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는 지인이 내게 ‘가르치는 아이 중에 미운 아이도 있죠?’라는 아주 직설적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머뭇거릴 필요도 없이 답은 ‘그렇죠!’다. 강사든, 선생이든 성인군자는 아니니까!과연 어떤 아이가 미움을 불러일으킬까!과제를 해오지 않는 아이, 자기 고집만 세우는 아이, 수업 내용을 항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뭐 다 미워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에 비교한다 해도 허영심이 가득한 아이에 비한다면 다 ‘조족지혈’이다.I가 딱 그런 아이였다. I가 고3이었을 때 인연을 맺었는데,
요즘 중학교, 고등학교 기말고사 때여서 아이들이 바쁘다. 미리 준비한다고 했을 텐데도, 막상 코앞까지 시험기간이 닥치고 나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준비한 것이 부족하다 여기는지 초조해 한다. 특히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갓 진학한 고1 학생에게 이런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고1 학생에게 보이는
또래 아이보다 깡마른 체형. 수줍어하는 성격 때문인지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는 모습. 내가 느낀 H의 첫 인상이다. 무척 답답한 성격에, 말을 걸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하던 반응까지 그 모든 것이 처음엔 너무 의아했다. 나름 아이들을 많이 봐왔다고 했지만 H 같은 아이는 처음이었다. H의 교과성적과 학습상태도 엉망이었다. 수학 학습상태만 봤을 때도 그냥 학교만 왔다 갔다 한 수준이었다. 고1 수학이론 내용도, 문제풀이 방식도 H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 교육에 관심이 없어 공부하란
온통 웃고 즐기며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넘쳐나는 5월을 흔히 ‘가정의 달’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조금 다르지만 그렇다고 별반 다르지 않은 가족 이야기를 꼭 한번 담고 싶었다. 그런 바람 때문인지 온라인 공간인 ‘춘천 좋은 엄마 카페’에서 혼자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올리는 박영락(37세) 씨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응한 ‘찬서 아빠’ 박영락 씨와 육아와 가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박영락 씨가 춘천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작년 11월 춘천으로 이사 오기
지난 학원만담에서 G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G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성적이 바닥에서 전교 1~2등으로 크게 오른 경험을 한 G는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쳤다. 친척들 앞에서도 덜 주눅이 들고, 학교에서도 주목을 받는 아이가 되었다. 불과 2~3년 사이에 G는 천지개벽을 경험한 것이다.G는 고등학교 내내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 ‘노력을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란 잠언이 옳다는 것을 경험했다. 예전에 공부를 못했던 것은 노력부족이고, 자기가 성적을 올리는데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춘천시장애부모연대 박복희 대표4월 20일, 매년 돌아오는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 날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 권익을 위한 기자회견과 여러 행사가 열렸다. 춘천에도 장애인 복지와 권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단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에 장애인 활동보조인 이용시간 확충과 장애인 재활 스포츠센터 건립을 요구하며 춘천시와 큰 갈등을 빚은 ‘춘천시장애인부모연대’를 꼽을 수 있다.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서로 힘을 보태 만든 ‘춘천시장애인부모연대’에서 6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박복희씨(63세)를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면 1. TV정규 방송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풍경이 지나가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눈부신 과학발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하얀 방진복을 입은 사람이 둥근 금속판을 검사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멋있다.장면 2.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날 것이라는 ‘황의 법칙’이 사실로 증명되던 시절, 고향에서 컴퓨터 기사로 일하던 내게 삼성전자는 한 번쯤 일하고 싶었던 꿈의 직장이었다.장면 3.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피해 진상을 담은 과 를 읽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무수
어떤 일이든 반복된 결과를 경험하다 보면 우리는 앞을 예상하고 미리 판단해 행동한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이런 과정 때문에 우린 종종 큰 실수, 잘못을 저지른다. 제대로 사물을 바라보거나, 경위에 대해 차분히 보질 않고, 경험에 따른 판단을 믿어버리는 ‘편견’이란 안경을 쉬이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반복된 결과들이 쌓이는 학원은 이런 실수, 잘못을 많이 저지르게 된다. 이번에는 그 편견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G는 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간다는 ○○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럼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 우리 부부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맞고 다니지는 않을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아이에게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을 갖추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택견을 권했다. 발차기와 공격 위주의 태권도와 달리 온몸을 다 사용해 수련하는 택견에 관심이 있던 차에 마침 아이도 호감을 보여 지금까지 배우고 있다.그 사이 몸 쓰는 것이라고는 체육시간이 전부여서 마냥 서툴게만 보였던 아이의 몸짓이 제법 근사해졌다. 아이에게 택 견은 소위 ‘쎈’ 친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
최근 영화 ‘동주’와 ‘귀향’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일본말을 쓰고, 일본 군복을 입은 이들이 교실로 무단 침입을 하고, 이름 하나, 글 한 줄에도 ‘일본식’이 될 것을 강제 당했다. 한쪽에서는 초경도 채 치르기 전의 소녀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 몸과 정신을 유린했다. 2시간 여 만에 영화는 끝이 나지만, 스크린 밖의 역사는 여전히 그 시기의 종속과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일제 친일세력의 당사자이거나 자손이거나 그 자본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장악한 정치·지식·경제 권력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F가 춘천으로 돌아왔다. 포항, 그 먼 곳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대 문제로 휴학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아주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F는 지금껏 봐 온 친구들과 달리 무게감이 남다른 아이였다.F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모님 영향 때문인지 온 몸에 모범생 티가 배어 있었다. 또래 친구들의 경쾌함이나 가
‘해커’와 ‘크래커’, ‘디도스’, ‘컴퓨터 보안’과 같은 낯선 단어를 쉽게 이야기 한다. 어느 날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소설을 올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읽어 달라 부탁을 하더니 뚝딱 책을 내놓았다.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먼 제주도가 고향이다. 뭐지, 이 사람은? 왠지 건드리면 툭~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IT 전문가이자 《악성코드》(출판사 비팬북스)의 작가인 문성호(33세)씨다.고향이 제주도인데, 어떤 계기로 강원도까지 오시게 됐나요?문성호_ 제가 어릴 때 제주도는 지금과
며칠 전 페이스북을 보다가 친구 목록을 통해 E를 보았다. 키는 작지만 이목구비가 아주 잘 생긴 아이였는데, 3년이 흘러 벌써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나이가 되어 있었다.강사를 시작하기 전,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을 잘 지키고 있냐고 하면, 글쎄다. 사실 폭력은 행
한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드넓은 들판을 내달린다. 유럽 한 복판에서 그는 자전거를 벗 삼아 여행 중이다. 자랑삼아 부르는 노래일까, 듣는 내내 약 올리는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부러웠다. 미치도록!현수막이 나부낀다. 다들 모여 기지를 만들어 보잔다. 쉽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꿈꿀 수 있는 비밀기지를 하나 만들자고부추긴다. 세상에 이렇게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있다니! ‘미친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미치도록!이 돈키호테 같은 사람, 유럽 한 복판을 홀로 누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 3년이 되어간다. 취임부터 지금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다. 12월 중순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또 하나 날아들었다. 소녀상 이전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정부 발표가 국내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인 내용이 아니라며 일축했지만, 12월 28일 결국 합의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임을 밝혔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일본대사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위안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 전부터 춘천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꾸준히 활동
아는 지인이 소개해서 D를 만나게 됐다. D의 부모님은 D가 학업 수준이 높아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적이 매우 좋았으며, 대학 진학을 위해 C고 대신에 내신에 유리한 S고로 진학시켰다고 했다.아이에 대한 자부심도 자부심이었지만, 아이를 지도한 방식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철저한 관리
얼마 전부터 정치인 안철수가 연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안철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전에 종합학원을 다닐 때 고3반 지도를 맡았다. 거기서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됐는데, 나이는 또래 친구와 같은 19살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한 놈(“쬐깐”)은 오른쪽 몸통에 화상을, 한 놈(“뭉치”)은 다리관절 문제로 수술을 받았다. 둘 다 원래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후 우리와 인연이 돼서 함께 살고 있다. |거기에 1~2달 전부터 신흥늘배움터 마당에 터 잡고 살고 있는 ‘욤이’라 불리는 길고양이까지 한 식구가 됐다.이렇게 거리의 친구들을 식구로 들이다보니 그대로 버려지거나 방치된 친구들은 어찌 되었을까 궁금하고 염려스러웠다. 춘천에서 유기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웬디맘(가명)울 만나기 위해“햇살가득쉼터”를 찾았다.누구도 데려가지 않는
집안에 행사가 있어 떡케이크 잘하는 곳을 수소문하다가 “오감재”라는 곳을 알게 됐는데, 전통의 깊은 맛은 살리고 모양새는 현대화시켰다는 평판이었다. 현대화라는 명분으로 전통음식의 이름만 살리고 가치와 본질, 맛을 훼손한 기성품이 대량 유통되다 보니, 건강과 소망까지 담아내던 진정한 전통을 지켜내려는 시도들이 귀하게 다가온다. 옛것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가치가 살아나는 흔적을 찾아 오감재의 박정화 명인을 만났다.허전함과 우울을 이기게 해준 전통음식의 감동강 떡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신 건가요?박 처음부터 전통 떡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
12월 2일, 수능 성적이 발표된 날이었다. 매해 겪지만, 괜스레 또 불안하다. 안절부절 스마트폰을 만지작만지작했다. 시험을 보지 않은 사람도 이리 마음이 출렁출렁 하는데, 시험을 본 아이들은 오죽할까연락이 먼저 왔으면 좋겠건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놈들이다. 한 놈도 연락하지 않는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