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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_터_view] “입양은 사랑으로 가족을 만나는 일”

한사랑회 박시온 강원 대표 & 나유경 춘천 대표

입양가족모임인 한사랑회 강원 박시온 대표(왼쪽)와 춘천 나유경 대표(오른쪽).강두환 시민기자
 
 연일 미세먼지로 답답한 4월의 아침. ‘사랑’으로 메워 줄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났다. 카페 첫 손님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새롭게 시작하는 아침풍경과 잘 어울렸다. 조금 늦었다며 감기로 훌쩍이는 코를 부여잡고 두 번째 손님도 들어섰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뷰 요청을 한 두 사람이기에 단단히 준비했지만, 탁자 위에 놓인 법령집과 자료들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자료를 조심스럽게 건네며 “우리들의 이야기”에 반응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여러 번 놀라게 하는 두 대표의 “우리들의 이야기”가 ‘진짜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지 기대하며 마주했다.


 
 ‘한사랑회’라는 이름이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단체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한사랑회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아이를 입양한 가족들의 자조적인 모임이다. 올바른 입양문화를 정착시켜 우리 아이들을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춘천에 20여 가정, 강원도에 50여 가정이 참여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해 전국입양가족연대(Korean Adoptive Families Alliance, 전가연)가 만들어졌다. 지난 1월 16일 남인순 의원이 입양가족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길러지는 아이들보다 시설로 가는 아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민간이 관리해 왔던 입양을 국가가 직접 나서서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해외 입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대할 만한 부분은 없는가?
 
 현재 추진 중인 개정안은 한마디로 입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법이다. 아이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최우선의 원칙을 말씀드리고 싶다.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을 때는 국내 입양을 통해 건강한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지내야 한다. 시설은 가장 마지막 단계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입양아동 수가 2012년 1천125명에서 2016년 546명으로 감소되었다. 2011년 입양특례법으로 입양 전 친부모가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혼모들이 영아를 유기하기 때문이다. 장애우 입양도 더 어려워졌다. 민간기관이 맡고 있던 입양절차를 국가와 자방자치단체 등 공적기관에서 나선다면 아동을 장기간 시설에 머무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고아 수출국’ 오명을 벗고자 하는 노력이 이번 개정안으로 오히려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
 
 개정이 제안된 실제적 배경이 아동학대 사건이다. 실제적으로 입양특례법과 아동학대가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개정을 제안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소라미 변호사) 측에서 제기한 배경이 ‘대구은비사건’(예비 입양가정)과 ‘포천사건’(입양가정)이다. 통계청 인구동향 보고서(2014년)에 따르면 아동학대 77%는 친생부모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음이 대리 양육자(시설 종사자나 교직원)가 9.9%로 집계되었다. 최근에는 두 부모 가정학대 비율이 45%로 증가되는 추세고, 전체 가구 0.6%에 불과한 입양가구의 학대 비율은 0.4%다. 입양가정의 학대 비율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입양과 아동학대를 연결해 전부 개정안을 제안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렇듯 두 사건의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출발해 현실에 맞지 않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토론회 개최 당시 입양을 반대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주 패널로 참여했고 입양가족의 발언권은 없었다. 입양가족은 물론이고 입양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가치관을 가진 그룹과 개인들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입양가족 참여가 배제된 개정안으로 인해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을 말씀하셨다. 입양가족이기에 이미 경험한 사회적 편견이 있을 듯싶다. 기자 또한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입양에 대한 편견의 마지노선이라도 듣고 싶다.
 
 사회적 편견이 곳곳에 깔려 있다.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가족의 탄생’이라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가족형태로 입양에 대해 배우던 중 자기가 입양아라고 얘기했던 아이가 있다. 그 시간 이후로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버렸다. 입양 사실을 알리고 사랑으로 문제없이 키웠는데 편견으로 아이가 혼란을 겪는다. 가정에서 잘 자라난 아이가 앞으로 사회에서 겪게 될 시련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입양가족들이 신생아를 우선적으로 선호한다는 편견도 무시할 수 없다. 태어나서 1년 이상 된 연장아는 입양부모와 애착형성 시기를 놓치고 만다. 입양절차 및 기간을 대폭 줄여 애착형성 시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입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신생아 우선’이라는 굴레까지 씌우고 있다. 얼마 전 입양 주제를 다룬 ‘마더(tvN)’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아이를 학대한 친엄마와 유괴범이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사이에서 아이의 선택은 사랑이었다. 편견이 아닌 사랑으로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희망한다.
 
 줄곧 사랑이라 말하는 입양가족과 입양아동에게 사회에서 사랑으로 화답할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 입양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해 주면 좋겠다.
 
 입양가족에게 입양 자녀는 친자식과 똑같은 내 아이다. 친생부모와 살 수 없는 아이들에게도 국내 입양을 통해 건강한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입양은 이슈가 아니다. 유기되어 버려지는 아이를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한다. 2016년 미혼모는 2만 3천여명, 미혼부는 9천여명으로 집계되었다. 그 중 10~20대 미혼모가 5천356명이다. 미혼모들의 베이비박스 영아유기 건수를 줄이는 대안으로 비밀출산제를 제안하고 싶다. 이미 프랑스, 독일, 체코 등에서 시행하고 있고, 현재 일본에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실명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친생부모에게 익명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다. 아이가 출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알 권리를 보장하고, 신상을 밝히지 못하는 친생부모의 사생활도 보호하는 것이다. 출생과 동시에 병원장이 대리로 출생신고를 하면 국가가 호적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입양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유기방지를 통해 출산장려 효과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이다.

지난 3월 10일 홀트 강원지부에서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했다.사진=한사랑회 춘천
 
 춘천시민 정책마켓에 참여한다고 들었다. 어떤 정책을 제안하는지, 지자체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향후 어떤 방법으로 의견을 타진할 것인지 두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지치지 않고 말한다.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 철회를 위한 춘천시민의 국민청원이 절실하다. 지난달 20일부터 <”입양” 막는 “입양특례법 개정”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비밀출산제를 통해 버려지는 아이의 수를 줄이고, 국내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지자체에서는 국내 입양을 홍보하는 교육을 실시해 주었으면 한다. 모임이나 공적 교육시스템을 통해 입양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게 되는 춘천이 되기를 바란다. 현재 실시되는 출생축하금의 조건을 없애는 정책도 제안하고 싶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투사의 느낌이다. 2011년 입양특례법 시행 후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잘못된 법적 접근과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운 투사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마지막으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박시온 대표] 두 아이를 공개입양했다. 일반 가정과 다를 바 없이 이런저런 모습으로 가족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개정안 관련 간담회에 열세 살 아들을 데리고 함께 다녀왔다. 간담회를 마친 후 아이가 물었다. “엄마! 아이들이 많이 버려질 것 같아서 그래?”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라나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다. 가정에서 충분히 잘 성장할 수 있다. 출생부터 심리적 불안이 있을 수 있기에 입양아의 특수성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
 
 [춘천 나유경 대표] 둘째 아이를 공개입양했다. 터울이 많이 나서 사람들이 늦둥이냐고 물을 때가 많다. 학부모 모임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오기에 입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개 왜 입양사실을 공개하느냐고 묻는다. 사회가 주는 편견에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입양사실에 대한 또 다른 반응은 ‘대단하다’거나 ‘훌륭하다’는 것이다. 대단한 엄마가 되는 순간 내 아이는 불쌍한 존재로 전락해 버린다. 입양부모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입양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가족을 만나는 일이다. 나쁜 사례만 소개하는 언론도 문제다. 사랑으로 키우며 성장해 가고 있는 가정들이 많다.
 
 인터뷰를 하던 중 창밖으로 나유경 대표의 첫째가 지나간다. 우리 첫째라고 말하는 엄마의 눈빛이 빛난다. 엄마는 첫째에게나 둘째에게 똑같은 엄마다. 첫째와 막내 중 누구를 더 사랑하느냐고 물을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어린 아이나 물을 법한 질문을 잘못된 시선과 잘못된 법으로 계속 던지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 아이들이 많이 버려질 것 같아서 그래?” 인터뷰하던 중 심장이 쿵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입양의 세계였다. 사랑으로 보듬고 있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을 제쳐두고 우리는 그 아이에게 무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딱 한 달 뒤인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이다. 입양의 날이 삭제된 개정안이 발의된다면 입양은 사랑이라며 사회적 편견에 대항했던 그 동안의 외침도 사라진다. 어느 해 5월 11일에야 우리는 두 엄마의 소리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백종례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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