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4년 열아홉 살에 조선의 열 번째 왕이 된 연산군은 폭군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불과 12년 만에 신하들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났다. 그가 폭군이 된 이유로는 흔히 그의 생모인 폐비 윤 씨의 억울한 죽음이 거론된다. 그에 대한 기록인 〈연산군일기〉가 그를 왕위에서 쫓아낸 자들이 기록한 것이니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연산군의 자아가 올곧게 형성되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그는 대궐 주변의 민가를 부수고 사냥터로 삼는가 하면 놀기 좋게 궁궐을 넓히느라 공사를 크게 벌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주장만 관철된 일방통행 외교참패로 기록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한국의 국익과 일본의 국익이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며 향후 경제, 안보, 민간 교류 부문의 성과를 부각했으나, 국내 여론은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이런 평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역대 최장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23분간 모두발언으로 설득에 나
반려동물에 관한 연재 기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안고 2020년 6월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춘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춘삼이와의 소소하고 즐거웠던 일들을 ‘춘삼이와 반려동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지면을 통해 기록하다가 2021년 2월을 끝으로 작별 인사를 올렸다. 혹시 그 이후 춘삼이는 어떻게 됐을까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오랜만에 춘삼이의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춘삼이를 데려올 때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측에서는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치아의 상태를 볼 때 2살 정도로 추정’한다고 말
내 젊은 날에 아폴로 싸롱이 있었다. 아폴로 싸롱은 그 이름을 분명히 몇 해 전 ‘달에 처음 착륙한 미 우주선 아폴로 11호’에서 따다 지었을 텐데 어울리지 않게 건물 지하에 있었다. 20평이 채 안 되는 지하공간에 서양 팝송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트윈폴리오 같은 우리나라 젊은 가수의 노래도 자주 흘러나왔다. 송창식의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가 흘러나올 때에는 지하공간 가까이로 찬 가을비가 내리거나 끝 모를 바람 한 줄기가 부는 듯했다. 낭랑한 음색인데도 음울하게 들리던 그의 노래는 우리 춘천의 젊은이들을 바닥 모를
최근에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그동안 사회에서 간간이 드러냈던 학교폭력의 어두운 면을 날것의 모습으로 드러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일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 문제를 드러내고 그동안 감춤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자 했던 자기방어를 걷어 내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세상을 향해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고통을 좀 더 깊은 상처를 내면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러한 외침은 아픈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해 터널의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일은 학교폭력을 시작으로 정치계, 예능계, 종교계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 측은 지난 3월 8일 교육부가 2023년도 교육전문대학원(이하 교전원) 시범운영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교대련은 지난 3월 7일, 교육부와의 통화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2023년도 교전원 시범운영 계획은 없어졌고 시기는 다시 논의해서 정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안에는 확실하게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교육부는 교전원 시범운영 도입을 위해 편성된 예산의 활용방안에 대해 “교전원 시범운영 지원이 아닌 다른 방향의 재정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변하
로큰롤 50년 역사를 빛낸 50 거목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만 6살의 어린 나이에 형제 그룹인 ‘잭슨 5’의 리드보컬로 데뷔했다. 70년대 초반을 장악한 모타운 그룹인 ‘잭슨 5’의 막내로, 1958년 미국 인디아나 개리 태생. 노래와 춤의 신동이었고, 나이 스물넷에 발표한 82년 ‘Thriller’ 앨범과 함께 지구촌을 들썩거리는 열풍을 야기했다.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Jones)와 함께 만든 이 앨범은 인종과 세대를 초월하는 완벽한 크로스오버 사운드의 결정판. 백인도, 노인도, 저 멀리 남아프리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한 박자를 쉼표로 남겨 놓은 채, 제18대 춘천문화원 윤용선 원장님께서 지난 3월 10일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평생을 교육계에 헌신하였고 경추(頸椎)를 다쳐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 문화 커뮤니티 ‘금토’를 문화예술계 대표 단체로 성장시켰으며 이러한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춘천문화원을 전국 최고의 문화원으로 위상을 높이셨습니다.원장님을 처음 뵌 것은 사무국장으로 있던 2017년 가을로 기억됩니다. 당시 원장님은 춘천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으로 문화원과 연을 맺고
500년 전 영국의 정치가이자 법률가였던 토마스 모어는 그의 책 《유토피아》에서 모든 사람이 6시간만 일하는 이상사회를 그렸다. ‘어디에도 없는 세상’인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실현 불가능한 상상 속의 이상향일 뿐이었다.그러나 500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노동시간만을 놓고 본다면 그의 이상향이 도무지 실현 불가능한 사회만은 아닌 세상이 됐다. 이미 30년 전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책 《노동의 종말》에서 정보 기술의 발달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기계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제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지금 그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동안 상승세를 유지해 50%를 웃돌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달이 지나자마자 40% 후반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로 지지율은 당선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한 채 여전히 낮은 지지도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1년이 지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3월 22일은 물의 날, 물의 날 특집을 준비하라는 특명(?)을 받아 한 주 동안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물만 찾아다니다 보니 머릿속이 출렁출렁하는 기분이다.이번 특집에서는 주로 춘천의 물 환경과, 물을 둘러싼 경제적, 환경적 이슈를 중점을 다뤘다. 하지만 기사 내용 외에 흥미로운 사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몇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물은 투명하지 않다. 물 분자는 적색과 녹색 파장을 흡수하고 청색 파장을 반사하기 때문에 옅은 청색이다.-물은 무거운 물질이다. 부실 공사가 근본적인 원인이었지만 삼풍백화점
이왕이면 내 인생의 결말이 해피엔드였으면 한다. 분꽃이나 채송화 따위 그 속절없는 것들의 소멸이 슬플 것도 드라마틱할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해피엔드이듯이. 그런데 떠날 준비가 정을 떼는 게 아니라, 마음 붙일 것들을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이라니. 나는 옛날 채송화를 만난 걸 좋아라, 씨를 받으며 스스로를 나보다도 훨씬 나이 많은 남 바라보듯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박완서 작가의 10주기 기념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에세이 660편 중 35편을 선별하여 실었다. 그 중 에서 한 구절을 적어본다. 선생님의 환한
「기초학력 보장법」과 같은 법 시행령이 2022년에 시행되었고, 교육부는 2023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시행했습니다. 학교는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통해 학년도 시작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학습지원대상을 선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평가 타당도와 신뢰도가 높은 표준화된 검사 도구가 보급되어 있고 (기초학력진단 보정시스템), 지필평가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교사는 관찰, 면담 등을 병행합니다. 보충 학습·지도 자료를 통해 지도한 후 추가로 연 3회의 향상도 검사도 실시합니다. 이는 비단 법령의 시행 전에도 모든 학교에서 해
지난 2월 퇴직을 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소위 나이 50이 넘어 백수가 된 것이다. 다른 말로 소속이 없어진 온전히 나 개인으로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살면서 어느 학교 학생이었으며 어떤 직장과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누군가로 나를 소개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 건네줄 수 있는 명함이 없는 현실이 낯설고 생소하고 오묘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같이 백수거나 취준생 청년이거나 정년퇴직한 누군가의 소속감을 느끼는 환대와 안전한 공동체도시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하필이면 레미제라블의 주제가인 ‘분노한 민중의 노래’였을까?“우리 사회 진정한 약자 그리고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에 대한 근절의 의지”라며 “정부가 목숨 걸고 일해야 한다는 결기를 다지는 노래”라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해명을 곁들여 이 노래를 다시 되새기자니 한편으로는 모골이 송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블랙 코미디 같은 것이 무척이나 그로테스크하다.3·1혁명 104주년 기념사에서 일제의 강점을 ‘우리 탓’으로 돌린 것은 이른바 ‘강제징용 배상금 3자 변제’라는 괴상한 해법의 전주곡이었다. 그들에게 목숨을 걸고 일
3월 9일은 대선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매우 짧은 시간이 삼 년 같다거나 하루가 삼 년 같다는 뜻으로, 원래 몹시 기다려지는 그리움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이 말을 왜 이렇게 세월이 빨리 안 가는지를 나타내는 지루함으로 쓰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이처럼 대선 1년에 대해 어떤 이들은 ‘벌써’라고, 또 다른 이들은 ‘아직도’라고 느끼는 듯하다.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는 시경에서 유래한 말이다. 《시경詩經》 왕풍(王風)에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채갈(采葛)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나 일상회복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3일 조규홍 중대본 제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 하향과 감염병 등급 조정, 7일 격리의무 전환, 마스크 착용 전면 해제 등 남아있는 방역 규제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만간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 이제 의료기관·약국, 감염취약시설에만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게 된다.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2020년부터 현재까지 살펴보면, 2020년 1월
로큰롤 50년 역사를 빛낸 50 거목들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70년대 중후반 영국의 실업자 청춘들의 거친 분노를 담아낸 난폭한 펑크(Punk) 록의 기린아. “실업자들에게 러브 송은 필요 없다. 그룹 후나 롤링 스톤스는 비위가 거슬린다. 그들은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 제시할 것이 없다!”고 외쳤다. 신인을 거부하는 스타시스템은 이들이 타파해야 할 적(敵)이었고 영국 정부와 왕실도 공격대상이었다.음악은 코드 셋에, 시종일관 벌떼가 윙윙거리듯 시끄러운 사운드를 몰아대는 반(反)미학 그 자체.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는 그것을
우리는 보통 예술을 승화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다’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다수의 예술작품에 대한 표현에 통용되곤 한다. 그런데, 여기 하강하는 예술 세계가 있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예술가, 키키 스미스(Kiki Smith)의 《자유낙하 Free Fall》 이야기다. 키키 스미스는 애브젝트 아트(Abject Art)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애브젝트(abject)’라는 용어는 프랑스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가 주창한 개념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3R이란 것이 있다. Reading, wRiting, aRithmetic, 여기서 R을 모아놓은 것인데, 읽기, 쓰기 그리고 셈하기 이 세 가지를 묶어서 3R이라고 부른다. 3R은 학생들의 학업적 성취도를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모두 저 3R의 범주에 있다. 무엇을 읽고 쓸 수 있는지, 어떤 것을 더하고 뺄 수 있는지의 관점이 변할 뿐, 3R을 강조하는 그 기조는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3R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책상에 끈기 있게 앉아서 교과서를 외우는 학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