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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진실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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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뿔난다
등록일
2021-04-20 19:11:43
조회수
412
<이 졸고는 맛있게 먹은 춘천막국수와 국혼_운동가 분들의 사심없는 양심과 뜨거운 열정에 감응하여 저작한, 전적으로 개인적인 소감임을 밝혀놓습니다. 2021.04.16.>


사막에 다녀왔습니다.
어디에선가 퍼다 나른 모래 더미로 섬 전체가 빙하기 이전 태고적 시대로 복귀되어버린 듯한, 떠내려가지 않은 상고사를 붙잡고 있는 땅, 강물 위에 둥둥 떠 있는 Earth 였습니다.

그 곳에선 1년 가까이 움막 아닌 움막을 치고 맹꽁이 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우는 신 인류가 열 명 남짓 생존하고 있었습니다. 설국열차를 타고 가다가 기약된 시간에 하차했더라면 이상적인 무릉도원에 당도했을 터인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그 하부구조 (중도)기초공사를 하는 시점에 먼저 발을 대지 위에 내딛은 것이지요.

모래무지가 강바닥에서 날라 왔는지 바다 건너 배를 타고 실어왔는지 잘 알지는 못해도 텐트 부지만 움푹 들어간 채로 주변에 약 80cm 정도 둘레 성벽을 쌓아올릴 정도이면, 초등학생도 다 아는 -요즘은 조기교육 유치원에서도 가르칠 지도 모르겠네요- 우공이산 古史가 21세기 개벽 천지에 실현된 것 만큼은 틀림이 없습니다.

사람은 가고 흘러 묻히고 사라져버리면 누군가는 또 그 땅 위에 집을 짓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부지런히 비지땀을 흘리며 새 땅을 일군다는 진실을 결코 외면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가고 흘러 풍요로움을 구가하다가 때되면 사라지면 그만일 것을 굳이 구태여 파보고 들춰내서 고작 돌무더기 공원이나 만들어 내자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영 패션과 아이콘의 흐름에 무감각한 듯 보입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기왕 묻어버린 것들 영영 안나오게 꽁꽁 숨겨놓으시지 않고, 갖은 지략을 짜내어 설계한 도안 위에다가 이제사 인류문명사적 위대한 유산이자 고고학적 대발견이라는 ‘코’를 빠뜨리셨으니, 오죽 분통이 터질 노릇이겠습니까
만,
하늘이 묻은 역사와 인간이 묻은 역사는 엄연히 다르게 심판받는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곧 보여주실 것입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 이제 태양이 그 손을 녹여버리려고 합니다. 인간이 땅 위에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 하늘 아래서도 사는 존재라는 것을, 이 엄연한 진리를 이 땅 중도 위에 하필 지금 이 때 드러내실 것입니다.

눈이 없고 귀가 없음을 탓해서는 안됩니다. 기다려줘야 합니다. 눈을 뜨고 귀가 열릴 때까지가 아니라 하늘이 제 마음을 바야흐로 드러내실 때까지.
작성일:2021-04-20 19:11:43 121.134.107.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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