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는 설렘. 죽은 듯 무채색으로 잠잠하던 대지가 일제히 함성처럼 쏟아내는 새순들과 마구 터뜨리는 꽃망울들. 이맘때면 꽃놀이하는 사람들로 구석구석이 붐빈다. 사람멀미가 싫어서 조용한 곳을 찾아 나선다.다람쥐 쳇바퀴 돌듯한다고 하나? 살다 보니 날마다 움직이는 동선은 비슷해서 춘천에 살면서도 낯선 곳이 참 많다. 춘천댐과 소양댐, 그리고 공지천의 벚꽃은 그 위용이 대단해서 언제나 사람이 많아 가 볼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용히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곳도 구석구석 꽤 있다. 누가 언제 그렇게 벚나무를 많이 심었을까? 송암
아흔이 넘은 친정엄마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셨다. 해방되고 전쟁 통에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외할아버지를 대신해 남매를 키우신 외할머니는 아들 공부시키느라 딸까지 학교에 보낼 형편이 안 되었다. 친정엄마는 배우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었다. 성인을 위한 야학이 없던 시절에 한글도 읽지 못하던 친정엄마는 모진 시집살이에도 짬을 내어 정말 힘들게 한글학원을 몰래 다녀 한글은 해득하게 되었다.그러나 요즘 노년층은 배움의 양상이 좀 달라진 듯하다. 고향 방문 TV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문해교육보다는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딸이라는 이유로,
숨 막히는 공방전이 끝났다. 민심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데 손을 들어주었고, 정부 여당은 개헌저지선을 지켜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반적인 선거 결과는 지난 21대 국회 의석수와 비슷하다. 정부 여당의 무능을 심판한 것이다. 정권 심판과 ‘이재명-조국’ 구도가 강조되는 선거에서 청년들이 설 자리는 너무도 좁았다.특히, 이번 총선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국 돌풍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전국 유권자 1천1명에게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 전화 인터뷰로 조사한 결과, 조국혁신당은
김진국은 학창시절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 하지만 미대 진학을 꿈꾼 적은 없었다. 4대째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기에 부모님은 아들이 신학대에 진학해 목회자가 되길 바랐다. 어려서부터 ‘목회자의 길’이 당연하게 정해져 있었기에 자신도 다른 진로를 맘에 품지 않았다.군대는 정훈장교로 복무했다. 전역 후엔 부모님의 바람대로 목회자가 되어서 한동안 교회 강단에 섰다. 교계 매거진 출판업도 10년 넘게 했다. 모든 활동에 진심인 그에겐 모든 게 본업이다. 부모님이 바라는 아들로도 살았고 가족에게 성실한 가장으로도 살았다. 인생 2막에 들어선
김재덕은 지난 8월 15일 오전 9시부터 4부작으로 송출되는 TBN 강원교통방송의 뮤지컬 형식 라디오 웹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작품에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한서 남궁억 선생에 관한 이야기라 광복절에 걸맞은 작품이었다. 또한, 9월부터는 춘천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장혁우와 함께 대학로에서 뮤지컬 ‘썸데이’를 1년 동안 올릴 예정이다. “음악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존재에 대한 인식을 대화 없이 전달할 수 있고 감정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죠.” 춘천에서 음악
우두동 강변에 있는 도서출판 ‘산책’에서 지난 6일 ‘산책축제’라는 이름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열었다. ‘산책’은 30년 넘은 지역 출판사다. 원미경 대표는 우두동으로 이사 온 뒤 ‘산책’만의 도서전을 하고 싶어 봄꽃이 활짝 피어나는 때로 날을 잡아서 행사를 열게 됐다고 전했다.이날 행사에서는 강원도와 춘천 지역 문화유산과 역사적 흔적을 연구하고 저술하는 권혁진 작가의 책들을 집중 조명하는 ‘권혁진 특별전’과 저서에 들어 있는 길종갑 화가의 원화도 함께 전시했다. 또, 원 대표가 우두동을 배경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우두동
“언제 펜을 들어 기록하시나요?”한림대 부근 교동에 있는, 기록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구 브랜드 ‘304 아일랜드’의 ‘라이팅 데스크’에 놓인 질문지 중 하나다. 어느덧 펜을 들지 않고 무언가를 종이에 끄적거리며 써 내려가 본 지가 언제였는지 아득하게 느껴졌을 때 이 문구점 주인은 종이로 문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엽서를, 또 다른 사진을 노트 커버 삼아 바인딩을 해 공책을 만들고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파우치를 만들었다.라이팅 데스크는 잠시 앉아 질문지에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책상이다. 손님들이 고를 수
냉전시대에 공산당을 털이 숭숭 난 빨갛고 무시무시한 눈을 가진 괴물로 교육받은 우리는 동유럽 국가들은 모두 가난한 공산독재 국가들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경직돼 있고 무서울 것 같다는 어처구니없는 선입견이 살짝 있었다. 여행하면서 스스로 헛웃음이 날 정도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루마니아는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먼저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루마니아(ROMANIA)는 ‘로마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슬라브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가 많은 발칸과 동유럽에서 루마니아만 독특하게 라틴계 민족 국가다. 루마니아의 수도
강원대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춘천캠퍼스 일원에서 재학생과 교직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개최한 ‘백령 봄꽃축제 ‘향연(香宴): 꽃 피울 당신의 청춘’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이번 행사는 제57대 ‘당신의’ 총학생회 주관으로 활기찬 캠퍼스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했으며, ‘향연’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2일은 ‘개화’, 3일은 ‘만개’, 4일은 ‘낙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행사기간 동안 춘천캠퍼스 연적지 삼거리에서 미래광장으로 이어지는 봄꽃길을 중심으로, △야간 조명길 △포토존 △타투 스티커 부스 △동아리 버스킹 공연
춘천고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해 20일 열리는 본행사에 앞서 포럼을 개최한다.춘천고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는 오는 19일 오후 2시 강원대 60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춘천지역 중등교육의 미래를 짚다 - 진단과 도약의 과제'를 주제로 개교 100주년 기념 교육포럼을 개최한다.강원문화예술연구소 허준구 소장의 기획 특강에 이어 펼쳐지는 이번 포럼에는 강원대 자유전공학부 신철균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강선희 전 춘천지역학부모연합회장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센터 소장 △김도경 철원여자고등학교 교사 △윤요왕
춘천기계공업고(교장 한재혁)가 2024 강원특별자치도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참가학교 중 최다 입상 실적을 달성했다.이번 대회에서 금형 직종을 비롯한 7개 직종에 춘천기계공고 학생 선수 26명이 참가해 금7·은7·동6으로 총 20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릉중앙고에서 열린 △산업제어 직종(지도교사 우명식)에서는 금1·은1·동1·장려1을 △건축설계/CAD 직종(지도교사 권백승)에서는 금1·은1을 수상했다.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에서 열린 △냉동기술 직종(지도교사 조중한)에서는 금1·은1·동1·장려1을 △자동차정비 직종(지도교사 박재영
봉의고(교장 김재곤)가 지난 5일 봉의고 봉의아트홀에서 테니스부 창단식을 개최했다.봉의고 테니스부는 1987년 개교와 동시에 창단돼 1989년 중고단체전 소강배 우승 등 전국대회를 석권했다. 특히 2000년 봉의고 출신 이형택 선수가 US오픈 남자 단식 16강에 진출하였고, 2003년 호주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함으로써 우리나라 테니스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테니스 투어 대회 우승을 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하지만 봉의고 테니스부는 선수 수급 등의 어려움으로 1999년 해체, 2007년 재창단 후 다시 해체되기를 반복했다. 이러
시민 77%가 춘천시립미술관 건립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시는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자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10일까지 27일간 오프라인 400명, 온라인 360명 총 760명 (남성 335명·여성 4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지역별로는 △원도심 생활권 301명(39.61%) △신도심 생활권 239명(31.45%) △북동부 생활권 110명(14.47%) △남서부 생활권 101명(13.29) △춘천 외 지역 9명(1.18%)이 참여하였으며, 연령대별로는 △10대 37명(4.87%) △20대 86명(11.3
시, 다함께돌봄센터 확대 설치초등생의 방과 후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다함께돌봄센터가 확대 조성된다. 다함께돌봄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6~12세 이하 아동에게 상시·일시 돌봄 및 학습·놀이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시설로 지자체가 설립하고 자격을 갖춘 법인 또는 단체가 위탁 운영한다.부모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입소 우선순위는 맞벌이·한 부모·다자녀 가정 아동 순이다. 2020년에 3개소로 시작, 올해는 지난 3월 근화다함께돌봄센터(근화동 799-18) 개소를 시작으로 5월 반다비다함께돌봄센터(우두동 반다비국민체육센터
청평사 여행은 비록 하루였지만, 그때의 느낌은 아직 내 기억 속에 많이 남아있다. 가을이지만 비가 많이 내렸다. 택시에서 내리니 마치 자연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는 가을의 끝자락을 쓸며 자연을 더 생기있게 만들고 있었다. 청평사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산길을 따라 청평사로 향하는 도중 비는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속의 호기심과 놀라움이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비가 내리는 순간이라 해도 이 아름다운 유산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산속으로 들어
행정안전부가 2003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올해로 21년째가 된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킴으로써 지방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예산 사용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며,나아가 시민중심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이다.춘천시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시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전국최초로 연극을 활용한 예산학교 교육방식을 도입한다. 오는 18일 오후 2시에 봄내극장에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위원장 정흥준), 시민주권위원회(위원장 신준철), 25개 읍면동 주민자치
물론 대파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식당, 특히 파절임을 내야 하는 고깃집이라면 당연하다. 그런데 평범한 가정이라면 조금 신경이 쓰일 정도일 뿐, 대파 가격에 그다지 연연하지는 않는다. 3천 원 대면 그러려니 하고, 4천 원이 넘으면 좀 올랐다고 느낀다. 양념류이니 매주 사야만 하는 품목도 아니고 집에서 양을 조절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얼마나 굵고 크고 싱싱한가를 더 눈여겨본다.그 대파 한 단이 875원이라는 뉴스에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사실 농식품부의 소비장려금과 자체 기획 등으로 이중삼중 할인을 적용하면 875
동학과 강원도의 첫 인연은 1864년이었다. 1864년은 3월 10일 수운 최제우가 동학을 창도한 지 4년 만에 대구 감영에서 처형됐을 때 함께 잡힌 10여 명이 각지로 유배됐는데, 이때 이경화가 영월 소밀원으로 유배되면서 강원도와 동학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수운이 경주 용담에서 동학을 창도한 때는 1860년 4월 5일이었다. 동학이 창도된 19세기 중엽은 민란의 시대였다. 1811년 일어난 일명 ‘홍경래의 난’에서 보듯이 조선 사회는 뿌리채 흔들리고 있었다. 상품화폐 경제의 발달로 토지의 집중이 심화하는 가운데 노론 일파의 세도
선비의 길을 간 춘천사람들“이용도 그만하고 재주도 그만 부려라. 좋은 말로 달랠 적에 너희 나라로 가거라. 대장놈들아, 우리 조선 안사람이 경고한다. 조선 선비의 아내 윤희순.”이 구절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며 여성 독립운동가인 윤희순 의사가 지은 격문 ‘왜놈 대장 보거라’의 마지막 내용이다. 우리는 여기서 ‘조선 선비의 아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한 힘을 읽을 수 있다. 왜 윤희순은 굳이 ‘조선 선비의 아내’라는 말을 왜놈들에게 주는 글에 넣었을까?선비라는 단어는 ‘용비어천가’에 처음 등장한다. 용비어천가에서 선비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