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엔 야생마가 산다. 1보 전진에 2보 퇴보가 주특기이고 궤도 이탈도 항다반사다. 하지만 나는 그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사랑한 지 오래이다. 그가 매일같이 가르쳐주는 교훈은 하나, 인생은 즐기지 못하면 견뎌야 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를 움직이는 동력은 셋이다. #양주의정강이털: “내 정강이의 털 한 올을 뽑아서 천하가 이롭다 할지라도 나는 내 정강이에 난 털 한 올을 뽑지 않겠다.” 도가 철학가 양주의 말이다. 이기주의자의 태도가 아닌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에게 양주의 제자가 부연한다. “털 한 올은 피부보다 작고, 피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영입한 청년 인재를 둘러싼 잡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지친 마음에 소음을 더하고 있다. 공천과 영입 과정에서 일으킨 영입 청년들의 크고 작은 논란에 대한 해명이나 대응이 하나같이 그동안 기성 정치권에서 지겹도록 봐왔던 과정을 따라갈 뿐 전혀 차별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역량이나 자질보다는 스토리나 상품성으로 유권자를 낚시질하려는 데자뷔에 그 어떤 신선한 환호도 들리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민주당은 TV 프로그램 ‘느낌표-눈을 떠요’ 코너에서 시각장애 어머니와 출연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원종건(
신천지 교인들로 촉발된 코로나바이러스 광풍에 종교의 자유, 이단과 사이비 논쟁이 더해져 사회가 시끄럽다. 이단은 ‘다를 이(異)’, ‘끝 단(端)’ 자를 쓴다. 문자 그대로 끝이 다르다는 뜻이다. 끝은 목표다. 출발점이 성경, 구원, 예수 재림 등의 원소가 교집합을 이루는 기독교로 그 영역을 한정해도 그 과정과 목표는 서로 다르다. 한 점에서 출발한 삼각형, 사각형, 팔각형, 마름모, 타원, 원…, 모두가 서로에겐 이단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단 시비가 종교 안의 문제라면 사이비(似而非) 논쟁은 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일반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신상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 하지만 호송차로 법정을 드나들 때마다 마치 커튼처럼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꽁꽁 숨기고 대중 앞에 나온다. 경찰은 강력범들의 얼굴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피의자 동의가 있어야 촬영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유권 해석에 제동이 걸렸다. 경찰 공보규칙도 도긴개긴이긴 마찬가지다. 신상 공개 결정이 돼도 강력범이 인권의 우산 아래 숨을 수 있고 국민들은 추가 정보 하나 확보할 수 없는 나라에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나 있을까? 지난해 12월 21일 저녁 서울 마포경찰서
#위장전입: 지난 2월 14일 미래통합당으로 합류를 의결한 새로운보수당의 마지막 당대표단 회의에서 “원칙과 명분이 없는 보수통합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내지 못할 것입니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보수를 혁신하겠다던 정운천 공동대표가 바로 한 시간쯤 뒤 돌연 탈당했다. 보수야권 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당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날이었다. 정 의원 입당으로 현역 의원 5명을 채우게 된 미래 한국당은 5억 원 넘는 보조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의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답을 드리면 제도개혁을 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형식(form)을 어떻게 만드느냐, 기능(function)은 어떤가다. 흔히들 어떤 형식의 규제, 대책 이런 게 개혁의 핵심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개혁에서 중요한 거는 어떤 특정한 유형의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목적으로 하는 기능이 있느냐다. 투기나 탈세를 걸러내는 게 목적이라면 거래허가제보다 훨씬 더 유연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많다.”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미국을 움직이는 중요 인물들이 의회에 모여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듣던 중 테러로 몰살되면서 계승 서열 13위인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뜻하지 않게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다. 민주당원도 공화당원도 아닌 그야말로 정치꾼의 기질이라곤 하나도 없는 학자 출신 관료가 조롱과 염려 속에 백안관 주인이 되어 지천에 널린 정적과 테러 환경에 맞서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리더십을 시험받는 게 기본 줄거리다. 3개의 시즌 속에서 펼쳐지는 그 숱한 재
장면 1#: 지난달 24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차세대 환경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체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하지만 그 후 미국의 AP통신이 보도한 사진에서는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와 스위스의 로키나 틸레(Loukina Tille), 독일의 루이사 뉴바우어(Luisa Neubauer), 스웨덴의 이사벨레 악셀손(Isabelle Axelsson) 등 4명의 ‘백인’ 환경운동가들만이 등장했다. 유일한 흑인 운동가였던 우간다의 바네사 나카테(Vanessa Nakate)의 모습이 편집돼 사진에
나의 평일 저녁과 주말의 반복되는 일과를 꿰고 있는 친구가 수수께끼를 받아 든 표정으로 말했다. “근면과는 한참 거리가 먼데…, 참 성실은 하단 말이야.” #나의고2: “아버지, 저…, 가출하겠습니다.” 급하고 강하게 몰려온 바람이 아스팔트 위 플라타너스 낙엽들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던 10월, 나는 서너 달 가슴에 꾹꾹 눌러두었던 열병을 귀가하는 아버지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문지방에 앉아 구두끈을 풀던 아버지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그래? 장남이 하고 싶다면 해야지” 한 마디 했을 뿐이다. 한바탕의 회오리를 예상했던 나는 아버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당장 오는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고3 학생들이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이에 대해 청소년단체와 진보 교육계에서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한 반면 보수성향의 교육단체는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고등학생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이 허용된다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할 수 있게 돼 면학분위기가 깨지고 학생이 선거법을 위반하게 될 수도 있다”며 학생 지도 및 정치활동에 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3억 원의 ‘고액 자녀 축의금’ 논란에 대해 “제가 40년 넘게 낸 것의 품앗이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잔치국수 하루벌이 치고는 괜찮았다는 건지 그의 얼굴엔 여유로운 미소가 가득하다. 구김 하나 없는 남색 양복의 가슴 깃엔 나눔 동참의 징표인 빨간 사랑의열매가 보색 효과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사랑의열매가 언제부터 고관대작들의 장신구가 되었을까, 궁금하다. 중국 인민일보가 전하는 노동을 예술로 승화시킨 남자와 사진에 혼을 불어넣은 사진가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눈물이
영어 lottery, 이태리어 lotto로 부르는 복권의 어원은 숙명, 운명이라는 뜻을 지닌 네덜란드어 lot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운명의 여신이 한 사람에게는 미소를 짓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헤살을 부리고 다녀갔다.#생각하고행동하라: 라트비아 태생인 디지스 피락스(Didzis Pirags)는 9년 전 영국으로 이주해 자신이 셰프로 일하고 있는 펍의 2층 다락방에서 다섯 살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크리스마스 나흘 전 점심시간에 6.5 파운드(약 1만 원) 어치의 온라인 즉석복권을 구입해 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2019년은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수필가이자 사전편찬자였던 사무엘 존슨(1709~1794)의 경구(사진 아래쪽 영문. 풀이는 아래 내용)로 기억해도 좋을만한 해였다. 무법적인 행동을 훈장처럼 달고 길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무리들을 만날 때면 “애국심은 악당의 최후 도피처다”란 그의 경고가, 하나님의 음성과 성령을 들먹이며 정치판에 끼어드는 목사들을 볼 때면 “지옥에 이르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그의 성찰에 놀라곤 했다. 평등과 공정, 정의를 말아먹는 권력 쥔 자들의 역겨운 행태와 조우할 때면 “모든 시대에는
어렸을 때부터 브릿지 게임을 즐겼던 마이클은 브릿지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힘을 보탠 데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최고령(79세) 선수로 출전해 동메달까지 땄고 정부로부터 받은 포상금 1억5천만 루피아(1천250만 원)를 브릿지 육성 단체에 기부했다.노점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만큼 소탈한 그가 허름한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진이 SNS에 퍼져 화제가 됐다. 현재의 식당 주인이 길에서 음식을 팔 때부터 찾아가던 단골이었다고 한다. 사진만 놓고 보면 독거노인의 초라한 ‘궁상’ 혹은
팍스 로마나(Pax Romana).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BC 27-AD 14)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때(161-180)까지를 지중해 세계가 비교적 안정을 누렸던, 약 200년간 지속된 로마의 평화로 이민족의 침입도 없었고 국내의 치안도 확립되었던 로마의 황금시대로 말한다. 당시 로마 가정에는 보통 5~12명의 노예가 있었다. 일부 귀족은 로마 시내에 500명, 외곽 농장에 2천~3천 명의 노예를 거느리기도 했다. 로마 제국의 번영을 지탱한 힘줄로서 대부분 전쟁 포로들이었다. 로마법은 주인이 노예들을 죽이든 살리든 관여하지
언제나 정의를 이기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성이다. 전기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직류와 교류의 전류 전쟁을 다룬 영화 ‘커런트 워(Current War, 2017)’를 보면서 깊이 공감한 대사다. 생명을 죽이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발명가 에디슨은 대중들로부터 높은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초조함에 사로잡힌 나머지 경쟁사 웨스팅하우스를 음해할 목적으로 사형수 전기의자를 만드는 데 은밀한 도움을 제공한다. 이 일로 법정에 불려 나왔을 때 위기를 모면하게 만들어준 인기와 명성은
독일과 국경을 이루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브라우나우암인(Braunau am Inn)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은 1889년 히틀러가 태어나 겨우 몇 개월 살았다는 이유로 Nazi(NAtional soZIalist, 국가사회주의자) 추종자들에게 성지가 된 곳이다. 그곳엔 경고와 기억을 위한 글을 새겨놓은 사각 모양의 비석이 비스듬히 서서 방문객을 맞는다. Für Frieden Freiheit und Demokratie, Nie wieder Faschismus, Millionen Tote Mahnen. 평화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하여
스펙이 부족해 사회로 나갈 수 없다고 굳게 믿는 아들에게 편지 한 통 써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어린 시절 믿게 된 산타클로스를 현실 속에서 찾고 있는 서른 살 청춘에게 축구 뉴스 두 개를 공유하는 것으로 편지를 대신한다.장면 1#: 이탈리아 그로세토 지역의 축구클럽 인빅타 사우로(Invicta Sauro)의 유스(youth) 팀은 경기에서 27-0이라는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런 승리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한 클럽 회장은 기뻐하기는커녕 상대 구단에 사과하고 감독을 해고했다. 선수들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아름다운 개 K-9” 에게 쫓겨 더 이상의 탈출구가 막히자 “개처럼, 겁장이처럼” 죽었다. 적어도 트럼프에게 개는 상황에 따라 이롭거나 더럽거나인 존재다. 불행히도 이런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비단 트럼프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K-9은 개과의 동물과 그 송곳니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CANINE을 발음 나는 대로 풀어쓴 것으로서 미군에서는 군견이나 그 핸들러(개를 다루는 병사)로 이루어진 부대를 가리킨다. 미군 체계에선 군견의 직급이 그를 다루는 핸들러 군인의 직급보다 한
일본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안경 착용 금지와 하이힐 착용 강요가 여성 차별이라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예의 없어 보이고, 기모노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경을 쓰지 말라는 외모 규정에 여성들은 “바보 같다”며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 기자는 “복장 규정이 사회통념상 필요하고 적절하다”는 관련부처 장관의 말과 함께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149개 나라 성(性)격차 보고서 순위에서 110위이며 다른 선진국에 견줘 성평등 수준이 현저히 뒤처진다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그럼 한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