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도 답답하다. 여러 말들이 오고 가는 게 두렵다.시각장애인의 이동 수단이자 큰 힘이 되었던 ‘봄내콜’. 나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지만, 내게 ‘봄내콜’이 처음으로 다가왔던 건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뒤였다. 봄내콜 덕분에 나는 외출에 자신감을 얻었고 무엇보다 세상의 따스함을 느꼈다.일반 택시나 다른 이동차는 목적지에 정확하게 데려다주지 않고 대충 근처에 내리라고 해서 종종 헤맬 때가 있다.친절하게 목적지까지 정확히 바래다줘 늘 감사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봄내콜’에서 시각장애인을 제외한다는 소식에 무
미국 CIA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도청도 도청이지만, 이 사건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더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악의를 가지고 도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경악스럽다. 당장 “도청에 선한 의도가 어디 있냐”는 힐난이 쏟아진다.예나 지금이나 첩보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다. 오늘날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온갖 첨단장비가 동원되지만, 옛날에는 모든 정보가 사람에게서 나왔다. 몰래 정보를 수집하는
제11대 춘천시의회가 첫 국외연수를 둘러싸고 시의회 내부의 갈등을 겪은 데 이어, 시민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의회 3개 상임위는 오는 4월 상임위별로 영국·프랑스(6박 8일), 스위스(6박 8일), 일본(4박 5일) 등으로 방문국과 일정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의원 1인당 국외연수 지원 예산은 350만 원이다. 하지만 그 중 기획행정위(위원장 김보건), 경제도시위(위원장 김운기)를 제외한 복지환경위(위원장 이희자)는 스위스 출장 일정은 부결돼 재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국외연수가 계획되어 있는 상임위
정부·여당이 학교폭력 가해자의 징계 기록 보존 기간을 연장하고 대입 수시모집뿐 아니라 정시모집에도 반영하도록 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취업에도 학교폭력 기록을 반영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지난 5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1~9호로 나뉜다. 1호는 서면 사과, 2호는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3호는 학교 내 봉사, 4호는 사회봉사, 5호는 특별교육, 6호는 출석정지, 7호는 학급교체, 8
꽃잎이 튀긴 좁쌀을 닮았다는 조팝나무 꽃들이 하얗게 무리를 지어 피어났다. 조팝나무 꽃이 피었으니 이팝나무도 꽃을 피울 날이 멀지 않았다.어린 시절 식구는 많고 쌀은 부족해 노란 좁쌀로 밥을 짓거나 하얀 찰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쌀에 섞어 밥을 짓곤 했다. 꽃들의 전성시대인 봄은 가난한 농부들에겐 배를 곪는 시기였다. 아랫지방에서는 보리 수확을 기다리는 보릿고개였지만, 보리조차 심을 수 없던 강원도 산골에서는 보릿고개조차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허기를 달래느라 논두렁을 헤집어 ‘메’ 뿌리를 캐어 먹기도 했고, 들판에 우후죽순으로 올라오
2023년 4월 3일, 《춘천사람들》 364호가 발행되는 날이다. 2015년 11월 4일 창간호를 발행했으니 어느덧 7년 5개월이 되었다. 창간 기념 주간도 아닌데, 이렇게 장황하게 창간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것은 이번 호인 364호부터 전면적인 지면개편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면적인 지면개편은 창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창간 당시 ‘디자인 휴’의 육혜진 대표가 디자인한 ‘춘천사람들’ 제호도 이번 기회에 디자인을 바꿔 다른 글씨체로 선보이게 되었다. ‘춘천사람들’은 앞서 지난 2월 6일 2023년 정기총회를
바쁜 한 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이면 지난 한 주 춘천 곳곳에서 접했던 사람과 사건 중 한 장의 사진으로 새겨지는 인상 깊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3월의 마지막 주에는 전과 다르게 두 장의 이미지가 남았다. 하나는 김유정문학촌에서 진행된 김유정 추모제이다. 김유정문학상과 선양사업 운영 등을 놓고 대립해오며 따로 추모제를 열었던 춘천시(김유정문학촌)와 김유정기념사업회가 함께 추모제를 열었다. 갈등이 봉합된 화합의 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규정에 어긋난 운영이 있었고 문학촌의 희귀자료를 사적으로
시나브로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면서 갑자기 눈이 어질어질하다. 화창한 봄날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면 우울했던 기분도 이내 좋아지기 마련이다. 저마다의 스마트폰에도 활짝 핀 꽃들이 풍년이다. ‘춘화추월春花秋月’이라고 과연 봄에는 꽃이요, 가을에는 달이다. 일제강점기 춘천 송암동 출신 언론인 청오 차상찬 선생의 말대로 “꽃은 초목군생草木群生 중에 왕족이요 귀족이다.”인생에서 꽃처럼 가장 찬란한 시절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한다. 누구는 살면서 찬란하게 빛나는 날을 꿈꾸는가 하면, 누구는 이미 찬란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삶의 회한에 잠긴
1494년 열아홉 살에 조선의 열 번째 왕이 된 연산군은 폭군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불과 12년 만에 신하들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 그가 폭군이 된 이유로는 흔히 그의 생모인 폐비 윤 씨의 억울한 죽음이 거론된다. 그에 대한 기록인 〈연산군일기〉가 그를 왕위에서 쫓아낸 자들이 기록한 것이니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연산군의 자아가 올곧게 형성되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그는 대궐 주변의 민가를 부수고 사냥터로 삼는가 하면 놀기 좋게 궁궐을 넓히느라 공사를 크게 벌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주장만 관철된 일방통행 외교참패로 기록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국익과 일본의 국익이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며 향후 경제, 안보, 민간 교류 부문의 성과를 부각했으나, 국내 여론은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이런 평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역대 최장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23분간 모두발언으로 설득에 나
반려동물에 관한 연재 기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안고 2020년 6월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춘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춘삼이와의 소소하고 즐거웠던 일들을 ‘춘삼이와 반려동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지면을 통해 기록하다가 2021년 2월을 끝으로 작별 인사를 올렸다. 혹시 그 이후 춘삼이는 어떻게 됐을까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오랜만에 춘삼이의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춘삼이를 데려올 때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측에서는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치아의 상태를 볼 때 2살 정도로 추정’한다고 말
내 젊은 날에 아폴로 싸롱이 있었다. 아폴로 싸롱은 그 이름을 분명히 몇 해 전 ‘달에 처음 착륙한 미 우주선 아폴로 11호’에서 따다 지었을 텐데 어울리지 않게 건물 지하에 있었다. 20평이 채 안 되는 지하공간에 서양 팝송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트윈폴리오 같은 우리나라 젊은 가수의 노래도 자주 흘러나왔다. 송창식의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가 흘러나올 때에는 지하공간 가까이로 찬 가을비가 내리거나 끝 모를 바람 한 줄기가 부는 듯했다. 낭랑한 음색인데도 음울하게 들리던 그의 노래는 우리 춘천의 젊은이들을 바닥 모를
최근에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그동안 사회에서 간간이 드러냈던 학교폭력의 어두운 면을 날것의 모습으로 드러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일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 문제를 드러내고 그동안 감춤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자 했던 자기방어를 걷어 내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세상을 향해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고통을 좀 더 깊은 상처를 내면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러한 외침은 아픈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해 터널의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일은 학교폭력을 시작으로 정치계, 예능계, 종교계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 측은 지난 3월 8일 교육부가 2023년도 교육전문대학원(이하 교전원) 시범운영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교대련은 지난 3월 7일, 교육부와의 통화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2023년도 교전원 시범운영 계획은 없어졌고 시기는 다시 논의해서 정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안에는 확실하게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교육부는 교전원 시범운영 도입을 위해 편성된 예산의 활용방안에 대해 “교전원 시범운영 지원이 아닌 다른 방향의 재정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변하
로큰롤 50년 역사를 빛낸 50 거목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만 6살의 어린 나이에 형제 그룹인 ‘잭슨 5’의 리드보컬로 데뷔했다. 70년대 초반을 장악한 모타운 그룹인 ‘잭슨 5’의 막내로, 1958년 미국 인디아나 개리 태생. 노래와 춤의 신동이었고, 나이 스물넷에 발표한 82년 ‘Thriller’ 앨범과 함께 지구촌을 들썩거리는 열풍을 야기했다.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Jones)와 함께 만든 이 앨범은 인종과 세대를 초월하는 완벽한 크로스오버 사운드의 결정판. 백인도, 노인도, 저 멀리 남아프리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한 박자를 쉼표로 남겨 놓은 채, 제18대 춘천문화원 윤용선 원장님께서 지난 3월 10일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평생을 교육계에 헌신하였고 경추(頸椎)를 다쳐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 문화 커뮤니티 ‘금토’를 문화예술계 대표 단체로 성장시켰으며 이러한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춘천문화원을 전국 최고의 문화원으로 위상을 높이셨습니다.원장님을 처음 뵌 것은 사무국장으로 있던 2017년 가을로 기억됩니다. 당시 원장님은 춘천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으로 문화원과 연을 맺고
500년 전 영국의 정치가이자 법률가였던 토마스 모어는 그의 책 《유토피아》에서 모든 사람이 6시간만 일하는 이상사회를 그렸다. ‘어디에도 없는 세상’인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실현 불가능한 상상 속의 이상향일 뿐이었다.그러나 500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노동시간만을 놓고 본다면 그의 이상향이 도무지 실현 불가능한 사회만은 아닌 세상이 됐다. 이미 30년 전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책 《노동의 종말》에서 정보 기술의 발달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기계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제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지금 그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동안 상승세를 유지해 50%를 웃돌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달이 지나자마자 40% 후반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로 지지율은 당선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한 채 여전히 낮은 지지도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1년이 지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3월 22일은 물의 날, 물의 날 특집을 준비하라는 특명(?)을 받아 한 주 동안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물만 찾아다니다 보니 머릿속이 출렁출렁하는 기분이다.이번 특집에서는 주로 춘천의 물 환경과, 물을 둘러싼 경제적, 환경적 이슈를 중점을 다뤘다. 하지만 기사 내용 외에 흥미로운 사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몇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물은 투명하지 않다. 물 분자는 적색과 녹색 파장을 흡수하고 청색 파장을 반사하기 때문에 옅은 청색이다.-물은 무거운 물질이다. 부실 공사가 근본적인 원인이었지만 삼풍백화점
이왕이면 내 인생의 결말이 해피엔드였으면 한다. 분꽃이나 채송화 따위 그 속절없는 것들의 소멸이 슬플 것도 드라마틱할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해피엔드이듯이. 그런데 떠날 준비가 정을 떼는 게 아니라, 마음 붙일 것들을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이라니. 나는 옛날 채송화를 만난 걸 좋아라, 씨를 받으며 스스로를 나보다도 훨씬 나이 많은 남 바라보듯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박완서 작가의 10주기 기념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에세이 660편 중 35편을 선별하여 실었다. 그 중 에서 한 구절을 적어본다. 선생님의 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