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형극인들이 2년마다 열리는 축제에 한 번씩은 꼭 다녀오고 싶어 한다는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 인형극제에 올해는 한국이 ‘KOREA FOCUS’로 초청됐다. 춘천인형극제도 국내 작품을 추천하고 샤를르빌 예술감독도 따로 공모를 열어 최종적으로는 네 편이 선정됐다. 예술무대 산의 , 스튜디오 햇의 , 백솽팩토리의 , 극단 더베프의 였다.축제 측은 메인 광장인 뒤칼 광장으로부터 가까운, 유명한 에스남(ESNAM) 국립인형극학교 바로 옆 극장인 르 포럼(Le Forum) 극장을 ‘
세상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 새로운 세대는 부모의 전통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습관이나 풍습은 늘 변한다. 올해는 내가 처음 유학생으로 춘천에 와서 추석을 맞은 지 17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한림대 5학년 학생이었던 나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풍습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서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 추석의 의미와 풍습, 특히 민족의 대이동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와 함께 유학을 온 내 친구는 추석 때 일어난 일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추석을 약 일주일 앞두고 교수나 친구들이 추석 연휴에 대해 알려주
늙음아, 너 늙음을 알아? 알지. 때라는 걸. 누군가 그랬어. 때를 알면 삶이 보인다고. 또 누구는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어. 늙은이는 저녁노을에서 나를 보는 사람이야. 어디쯤인지 빨갛게 물드는 노을에서 나를 보기도 해. 지난 걸음걸음에 무엇을 심고 어떤 얘기를 쓰며 여기 왔는가. 보람을 심었다면 자랑스러움이 자랐을 거고, 그저 생각 없이 왔다면 부끄러움이 가득하겠지. 어쩌다 부끄러운 자리에 선 걸 보거든 씁쓸한 눈물 한 방울 툭! 잊어버려. 지난날에 잡히면 오늘이 무거워. 새로운 오늘을 보람있게 살아. 다
지난 8월, 잼버리 파행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를 위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당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개의 시간이 되어도 상임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다리던 여가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대기 중이라는 김 장관을 찾아 나섰고, 마침 복도에서 여가부 대변인을 발견했다. 김 장관이 어디 있냐는 추궁에 여가부 대변인은 급히 화장실로 숨어버렸고, 여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과 대기실 등을 다녔지만 끝내 김현숙 장관을 찾지 못했다. 난데없는 장관의 잠수로 상임위가 파행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난주,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내리자 축제 측에서 한국 인형극단 공연팀과 춘천인형극제 사무국 일행을 태우러 차를 보내주었다. 운전자는 내 또래의 전직 경찰 출신 아저씨였는데, 퇴직 후 축제 때면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그는 나중에 우리가 귀국할 때도 새벽에 호텔 앞으로 와주었다. 그는 작은 시골 마을에 외국 손님들이 찾아와 준 게 고맙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인형극을 보고 자랐다고 했다.그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파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샤를르빌메지에르였다. 작지만 2년마
지난 18일 5명의 독자위원이 모였다.A : 후쿠시마 핵오염수 의제와 관련한 기사가 여러 건 있었는데, 대부분 반대하는 논리만 있었다. 찬성하는 쪽의 입장과 근거도 궁금했다. 어린이 지면에 있는 ‘집콕시네마’ 코너가 참 좋았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의 영화를 소개하는 데 편안함을 느꼈다. 유튜브에 영화 리뷰를 간단하게 올려도 좋겠다.B : 8월 7일 발행된 제380호 1면 기사 제목 “위험 가로수 ‘싹뚝’…대안은 없을까?” 타이틀이 질문을 던지는 좋은 타이틀이었는데, ‘싹둑’을 ‘싹뚝’으로 잘못 써서 옥의 티였다.C : ‘낯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은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내용을 보면 절차적으로 정당한지, 실익은 있는지 의문이다.레고랜드 사업 초기부터 개발방식의 문제와 7천억 원 이상의 혈세 낭비를 정확히 예견했던 학습효과 덕분에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춘천시가 밝힌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절차적 정당성, 투입 예산의 적절성, 실현 가능성, 사업의 수혜자 등의 측면에서 많은 의문이 든다.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검토보고서를 보면 춘천시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으로 이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공모기준에
지난 21일 국회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함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됐다. 체포동의안 상정에 앞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라며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고 밝혔다. 누구는 검찰의 ‘꽃놀이패’라고 했다. 혐의의 경중을 떠나 장기 단식 중인 거대 야당의 대표를 잡겠다며 굳이 회기에 체포동의서를 보낸 검찰의 꼼수는 졸렬함을 넘어 사악하기까지 하다.그런데 의아한 건 이런 검찰의 뻔한 수를 왜 눈 뜨고 당했을까 하는 점이다. ‘방탄’이라는 조롱과 ‘분
휴일을 맞아 김유정문학촌을 찾았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들판 사이로 비가 내렸다. 미처 긴 옷을 준비하지 못해 ‘반팔’ 티셔츠 아래로 소름이 돋았다. 한 계절이 끝나고 있다는 신호다. 향수병이 고향의 건기처럼 마음 깊이 들어올 때가 있다. 바로 이 무렵이다.필리핀은 덥고 습해서 늘 그날이 그날 같지만 그래도 이즈음의 춘천은 필리핀의 9월 건기와 닮았다. 필리핀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의 건기 동안 바닷물의 수온도 함께 내려간다. 그럴 때 남편이 함께 가자고 유혹하는 곳이 김유정역과 그 주변이다. 김유정역의 레일바이크는 내가 ‘애정’
김유정문학촌 운영방식의 문제점수년간 계속된 문학촌에 대한 논란은 김유정문학촌 운영체제 방식에 근본 원인이 있다.2002년 문학촌 개관 당시만 해도 생가만이 단출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전국적으로도 몇몇 문학관들이 소박한 형태로 개관될 뿐이었다. 이때만 해도 운영체계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공무원을 파견하여 직접 운영하거나, 지역의 문인단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학관이 단순히 한 작가를 기리는 기념관에서 벗어나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게 되면서 김유정문학촌도 그 규모와 영역이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운영
‘생생리포트’ 첫 회를 취재하고 글로 옮기면서 양양군이 생각났다.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무려 1천638만 명이 양양을 찾았다. 올해 6월 기준 3만에 불과한 양양 인구와 비교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양양을 이렇게 달라지게 했을까?지역 자원에 대한 한 사업가의 색다른 관점과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에서 비롯됐다. 로컬 크리에이터 박준규 씨는 바다라는 아름다운 자원에 주간 콘텐츠인 서핑과 야간 콘텐츠인 비치 파티를 합쳐서 해외를 가지 않고도 충분히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해변에서 밤늦게까지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을
춘천시가 국토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후보지에 캠프페이지가 선정됐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내년에 최종 선정되면 국비 250억 원에 시비 167억 원을 더해 기반시설공사를 하고, 2조4천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대규모 복합상가와 호텔, 주거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춘천시가 대주주인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해 공공개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에 무턱대고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내걸린다. 마치 그 엄청난 돈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엄청난 사업이
2023년 6월 현재 춘천시 인구는 통계청 KOIS 통계지표에 따르면 28만 6천938명이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춘천시의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29만 1천311명이며, 8월 현재 인구도 29만 1천188명 수준이다. 춘천시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원년을 맞아 ‘인구 30만 명 돌파’에 나선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도 인구 수가 29만 명 초반대에 머물러 좀처럼 증가할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춘천시는 행정조직도 확장할 수 있고 강원도의 사무 일부를 이양할 수 있게 되어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올초
從爲苟順 눈앞에서 따르면 구차하게 순응하는 것이고背非卽反覆 돌아서서 비난하면 줏대 없는 것이니 始終心莫渝 시종일관 마음이 다르지 않아야事君道乃直 임금을 섬기는 도리가 곧은 것이다무릇 임금을 대면해서는 순응하고 뒤돌아서서는 비난하는 건 구차하고 줏대 없는 짓이니 임금을 섬기는 옳은 도리는 시종일관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제학 김감金勘이 이 시를 지어 바치자 연산군은 모든 관리가 차고 있던 신언패에 이 시를 새겨 넣게 했다. 연산군이 말조심하라는 경구를 새겨 목에 걸게 했다는 신언패愼言牌. 언론에 재갈을 물릴 때마다 빠지지 않
나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상대적으로 큰 도시에서 성장했다. 내 또래의 러시아 시민들처럼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는 것에 익숙하고, 재래시장에 대해서는 의심과 불신이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에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도시 투어를 진행할 때 그들이 왜 무조건 재래시장에 가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 러시아 곳곳에 많은 시장이 생겼다. 당시 시장은 최소한의 규제만 있어 쉽게 속이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팔았다. 시장 관리자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이 판매자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만 생각했다. 중요한
제17회 김유정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8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렸다. 하지만 수상자를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다. 잘못이 바로 잡히지 않은 김유정문학상의 미래가 위태롭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이나 쓰려다 접어두었던 이글을 다시 꺼내 든다.가을이면 김유정의 이름을 단 문학상 수상자들이 속속 발표되고, 문학촌 사람들은 축제 준비로 한창이다. 방문객들이 몰리는 이 시기에 문학촌의 풍경은 맑은 가을하늘과 어우러져 어느 곳을 보아도 한 폭의 동양화 같다. 하지만 평화로운 풍경 뒤에 감춰진 문학촌의 속사정과 민낯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시기의 문학촌
나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며 한국 정부의 정책은 내 가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비판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무리한 결정이라고 느꼈다. 이 결정은 50만 명의 고려인 디아스포라(Diaspora)에게도 놀라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홍 장군은 단순히 일본 점령군에 대한 항쟁뿐만 아니라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의 고단함과 고초를 상징하는 중요한 아이덴티티(ide
‘경박함’이란 ‘말이나 행동이 조심스럽지 못하고 가벼움’을 뜻한다. 이 시국에 김진태 도지사의 행보가 불안했다. 6·1 지방선거 당시 공천 과정에서 ‘5·18 북한국 개입’ 논란과 종교 폄하 발언 등 숱한 설화 속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갔던 그가 또다시 무지와 몰역사적 인식으로 무장하고 강원도민과 국민 앞에 나타났다.지난달 31일 김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홍범도 장군 동상은 철거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 장군을 “동지를 학살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규정했다. 무릇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목소리의 크기나 권
영월을 관광한 사람이라면 단종 유배지 외에도 한반도 지형을 닮은 곳을 한 번쯤 둘러봤을 것이다. 원래 이름은 서면(西面)이었으나, 2009년 10월 20일에 ‘한반도면’으로 변경되었다. 이 이름은 마치 한반도를 닮은 옹정리 선암마을 인근 서강의 지형에서 유래하였다. 영월에는 그 외에도 김삿갓면과 무릉도원면이 있다. 이 이름에서 문화 관련 콘텐츠를 관광홍보에 활용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느껴진다. 이제는 영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옛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 친구가 홍천 영귀미면으로 터를 옮겼다. 처음 듣는 이름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국방부 장관은 육사의 정신적 뿌리가 신흥무관학교인지 국방경비사관학교인지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국방경비사관학교”라고 당당하게 말했다.1945년 설립된 군사영어학교를 모체로 해서 1946년 설립된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와 조선경비사관학교를 거쳐 1948년 육사가 정식 출범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미 군정이 세운 군사영어학교가 그 뿌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군사영어학교는 1945년 12월부터 1946년 4월 폐교할 때까지 약 110명의 졸업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