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고통에 눈길을 포개는 이들의 섬세한 뜨거움이 필요하다. 그것이 비현실을 현실로 바꿔내는 신묘한 힘, 마술사의 콧김 같은 것이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서문.정혜신 작가의 이 말은 그대로 ㈜나비소셜컴퍼니를 잘 설명해 주는 듯하다. (주)나비소셜컴퍼니는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사회적 생태계를 설계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발달장애 친구들이 ‘나를 발견하고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삶 Be’를 공유하는 곳이다.“‘나비’에서는 남다른 것이 주는 한계와 불편함을 공감해 주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2년, 이 정도 역사성을 지닌 청소년독서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전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역사일 것이다. 춘천청소년독서아카데미는 춘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책 좀 읽는다는 증명서와 다름없다. 한 번도 안 가본 청소년은 있어도 한 번만 가지는 않았음 직한 독서 행사다. 강원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전교조 춘천화천중등지회에서 주관하는데, 지난해에는 모두 네 차례 강연이 있었다.독서동아리별로 사전에 책을 읽고 토론을 거친 다음 강연회에 참석해 질의하고 응답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강연도 중요하지만, 사전 독서 과정이 더
《별건곤》은 차상찬이 최초로 책임편집을 맡은 잡지로, 창간호에서부터 세심히 다룬 인물이 임경업이다. 차상찬은 을지문덕·강감찬 등 역사적 인물을 발굴함으로써 조선 민중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했다. 1927년 7월 1일 발간한 《별건곤》 제7호에 실린 ‘드면錄! 그때 이리했으면 지금 조선은 어찌 되었을까’ 시리즈 중 임경업 장군에 대한 글을 지난번에 이어 소개한다.차상찬은 병자호란 등의 외침 시 용맹과 지략이 뛰어난 임경업을 신임하지 않아 나라가 수치를 당하고 민족이 치욕을 당하게 됨을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통탄하며, 그날을
“여러분 오늘은 무슨 날?”“공부하기 좋은 날!”춘천교육문화관 문해교실에서 수업 전 흘러나오는 흥겨운 소리다. 수업을 마칠 때에도 “아자! 아자! 파이팅!”을 외치며 신나게 수업을 마무리한다. 평균 연령 70대 중반의 학습자들.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문해 교사 오염향 씨는 오늘도 그들과 함께 한글 공부를 시작한다. 그는 2014년 평생교육사 실습을 하면서 ‘문해 교사’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엔 봉사로 시작해 지금은 11년 차 베테랑 문해 교사다. 문해 활동을 통해 만난 장애인·비장애인 등 다양한 학습자와 수업을 위
소정의 발전 기금을 내면 지역 주민도 강원대 도서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캠퍼스 안에는 크게 2개의 도서관이 있다. 제1 도서관인 ‘중앙도서관’은 전체 인쇄 장서를 기반으로 교수연구와 심화학습을 지원하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을 맡으며, 2022년에 개관한 신관인 'KNU 미래도서관'은 최근 5~6년 이내에 발간된 국내도서와 첨단 IoT 및 스마트디지털 콘텐츠 중심의 시민 친화형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도서관은 현재 공사로 인하여 휴관 중이나 미래도서관은 방학 중에도 학업을 이어가는 재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문을 열어 두고
민요는 민중의 소리다. 농업이 근간이 되는 근대 이전 시대에 민중은 농민이 대부분이었기에 민요는 농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태어나면서 “자장자장”과 같은 ‘아기 재우는 소리’와 “둥게둥게”와 같은 ‘아기 어르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고, 커서는 농사를 지으며 “얼럴러 상사데야”와 같은 ‘논매는 소리’ 등을 부른다. 마지막 가는 길에는 “어화넘차 어~호!”하는 ‘상여소리’와 “에호리 달~호!” 하는 ‘회다지소리’를 들으며 생을 마감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단어가 민요에도 적용되는 셈이다.위에서 언급한 소리는 모두
춘천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흔히 요즘 애들은 책 읽기를 싫어하고 온라인 콘텐츠와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더욱 자극적인 영상매체에 중독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아이들에게 직접 들어보자.책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 있나요?강서중 1학년 우비 저는 독서를 좋아해요!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특히 좋아하는데, 인간의 우울함 같은 부정적인 면을 잘 표현한 것이 재밌었어요. 책을 읽고 나서 주인공과 같이 우울해졌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살면서
신연교를 건너 의암호를 옆에 끼고 서면 방향으로 달린다. 푸른 물결 넘어 레고랜드 건물이 선명하게 보인다. 어린이글램핑장을 지나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는 애니메이션박물관. 토이로봇관은 바로 그 옆이다.어른과 아이들이 AR로봇·거미로봇·미션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직접 조작하며 체험해 볼 수 있는 곳. VR 체험존에선 아이들의 흥미진진한 얼굴을 볼 수 있다. 토이스튜디오에서는 로봇과 드론의 멋진 댄스 공연이 한창이다. 애니메이션과 연계된 토이로봇관을 둘러보면 어른은 지친다. 쉼터가 간절하기 마련이다. 주변에 카페도 있지만 추천하는 장소
김현숙 작가홍익대학원 미학전공 및 백석대학원 미술학 박사개인전 17회(인사아트센터, 한전아트갤러리, 공화랑, 춘천미술관 외)단체전 약 300여 회(내오전, 아트인 강원, 춘천 모두의 미술, LOVE전 등)해외 아트페어(NewYork Hamton, Tokyo, HongKong, Bejing Art Fair 외) 작가의 말빛나는(華) 삶이란, 앞서는 말보다 듣는 지혜로 더불어 살기를 바라며(和) 더디지만 언젠가는 열매를 맺는다는 희망의 씨앗을 품는 여유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그것을 그림(畵)으로 말하고(話) 싶다. 선물같이
《별건곤》은 차상찬이 최초로 책임편집을 맡은 잡지로, 창간호에서부터 세심히 다룬 인물이 임경업이다. 차상찬은 을지문덕·강감찬 등 역사적 인물을 발굴함으로써 조선 민중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했다. 이번에는 1927년 7월 1일 발간한 《별건곤》 제7호에 실린 ‘드면錄! 그때 이리했으면 지금 조선은 어찌 되었을까’ 시리즈 중 한 꼭지를 소개한다.일편고성만고수一片孤城萬古羞 한 조각 외로운 성이 만고에 부끄러워 남아도차루감류男兒到此淚堪流 사내대장부 이곳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노라.가련동국무장검可憐東國無長劒 가련한 우리나라 장검이 없으니
지난해 《춘천사람들》이 지면을 개편하면서 신설한 ‘책도시춘천’에서 함께 활동했던 시민기자들을 소개한다. 마을도서관이나 북카페 등 책과 관련된 춘천의 크고 작은 공간과 독서동아리·작가·독자 등 책 읽는 도시로서 춘천의 성장을 지향하는 시민들을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했던 지난 1년을 돌아보며 2023년이 우리에게 남긴 것과 2024년에 우리가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취재와 인터뷰에 익숙한 시민기자들이지만, 정작 본인들이 질문을 받으니 다소 낯설어하면서 조금씩 대답이 서툴기도 했다. 인터뷰를 당했던 시민들의 마
《춘천사람들》은 갑진년(甲辰年) 새해 1월, 네 번의 기획 인터뷰를 준비했다. 춘천에서 살아가는 예술인·창업 청년·어린이집 원장·외국인 유학생 등이 들려주는 새해 목표와 바람은 결국 지역사회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1월에 소개되는 인터뷰는 12월에 다시 찾아온다. 《춘천사람들》은 올 연말 이들을 다시 만나 1월에 밝힌 목표와 바람이 지역에서 실현됐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 실패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 그간의 사정을 다시 들려줄 계획이다. 그를 통해 춘천이 꿈을 이루고 살만한 도시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첫 순서로 문화와 예술
민요는 글자 그대로 민(民)의 소리이기에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마련이다. 지역에서 소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학교에서 악보를 보고 정식으로 배운 사람들이 아니다. 제도권 교육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통시대 사람들은 태어나 한 사람의 일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리도 익힌다. 따로 가르치는 이도 없거니와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강요하는 이도 없지만, 듣고 따라 부르면서 저절로 체득한다. 옛날 조상들이 그랬듯이 몸으로 익힌 소리는 다음 세대와 함께 일하는 과정을
일상의 기록, 94편의 일기를 모아 첫 에세이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를 출간한 그림책 작가 오소리 씨. 그는 지난 10월 꼬이는 상황, 공연한 오해에 관한 이야기를 《개씨와 말씨》를 통해 풀어낸 그림책 작가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는 《노를 든 신부》와 《엉엉엉》, 《빨간 안경》>이 있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다가 첫 수필집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먼저 출판사에서 제안을 해주셨어요. 처음엔 편지 형식의 에세이라고 알고 있다가 아니라는 걸 알고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다 그동안 쓴 일기가 생각났어요.책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소규모 마을 도서관인 ‘작은도서관’은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 가까운 곳에서 주민들의 독서력을 높이고 지역공동체 문화를 확산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지난 10월 ‘봄내도서관’이란 이름으로 또 하나의 ‘작은도서관’을 연 김유경 관장은 ‘건물 면적 33㎡, 장서 1천 권 이상’이면 어렵지 않게 작은 도서관을 개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2월, 30여 년 넘게 몸담고 있던 교단에서 퇴직한 후, 그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구상한 공간은 ‘작은도서관’이었다. 이곳에 대한 아이디어는 집에서 나와 책을 읽고 글도 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