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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자라기 ②] 동생 맞이하기

옛말에 동생을 본 충격은 남편이 새 사람을 들여온 것과 같다고 했다. 집안의 중심으로 나만의 왕국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아이에게 동생의 등장은 참 낯선 일이다. 나를 향하던 가족들의 관심이 아기에게로 옮겨가 버린 것이다. 말 하나 몸짓 하나에 반응하고 경탄해 주던 가족들이 일제히 아기를 바라본다. 큰아이에게는 이런 상황이 매우 낯설고 혼란스럽다.
 
 참 이상하게도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가 동생을 본 후부터는 가족들에게 갑자기 큰 아이로 여겨진다. 새 아기를 만난 가족들에게 스스로 걷고 먹고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능력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은 어른에게만 상대적이다. 아이는 변한 것이 없는데, 아이를 보는 어른들의 시선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동생이 잠을 많이 자고 누워만 있는 신생아일 때는 아직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다가 뒤집고 눈 맞추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른들의 관심은 더욱 아기에게 집중된다. 아기가 한 가지씩 새로운 과업을 이루어낼 때마다 요란하게 환호하며 반기게 된다. 첫째 아이 때도 그랬지만 아이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아기에게 집중하는 어른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왕국을 잃어버린 아이는 많이 슬프고 외롭다. 다시 내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나를 봐 달라고, 내가 여기 있다고 아주 작은 일에도 울고 짜증을 낸다. 심하면 아기 같은 퇴행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 가족 중 누군가 왕국을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함께 살고 있는 주 양육자 중 한 사람이면 더욱 좋다. 엄마는 수유 때문에 아기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 함께 거주하는 가족 중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서 그 역할을 해주면 좋다. 아이와 한 편이 되는 것이다. 동생을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보살핌이 필요한 내 동생을 언니, 형으로서 맞이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기가 많이 우네? 우리 ○○ 언니처럼 ○○ 형처럼 크면 밥도 먹고 놀이터도 갈 텐데…. 형처럼 잘 먹고 쑥쑥 커라. 형이 데리고 나가게.”
 
 반대로 엄마는 갑자기 왕국을 잃어버린 큰 아이가 가여워 필요 이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엄마의 이 허용이 상황에 따라 변하기 쉬운 것이라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 어른들은 그들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허용하는 여부와 정도가 달라진다. 아이들은 세상은 좋은 곳이라는 전제로 이 세상에 와서 주변을 신뢰하고 모방하며 배운다.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 어른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는 참 불안한 상황으로 다가간다. 아이 주변의 어른이 중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대할 때 아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생을 본 아이를 격려할 수도 있다. 아기보다는 큰 아이를 위한 말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 가방은 ○○ 형 거야. 형은 가방을 메고 유치원 가네.”
 
 “언니가 아기일 때 입던 내복이야. 이젠 우리 언니는 많이 자라서 큰 내복을 입으니 작은 내복은 동생이 입어야겠다. 언니도 아기처럼 작았었는데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랐구나.”
 
 “아기 때는 엄마가 매일 안고 다녔는데 이젠 이렇게 잘 걷고 혼자 밥도 먹으니 동생이 보고 배우겠는 걸.”
 
 성큼 자란 큰아이에 대한 대견함을 담아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면 아이는 내적인 기쁨을 맛볼 수 있고 동생을 향한 미움과 변한 상황에 대한 외로움이 사랑과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으로 자리 잡도록 도울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가식적이거나 건성의 말이 아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인의 외적인 것을 모방하는 것은 물론 내적인 분위기까지도 다 느끼고 모방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때로 엄마와 큰 아이 단둘만의 외출도 좋다. 동생을 맞이하며 겪는 아픔들을 잘 극복하면서 아이는 더욱 강해지고 세상을 향해 나갈 좋은 힘을 얻을 수 있다. 동생은 곧 자라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줄 테니 동생은 큰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안경술(발도르프
교육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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