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스로 춘천사람이라고 생각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처음 사업을 위해 춘천을 찾았을 때는 그저 산이 많고 호수가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정착해서 살아내기에는 쉽지 않았다. 나는 중국 길림시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약 10여 년간 무역 일에 종사했다. 당시 무역에 상당한 성과를 인정받아 스스로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출장으로 한국을 오가며 학교 교사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자연스레 춘천에 정착하게 되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무역 일을 할 만큼
101번째의 어린이날을 맞이했다. 원래 대로라면 지난해 100주년을 기념해 성대한 행사가 개최될 법도 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비교적 잠잠히 지나갔다.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는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했다. 어린이 운동의 대표적인 인사 중의 한 명인 방정환은 1922년 3월 16일 동경에서 색동회를 조직하고 천교도 소년회를 통해 5월 1일을 어린이날(소년일)로 선포했다.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방정환은 글을 통해 어른들과 어린이들에게
1905년 9월 19일 증기선 ‘만추리아’가 제물포항(인천항)에 들어왔다. 아름답고 매력이 넘치는 스물한 살의 미국 여성이 그 배에서 내렸다. 그녀는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딸 엘리스 루스벨트였다.당시는 러일전쟁이 막 끝났을 때였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제의로 일본과 강화협상을 벌인 러시아는 만주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상실했고, 일본의 기세는 욱일승천이었다. 갈수록 노골화하는 일본의 침략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고종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국의 공주” 엘리스를 극진히 대접했다. 제물포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2023년 지구의 날을 맞아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구를 살리는 춘천시민대회인 ‘2023 기후살리기 춘천시민의 날’ 행사가 지난 4월 22일 춘천시청광장에서 열렸다.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처하려는 범세계적인 움직임에 춘천시민들도 뜻을 모은 것이다. 강원민주재단,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월정사문화원, 천주교 춘천교구 등 지역의 종교·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기후위기극복 춘천 종교·시민회의’ 추진위원회와 춘천시가 주최한 행사이다. ‘지구에게 심폐소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각종 공연과 스토리텔
나는 러시아 동남쪽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자랐다. 내 고향은 항구 도시로서 동양의 여러 국가와 접경을 이루고 있어 다른 러시아 도시들과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블라디보스토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급격한 성장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차이나타운과 한인 마을인 신한촌이 생겨났는데, 시내에 즐비하게 늘어선 그리스정교·천주교·루터교·아르메니아교 등의 성당과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가와 불교사원 등 각종 종교 건축물은 아직도 남아 있다.내가 어릴 때는 이른바 페레스트로이카와 민주화로 러시아가 격동하는 시기였다. 러시아의 동문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공정한 기회를 갖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그에 걸맞은 재정지원을 요구하면서 지하철 점거 시위 때 대화 요구조차 응하지 않는 정부의 메시지치고는 메아리처럼 공허하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장애인의 날을 정해서 기념한다는 것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여전히 장애를 관습적으로 개인의 불행인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태도를 반
4·19혁명이 올해로 벌써 63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춘천에서는 4·19혁명과 관련하여 별다른 시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춘천사람들》을 통해 춘천에서도 2천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춘천사람들》 제 366호 5면) 올해 4·19혁명 기념일이 더 뜻깊게 다가온다.지난 19일 춘천 칠전동 헌수공원에 건립된 ‘춘천민주인사추모비’ 앞에서 4·19혁명 제63주기를 기리는 춘천민주인사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1989년 추모비가 건립될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서른네 번째를 맞았다. 이날 추모제에는
2021년부터 춘천 봉의산을 찾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녹색자금사업의 일환인 ‘생활밀착형 도시숲 산림치유’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평생을 살면서 봉의산을 처음 와봤다는 시민부터 어릴 적 추억을 찾아 참여했다는 어르신들까지 참여 동기도 다양하다. 하지만 최종 참여 목적은 ‘건강’이다. (사)강원산림치유복지연구회가 2021년부터 3년째 ‘춘천시 도시숲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산림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퀘렌시아’가 실버 세대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지난해 강원대 스포
그녀의 부모는 금융가의 투기꾼이었다. 미신에 깊이 빠진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아홉 살이 되자 유명한 점쟁이에게 그녀를 데려갔다. 점쟁이는 그녀가 훗날 최고 권력자의 마음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결혼할 나이가 되자 그녀는 사교계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다. 그리고 점쟁이의 예언대로 마침내 최고 권력자의 옆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최고 권력자의 힘을 빌려 온갖 특권을 행사하며 이런저런 명령을 내렸다. 그녀는 패션과 집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그녀가 엉뚱한 곳에 세금을 낭비한다고 비난했다. 그녀에 대한
춘천시는 2019년 해 3월 대학생 전입장려금을 지원해 왔다. 대학생 전입장려금은 시의 인구증가시책 지원조례의 하나로 시행되고 있다. 지원금액 규모가 학기당 10만원, 최대 80만원 이내이던 것이 이번에 대폭 인상되었다. 시의회 기획행정위는 14일 ‘춘천시 인구증가시책 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하였다. 1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춘천시는 빠르면 5월부터 춘천시로 주소 이전을 하는 타 지역 대학생에게 학기당 전입장려금 30만원, 4년(8학기) 동안 최대 240만원을 지급해 3배나 증가했다. 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년 휴학생
지난 3월 6일, ‘교육도시 춘천’ 선포식에서 육동한 춘천시장은 수도권과의 교육 격차 해소, 춘천의 인재 육성과 정착을 이야기했다. 교육도시 춘천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누구든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에 배운 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춘천 발전을 위한 선순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인재 육성과 정착을 통한 교육도시 춘천의 성공을 위해, 두 가지 측면에서 춘천 역사를 널리 보급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첫째는 ‘춘천인’으로서의 정체성 형성이다.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인재 육성만큼이나 중요한 과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인구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현실이다. 우리 춘천시 인구는 오랜 시간 30만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역대 지자체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고 어느 경우엔 약간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만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늘 20여만 명을 숙명처럼 꼬리표로 달고 다니고 있다.도시의 공동화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학자들은 여러 가지 학문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론을 펴겠지만, 우리네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요즘 너무도 답답하다. 여러 말들이 오고 가는 게 두렵다.시각장애인의 이동 수단이자 큰 힘이 되었던 ‘봄내콜’. 나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지만, 내게 ‘봄내콜’이 처음으로 다가왔던 건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뒤였다. 봄내콜 덕분에 나는 외출에 자신감을 얻었고 무엇보다 세상의 따스함을 느꼈다.일반 택시나 다른 이동차는 목적지에 정확하게 데려다주지 않고 대충 근처에 내리라고 해서 종종 헤맬 때가 있다.친절하게 목적지까지 정확히 바래다줘 늘 감사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봄내콜’에서 시각장애인을 제외한다는 소식에 무
미국 CIA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도청도 도청이지만, 이 사건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더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도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경악스럽다. 당장 “도청에 선한 의도가 어디 있냐”는 힐난이 쏟아진다.예나 지금이나 첩보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다. 오늘날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온갖 첨단장비가 동원되지만, 옛날에는 모든 정보가 사람에게서 나왔다. 몰래 정보를 수집하는
제11대 춘천시의회가 첫 국외연수를 둘러싸고 시의회 내부의 갈등을 겪은 데 이어, 시민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의회 3개 상임위는 오는 4월 상임위별로 영국·프랑스(6박 8일), 스위스(6박 8일), 일본(4박 5일) 등으로 방문국과 일정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의원 1인당 국외연수 지원 예산은 350만 원이다. 하지만 그 중 기획행정위(위원장 김보건), 경제도시위(위원장 김운기)를 제외한 복지환경위(위원장 이희자)는 스위스 출장 일정은 부결돼 재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국외연수가 계획되어 있는 상임위
정부·여당이 학교폭력 가해자의 징계 기록 보존 기간을 연장하고 대입 수시모집뿐 아니라 정시모집에도 반영하도록 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취업에도 학교폭력 기록을 반영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지난 5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1~9호로 나뉜다. 1호는 서면 사과, 2호는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3호는 학교 내 봉사, 4호는 사회봉사, 5호는 특별교육, 6호는 출석정지, 7호는 학급교체, 8
꽃잎이 튀긴 좁쌀을 닮았다는 조팝나무 꽃들이 하얗게 무리를 지어 피어났다. 조팝나무 꽃이 피었으니 이팝나무도 꽃을 피울 날이 멀지 않았다.어린 시절 식구는 많고 쌀은 부족해 노란 좁쌀로 밥을 짓거나 하얀 찰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쌀에 섞어 밥을 짓곤 했다. 꽃들의 전성시대인 봄은 가난한 농부들에겐 배를 곪는 시기였다. 아랫지방에서는 보리 수확을 기다리는 보릿고개였지만, 보리조차 심을 수 없던 강원도 산골에서는 보릿고개조차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허기를 달래느라 논두렁을 헤집어 ‘메’ 뿌리를 캐어 먹기도 했고, 들판에 우후죽순으로 올라오
2023년 4월 3일, 《춘천사람들》 364호가 발행되는 날이다. 2015년 11월 4일 창간호를 발행했으니 어느덧 7년 5개월이 되었다. 창간 기념 주간도 아닌데, 이렇게 장황하게 창간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것은 이번 호인 364호부터 전면적인 지면개편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면적인 지면개편은 창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창간 당시 ‘디자인 휴’의 육혜진 대표가 디자인한 ‘춘천사람들’ 제호도 이번 기회에 디자인을 바꿔 다른 글씨체로 선보이게 되었다. ‘춘천사람들’은 앞서 지난 2월 6일 2023년 정기총회를
바쁜 한 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이면 지난 한 주 춘천 곳곳에서 접했던 사람과 사건 중 한 장의 사진으로 새겨지는 인상 깊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3월의 마지막 주에는 전과 다르게 두 장의 이미지가 남았다. 하나는 김유정문학촌에서 진행된 김유정 추모제이다. 김유정문학상과 선양사업 운영 등을 놓고 대립해오며 따로 추모제를 열었던 춘천시(김유정문학촌)와 김유정기념사업회가 함께 추모제를 열었다. 갈등이 봉합된 화합의 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규정에 어긋난 운영이 있었고 문학촌의 희귀자료를 사적으로
시나브로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면서 갑자기 눈이 어질어질하다. 화창한 봄날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면 우울했던 기분도 이내 좋아지기 마련이다. 저마다의 스마트폰에도 활짝 핀 꽃들이 풍년이다. ‘춘화추월春花秋月’이라고 과연 봄에는 꽃이요, 가을에는 달이다. 일제강점기 춘천 송암동 출신 언론인 청오 차상찬 선생의 말대로 “꽃은 초목군생草木群生 중에 왕족이요 귀족이다.”인생에서 꽃처럼 가장 찬란한 시절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한다. 누구는 살면서 찬란하게 빛나는 날을 꿈꾸는가 하면, 누구는 이미 찬란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삶의 회한에 잠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