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투표가 있는 날이다. 오전에 남편이랑 함께 석사동 봄내초 체육관 투표장에 가서 투표했다. 투표 후 벚꽃 구경 겸 소풍을 나가기로 했다. 이 시기가 되면 춘천댐의 벚꽃들은 만개해서 눈처럼 휘날리는 것이 몽환적이다.어제와 달리 투표장으로 가는 거리는 조용했다. 내가 태어난 중국은 국가주석 선출에 일반 사람들은 투표권이 없다. 중국 국가주석은 5년마다 선출되는데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가 열리는 기간에 선출된 대표조로 회의 의장단을 구성하고 전국인민대표대회 총회의 표결에 부쳐 국가주석과 부주석을 선출한다. 전국인민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진 제22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여권에서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여권이 더욱 각성해야 할 사실은 많은 사람이 이보다 더한 결과를 예상했다는 점이다.‘눈틀막’·‘귀틀막’·‘입틀막’에 익숙했던 여권에서는 형평성이라곤 전혀 찾아보기 힘든, 흔히 말하는 ‘기레기’들이 양산해 내는 잘못된 여론과 엄경영 같은 편향된 평론가들의 잘못된 분석에 도취해 국민의 마음과 동화될 수 없는 캠페인을 전개했음을 고백해야 한다. 여권의 참패가 예견된 것은
2014년 4월 16일 나는 출산을 열흘 남겨두고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아기용품을 검색하다 오전 아홉 시가 다 되어 일어나 무심코 핸드폰을 켰을 때 속보가 떴다. 기사를 읽고 난 후, 나는 온전히 사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열하루 뒤 나는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3.3kg의 몸무게로 태어나 내 품에 안겼다. 그제야 TV를 켜고 절망적인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다.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를 잃은 이들의 마음이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6개월이 지나고, 나는 아이를 아기띠에 매고 광화문에 갔다. 아이를
올해 내 나이 마흔이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 유권자로 참여했고, 선거운동도 여러 번 목격했다. 어린 시절, 가장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1991년 보리스 옐친의 대통령 선거 승리를 축하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기쁨으로 가득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중앙 광장을 산책한 일이다. 엄마가 “우리가 이겼다”라고 내게 말했을 때 특히 감동적이었다. 또한, 1996년 대선은 텔레비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결과를 지켜봤던 게 기억난다. 당시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대통령이 될까 봐 무척 두려웠다. 그의 충동적인 연설이 아주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는 토론에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한 선거가 끝났다. 이번에도 당선자들은 민심의 무서움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국민의 뜻을 따르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한 직후의 소감이기에 진심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그들이 강조하는 초심은 말 그대로 초심이기에 곧 잃어버릴 거라는 나의 예상이 이번에는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인은 국민의 수준을 잘못 판단했던 것 같다. 20년 넘게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얻은 깨달음과 희망이 있다. 중우정치의 한계, 선동당하는 대중이라는
세상은 놔두면 나빠진다. 저절로 좋아지는 세상은 없다는 얘기다. 우주의 이치가 그렇다. 밝혀진 물리법칙에 의하면 열적 평형으로 인해 언제가 우주는 소멸한다. 살아있는 것보다 죽어있는, 또는 죽어가는 것이 기본값인 셈이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이 끝나고 뜬금없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생각났다. 길 가던 젊은이들이 서서 죽고, 멀쩡한 차도에 물이 차서 운전 중에 죽고, 젊은 군인 한 명은 죽은 사람을 찾다가 죽어가는 세상인데, 우주는 참말로 평온하게 잘도 돈다. 자연의 이치에 인간 따위의 존재 의미를
청평사 여행은 비록 하루였지만, 그때의 느낌은 아직 내 기억 속에 많이 남아있다. 가을이지만 비가 많이 내렸다. 택시에서 내리니 마치 자연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는 가을의 끝자락을 쓸며 자연을 더 생기있게 만들고 있었다. 청평사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산길을 따라 청평사로 향하는 도중 비는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속의 호기심과 놀라움이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비가 내리는 순간이라 해도 이 아름다운 유산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산속으로 들어
행정안전부가 2003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올해로 21년째가 된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킴으로써 지방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예산 사용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며,나아가 시민중심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이다.춘천시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시민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전국최초로 연극을 활용한 예산학교 교육방식을 도입한다. 오는 18일 오후 2시에 봄내극장에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위원장 정흥준), 시민주권위원회(위원장 신준철), 25개 읍면동 주민자치
물론 대파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식당, 특히 파절임을 내야 하는 고깃집이라면 당연하다. 그런데 평범한 가정이라면 조금 신경이 쓰일 정도일 뿐, 대파 가격에 그다지 연연하지는 않는다. 3천 원 대면 그러려니 하고, 4천 원이 넘으면 좀 올랐다고 느낀다. 양념류이니 매주 사야만 하는 품목도 아니고 집에서 양을 조절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얼마나 굵고 크고 싱싱한가를 더 눈여겨본다.그 대파 한 단이 875원이라는 뉴스에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사실 농식품부의 소비장려금과 자체 기획 등으로 이중삼중 할인을 적용하면 875
2015년 당시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아스파라거스라는 작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아스파라거스를 심고 2년 동안은 수확량이 없어서 남편이 혼자 농사일에 전념하고 나는 애니고등학교에서 청소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스파라거스를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던 해부터 남편을 돕기 위해 애니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농사일을 거들기 시작했다.아스파라거스 재배는 우리 부부와 시누이까지 셋이 함께 일해도 모자를 만큼 일손이 부족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게 일한 지 두 해가 지날 무렵, 집 바로 옆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두 거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따른 정치지형의 왜곡은 오래되었고 견고하다. 여기에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의 불일치가 공동체를 위한 건전한 긴장 관계를 만들기는커녕 극한적 대립과 증오에 가까운 적대적 관계를 증폭하고 있다. 서로를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공동체를 위한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령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그중 하나는 거대양당의 정치 엘리트 발굴 기제다. 양당 모두 공고한 지역 기반에 의존하면서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늘상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생활물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버스와 택시요금. 정치인이 얼마나 민생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를 판가름할 때 나오는 질문의 대표 격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봐야 하는 우리와 그들의 삶의 모습은 매우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대중교통 대신 관용차를 이용하고 있으며, 매 끼니 직접 장을 볼 리 만무하다. 그런 그들에게 생활물가를 일일이 꿰고 있기를 바라는 건 다소 무리일 순 있겠지만, 새의 시선이 아닌 개미의 시선으로 공감하려는
날이 풀렸다. 춘천으로 이주하여 열 번째 맞는 봄이다. 춘천의 사계가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견딜 만하다. 겨울이 끝날 즈음이면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에 윤기가 느껴져서 좋다. 겨우내 꽝꽝 얼어 단단했던 얼음이 풀리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풀리는 것 같다. 강변을 산책하면서 만나는 나무들의 물오르는 모습도 좋다. 이제는 제법 설레며 봄을 기다린다. 껀터를 떠나 이곳에 와서 만난 첫 계절은 겨울이었다. 눈 쌓인 길을 따라 들어간 골목 안 끝 집, 겨울 햇살이 길게 들던 어머님 방에는 붉은 꽃이 피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인
갑진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되지 않은 지난 7일 인천 송도에서 GTX-B 노선 착공식이 열렸다. 동시에 GTX-B 춘천 연장에 대한 환호의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렸다. 춘천의 ‘수도권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수도권 시대’라는 구호에 만감이 교차한다. 모든 지역이 수도권이 될 수도 없고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부를 추구하는 건 인지상정이니 GTX-B 춘천 연장 자체는 환영할 만하더라도 지역의 주체성을 잃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사대주의와 관련하여 합종연횡의 중국 고사가 떠 오른다. 진나라가 강성해지자 진을 제외한 나머지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캠페인은 선명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언어는 정갈하다. 듣도 보도 못한 ‘괴랄한’ 정권과 그 주구走狗들이 내뱉는 오염된 언어에 지친 시민들은 환호한다. 조국은 그가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엘리트라는 레테르letter를 떼지 못한 채 위선자로 조롱받고 멸문지화 당했다. 빵 몇 조각 훔친 죄로 교수형을 당했을 만큼 그에게 주어진 무도한 형벌은 그 크기만큼의 연민으로 스토리텔링 되었다. 대체로 마음에 빚을 진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주었던 역사로 보아 조국 역시 큰 정치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요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곧 나무에 잎이 돋고 잔디밭과 들판에 풀과 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최근 추가된 봄의 징후 중 하나로 임대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의 활발한 이용을 들 수 있다. 이 자체는 아주 멋진 일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단 몇 분 만에 친환경 교통수단을 임대하여 짧은 거리를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스마트한 교통수단을 타고 공원이나 강변을 따라 달리면 즐겁게 여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교통수단은 아주 결정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단속이 부족하다는 것
“Devil is in the details”라는 서양의 경구가 요즈음 여기저기서 자주 눈에 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고 직역되는 이 표현의 의미는 어떤 사태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 세부사항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런 요인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나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나 한국의 역사적·사회적 변천사를 살펴보면, 왜 이 경구가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지 이해가 간다. 오랫동안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쳐온 우리의 정서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라거나 ‘지나간 일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일본으로 이주하고 싶었던 마음을 접었다. 3년 후 아이를 낳았고 방사능과 환경오염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들의 모임인 차일드세이브 카페에 가입해서 방사능에 대한 공부도 하고 아기띠를 매고 외교부 앞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피켓도 들었다. 내 아이는 6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생선을 먹었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걸 이제야 줬냐는 원망도 들었다. 나는 아이가 다니는 생태육아공동체에 방사능 검출 위험이 있는 표고버섯과 동태를 식재료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때는 한국의 여름, 강원대 후문에 있는 삼겹살집에서 고기랑 소주 한잔을 마시고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것은 나한테 꿈에도 없었던 일이었다. 과거에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미얀마에 있는 한국 회사에서 일하며 미얀마에만 계속 살고 있을 줄 알았던 내가 현재 춘천에서 삼겹살과 고기를 먹고 있었다. 내 미래를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면서 밥을 먹다가 시계를 보니까 저녁 8시가 됐다. 밥값을 계산하고 식당에서 나왔더니 여름이라 날씨가 따뜻하면서도 저녁때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 춘천의 밤 환경이 좋게
자주 보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완성되지 않은 인생, 성공을 위해 달리지만, 다다르지 못한 이들을 담고 있는 ‘미생’이란 드라마다. 그 드라마 중 인상 깊은 대사 하나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대학교수가 수업에서 사회정의라는 말을 꺼낼 때도 손발이 오그라지는 시대” 그리고 하나의 여론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싶다. 2021년 11월 퓨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한 세계 17개국 성인 1만9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당신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의미, 가치는 무엇입니까?”라는 설문의 답변 결과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인생의 최고 의미와 가치로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