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등록 외국인 남성을 지원한 일이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2년 정도 대학에 다니다 내전 중이던 고국 콩고로 돌아갔다. 고향 콩고에서 당시 한국 교환학생으로 만났던 아내와 결혼했고 지금은 아내와 한국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 들어올 때 3개월 단기 비자로 들어와 3년째 미등록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다고 했다.그는 콩고에 있을 때 컴퓨터 프로그래머 전공을 살려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았다. 주로 토마토 농장과 깻잎 농장을 전전하면서 한국에 온
신문이 매일 쌓인다. 눈은 하루가 다르게 침침한데, 활자에 대한 욕심은 어찌나 많은지…. 또 지역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대단한 의리나 의무인 듯 구색 맞춰 신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욕심과 다르게 햇살 좋은 창가에서 신문을 읽는 여유로움은 많지 않다. 업무와 관련된 일들이 기사화되는 것이 불편해 일부러 눈길을 주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땐 신문이 무겁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춘천사람들》이 의욕과 열정으로 20면으로 증면했을 때, 내가 쓰는 기사도 아니고 내가 마감할 일도 아니지만 나는 무거웠다. 20면의 《춘천사람들》이 발행
춘천에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던 2019년 당시 내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가족을 잃었고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들었던 생각은 ‘살고 싶다’ 였다. 그 이후 내 삶이 왜 이리 고달프고 힘든지 그 원인을 차근차근 하나씩 되짚어보았다. 그 과정에서 10여 년 전 직장에서 성폭력을 겪은 것이 떠올랐고 10년이 지난 뒤에야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인지했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혹시라도 내가 잘못한 것은 없나 하는 물음표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다녔다.그러던 중 ‘성폭력상담소’를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하늘길이 열리면서 지난해부터 루마니아·핀란드·몬트리올·카자흐스탄·일본 등 부지런히 해외 인형극제를 다녔다. 외국의 여러 축제를 보러 다니며 스스로 물었다. 축제가 뭘까? 난 무엇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가?이렇게 답을 써본다. 축제는 ‘모여서 신나고 힘이 나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럼 공연예술축제는 뭘까? 어떻게 해야 즐겁고 힘이 날 수 있을까? 결국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다. 첫 이야기에서 먼저 얘기했던 성인 인형극 관객의 확장 역시 결국은 좋은 작품, 곧 콘텐츠다. 이번 샤를르빌 인형극제는 28개 극장
춘천은 산과 아름다운 호수와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자연의 품에서 편안한 휴식과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다.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에서 자전거로 단 15분 정도만 나가면 논과 밭, 산과 강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곳곳에 가로등과 깔끔한 산책로, 그리고 공공 화장실 같은 현대 문명의 흔적을 볼 수 있지만, 수도권 공원처럼 인공적인 자연과는 크게 다르다. 춘천의 색과 향기는 모두 진실하다. 이런 곳에서는 아파트에 살아도 무위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작은 정원을 가꾸거나 애완동물을 기른다
핵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적잖이 당황스러워 한마디 한다. 농식품부에서 인증하는 제도가 여럿 있는데 농산물을 인증하기 위한 제도로는 친환경농산물인증과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제도가 대표적이다. 친환경농산물인증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재배방식으로 병해충 발생 시 식물에서 추출한 농약 성분을 이용해 방제하는 반면, GAP 인증제도는 농가에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농약을 기준치에 맞춰 적절하게 사용해 안심하고 농산물을 섭취하도록 하는 제도다.GAP 인증제도는 농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농약 안전사용기준’을 토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사반세기를 일한 직장생활이 실패로 끝났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 같은 건 없었지만, 지역문화 창달이라든지 ‘문화 사랑방’이라는 자부심 따위의 소명이 박봉의 세월을 견디게 해준 이유쯤이 되었는데, 서점도 망하고 나도 대충 경제적으로 망했다.맞다. 부도난 ‘광장서적’ 얘기다. 쉬는 날 오후에 부도 소식을 들었는데 하필 당일 저녁에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민중대회에서 ‘호수를닮은사람들’ 멤버로서 노래공연이 예정돼 있었기에 참말로 웃다가 울다가 노래하다가 그랬다.종이책 유통시장은 완벽한 사양산업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프랑스의 작은 도시 샤를르빌메지에르는 1961년에 국제인형극제를 시작해 축제를 여는 도시에서 세계인형극의 메카로 자리를 잡았다. 1981년에는 국제꼭두극연맹((UNIMA) 세계 본부를 유치했고, 1981년부터 국제꼭두연구소(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를 개설했으며, 1987년부터는 국립꼭두고등예술학교(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 ; ESNAM), 흔히 ‘에스남 국립인형극학교’라는 학교를 세웠다. 한마디로 인형극 관련 주요 단체는 다 모였다고
나는 미얀마의 작은 도시 타칠릭에서 왔다. 어릴 때부터 계속 타칠릭에서 살았다. 집안의 막내로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점수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대학교를 선택했다. 대학교에 입학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고민 끝에 공대와 치과대·약학대, 그리고 만달레이 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선택했다. 각 대학교 합격자 결과가 나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내 이름을 찾을 수 없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다. 어떤 부분을 잘못 제출했을까 싶어 복사해 둔 입학신청서를 찾아봤더니 만달레이 외국어대 독일어과에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읽고 찾는 신문. 그런 신문이 신문으로서 역할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문, 언론이 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전에 《춘천사람들》의 독자층에서 젊은층이 거의 없다 보니 젊은 기사, 청년 관련 기사가 많이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이후 이러한 의견을 적극 반영해 청년 관련 기사도 많이 나오고, 춘천시의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내용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요즘은 신문을 종이보다 모바일이나 컴퓨
마을 일과 포도 농사에 진심이었던 선배 같은 후배. 암 투병 끝에 결국 떠났다는 소식에 경상도로 달려갔다. 마지막 인사를 위해 많은 이들이 모였고, 늙은 농부들은 젊은 사람 앞세웠다며 상심하고 있었다. 몇 년 만에 본 얼굴들이 반갑고 근황이 궁금했지만, 인사를 주고받는 말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배는 고파서 육개장을 퍼먹고 있었는데.“요즘 춘천 공기가 별로라며?” 경상도에서 민주당으로 고군분투 정치하고 있는 선배가 소주잔을 따라 채워 건넨 말. 공기? 뜬금없어 어리둥절하다가 겨우 알아챘다. 도지사나 시장이 바뀌
세계인형극인들이 2년마다 열리는 축제에 한 번씩은 꼭 다녀오고 싶어 한다는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 인형극제에 올해는 한국이 ‘KOREA FOCUS’로 초청됐다. 춘천인형극제도 국내 작품을 추천하고 샤를르빌 예술감독도 따로 공모를 열어 최종적으로는 네 편이 선정됐다. 예술무대 산의 , 스튜디오 햇의 , 백솽팩토리의 , 극단 더베프의 였다.축제 측은 메인 광장인 뒤칼 광장으로부터 가까운, 유명한 에스남(ESNAM) 국립인형극학교 바로 옆 극장인 르 포럼(Le Forum) 극장을 ‘
세상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 새로운 세대는 부모의 전통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습관이나 풍습은 늘 변한다. 올해는 내가 처음 유학생으로 춘천에 와서 추석을 맞은 지 17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한림대 5학년 학생이었던 나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풍습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서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 추석의 의미와 풍습, 특히 민족의 대이동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와 함께 유학을 온 내 친구는 추석 때 일어난 일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추석을 약 일주일 앞두고 교수나 친구들이 추석 연휴에 대해 알려주
늙음아, 너 늙음을 알아? 알지. 때라는 걸. 누군가 그랬어. 때를 알면 삶이 보인다고. 또 누구는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어. 늙은이는 저녁노을에서 나를 보는 사람이야. 어디쯤인지 빨갛게 물드는 노을에서 나를 보기도 해. 지난 걸음걸음에 무엇을 심고 어떤 얘기를 쓰며 여기 왔는가. 보람을 심었다면 자랑스러움이 자랐을 거고, 그저 생각 없이 왔다면 부끄러움이 가득하겠지. 어쩌다 부끄러운 자리에 선 걸 보거든 씁쓸한 눈물 한 방울 툭! 잊어버려. 지난날에 잡히면 오늘이 무거워. 새로운 오늘을 보람있게 살아. 다
지난 8월, 잼버리 파행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를 위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당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개의 시간이 되어도 상임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다리던 여가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대기 중이라는 김 장관을 찾아 나섰고, 마침 복도에서 여가부 대변인을 발견했다. 김 장관이 어디 있냐는 추궁에 여가부 대변인은 급히 화장실로 숨어버렸고, 여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과 대기실 등을 다녔지만 끝내 김현숙 장관을 찾지 못했다. 난데없는 장관의 잠수로 상임위가 파행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난주,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내리자 축제 측에서 한국 인형극단 공연팀과 춘천인형극제 사무국 일행을 태우러 차를 보내주었다. 운전자는 내 또래의 전직 경찰 출신 아저씨였는데, 퇴직 후 축제 때면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그는 나중에 우리가 귀국할 때도 새벽에 호텔 앞으로 와주었다. 그는 작은 시골 마을에 외국 손님들이 찾아와 준 게 고맙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인형극을 보고 자랐다고 했다.그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파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샤를르빌메지에르였다. 작지만 2년마
지난 18일 5명의 독자위원이 모였다.A : 후쿠시마 핵오염수 의제와 관련한 기사가 여러 건 있었는데, 대부분 반대하는 논리만 있었다. 찬성하는 쪽의 입장과 근거도 궁금했다. 어린이 지면에 있는 ‘집콕시네마’ 코너가 참 좋았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의 영화를 소개하는 데 편안함을 느꼈다. 유튜브에 영화 리뷰를 간단하게 올려도 좋겠다.B : 8월 7일 발행된 제380호 1면 기사 제목 “위험 가로수 ‘싹뚝’…대안은 없을까?” 타이틀이 질문을 던지는 좋은 타이틀이었는데, ‘싹둑’을 ‘싹뚝’으로 잘못 써서 옥의 티였다.C : ‘낯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은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내용을 보면 절차적으로 정당한지, 실익은 있는지 의문이다.레고랜드 사업 초기부터 개발방식의 문제와 7천억 원 이상의 혈세 낭비를 정확히 예견했던 학습효과 덕분에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춘천시가 밝힌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절차적 정당성, 투입 예산의 적절성, 실현 가능성, 사업의 수혜자 등의 측면에서 많은 의문이 든다.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검토보고서를 보면 춘천시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으로 이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공모기준에
지난 21일 국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함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됐다. 체포동의안 상정에 앞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라며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고 밝혔다. 누구는 검찰의 ‘꽃놀이패’라고 했다. 혐의의 경중을 떠나 장기 단식 중인 거대 야당의 대표를 잡겠다며 굳이 회기에 체포동의서를 보낸 검찰의 꼼수는 졸렬함을 넘어 사악하기까지 하다.그런데 의아한 건 이런 검찰의 뻔한 수를 왜 눈 뜨고 당했을까 하는 점이다. ‘방탄’이라는 조롱과 ‘분
휴일을 맞아 김유정문학촌을 찾았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들판 사이로 비가 내렸다. 미처 긴 옷을 준비하지 못해 ‘반팔’ 티셔츠 아래로 소름이 돋았다. 한 계절이 끝나고 있다는 신호다. 향수병이 고향의 건기처럼 마음 깊이 들어올 때가 있다. 바로 이 무렵이다.필리핀은 덥고 습해서 늘 그날이 그날 같지만 그래도 이즈음의 춘천은 필리핀의 9월 건기와 닮았다. 필리핀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의 건기 동안 바닷물의 수온도 함께 내려간다. 그럴 때 남편이 함께 가자고 유혹하는 곳이 김유정역과 그 주변이다. 김유정역의 레일바이크는 내가 ‘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