도 든든한 후원이다. 한 번쯤 내가 무언가를 집중해 보느라고 상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면 또 새로운 힘의 원천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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