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박함’이란 ‘말이나 행동이 조심스럽지 못하고 가벼움’을 뜻한다. 이 시국에 김진태 도지사의 행보가 불안했다. 6·1 지방선거 당시 공천 과정에서 ‘5·18 북한국 개입’ 논란과 종교 폄하 발언 등 숱한 설화 속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갔던 그가 또다시 무지와 몰역사적 인식으로 무장하고 강원도민과 국민 앞에 나타났다.지난달 31일 김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홍범도 장군 동상은 철거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 장군을 “동지를 학살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규정했다. 무릇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목소리의 크기나 권
영월을 관광한 사람이라면 단종 유배지 외에도 한반도 지형을 닮은 곳을 한 번쯤 둘러봤을 것이다. 원래 이름은 서면(西面)이었으나, 2009년 10월 20일에 ‘한반도면’으로 변경되었다. 이 이름은 마치 한반도를 닮은 옹정리 선암마을 인근 서강의 지형에서 유래하였다. 영월에는 그 외에도 김삿갓면과 무릉도원면이 있다. 이 이름에서 문화 관련 콘텐츠를 관광홍보에 활용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느껴진다. 이제는 영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옛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 친구가 홍천 영귀미면으로 터를 옮겼다. 처음 듣는 이름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국방부 장관은 육사의 정신적 뿌리가 신흥무관학교인지 국방경비사관학교인지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국방경비사관학교”라고 당당하게 말했다.1945년 설립된 군사영어학교를 모체로 해서 1946년 설립된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와 조선경비사관학교를 거쳐 1948년 육사가 정식 출범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미 군정이 세운 군사영어학교가 그 뿌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군사영어학교는 1945년 12월부터 1946년 4월 폐교할 때까지 약 110명의 졸업생을
제라늄 꽃이 폈다. 오래전 선물 받은 제라늄을 올봄에 분갈이했는데 잎이 시들시들하면서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라 저러다 죽어버리면 선물했던 지인의 마음마저 잃는 것 같아 조바심내다가 화원에 물어보니 “식물이 몸살을 앓는 거라고, 낯선 흙·낯선 그릇에 담겼으니 당분간 아플 거라고, 햇빛과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두고 지켜보라”고 했다. 제라늄을 집에서 가장 바람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두고 출퇴근할 때마다 지켜보다가 때때로 영 잊어버리기도 하면서 폭서의 여름을 지났다. 그런데 오늘 보니 제라늄이 분홍색 꽃잎을 환하게
말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스승께 여쭸다. “정치를 하신다면, 가장 먼저 무얼 하실 거죠?” 공자께선 “반드시 먼저 말을 바로 잡을 것이다(=正名)”라고 답하셨다. 말은, 지시어와 그 지시 대상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말은, 비로소 말이 된다. 우리의 개념 있는 삶의 요체는, 무엇보다도 개념 있는 언어 사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민주주의를 지키려 애쓴 춘천의 대학생 100여 명이 전두환 군사 정권하에서 보안사에 끌려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당했다. 쿠데타로 집권하고, ‘가짜 정의’를 외치
음력 7월 17일인 9월 1일은 1592년 임진왜란 때 붉은 동백으로 조선의 남쪽 바다를 지키다 순국한 춘천 출신 충장공 한백록 장군의 431주기이다.한백록 장군은 1555년(명종 10년)에 춘천시 서면 당산리(현 방동1리)에서 출생하였다. 춘천의 산과 강에서 뛰놀며 장군봉 전설을 가슴에 담고 자란 장군은 1580년(선조 13년)에 알성무과에 급제하였다. 첫 발령은 경복궁 수문장이었으나 곧바로 대전 진잠 현감으로 부임해서 목민관으로서 백성들을 다스렸다.그러나 남쪽 바다가 심상치 않자 선조는 1591년(선조 24년)에 장군을 경상도
‘춘천’ 하면 떠오르는 도시 이미지가 무엇일까? 문화도시·교육도시·호반의 도시···. 춘천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도시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를 볼 수 있다. 그 로고 설명을 보면 춘천시가 미래비전으로 제시하고 브랜드는 ‘행복도시’이다. 그러나 정작 춘천의 이미지로 행복도시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8월 춘천에서는 강원·춘천세계태권도문화축제가 열렸다. 대회 기간에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집행위원회회의에서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춘천 유치가 결정되었다. WT 본부는 국비 등을 포함해 약 190억원 투입해 4층 규모로
1597년 1월 조선 조정은 이순신에게 가토 기요마사가 다시 조선에 상륙하려 한다며 출동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고니시 유키나가가 첩자 요시라를 시켜 판 함정이었다. 가토와 관계가 나쁜 척하면서 가토에 대한 거짓 정보를 흘렸다. 요시라에 속은 선조는 이순신에게 출병을 명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바닷길이 험난하고 왜적이 필시 복병을 설치하고 기다릴 것”이라며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왜군의 유인책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가토 기요마사가 이미 여러 날 전에 남해안에 상륙한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그러나 이순신은
러시아에는 많은 명절과 공휴일이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풍부한 휴일이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도 말한다. 공휴일이 너무 많아서 12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러시아에서는 행정 문제를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공공기관이 지속적인 휴일 모드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립 기관의 거의 모든 직원은 12월 31일부터 1월 10일까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사실 12월 마지막 주에도 다양한 회사 파티가 시작되며, 직원들 대부분이 레스토랑으로 가거나 사무실에서 바로 술자리를 만든다. 거의 비슷한
LH에서 주택을 매입해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 있다. 수급자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나도 LH에서 시행하는 전세 임대나 공공임대에 여러 번 당첨돼 혜택을 받은 경험이 있다.이번에도 춘천시로부터 공문을 받고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했다. 몇 개월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했더니 모집은 시에서 하지만, 사업은 LH에서 시행하는 것이니 LH에 문의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1년이 다 지나가도록 연락이 없어 안 되겠다 싶어 LH에 방문했더니 내 이름이 입주자 대기 명단에 있었다. 길게는 2년 정도
여전히 어색한 두 번째 ‘독자비평’을 쓰기 위해 3주 동안 손길이 닿지 않았던 ‘춘천시민의 신문’ 《춘천사람들》을 펼쳤다. 제379호 1면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인 방역 당부에 관한 기사였고, 제380호 1면은 위험 가로수 관리에 대한 필요성과 대안에 관한 내용의 기사였다.각호의 1면 기사의 내용이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관심과 공감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되었는데, 제381호 1면의 ‘청소년 버스 정기권을 도입하자’라는 제목의 기사와 내용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정책을 제안하는 내용보다 1면에 들어가는 기사 내용은 시민
현재의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의 시대이다.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국가가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겠다. 정치·경제·외교 등 어느 한 부문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가 위기인 것은 어느 때보다도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핵심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당장 먹을거리 수산물이 위협받고 있다. 바다를 공용하고 있는 이웃들과 협의 없이 이뤄지는 이번 방류는 사실
지난 24일은 둘째 아이의 생일. 공교롭게도 그날 오후 1시 무렵 일본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방류했다. 아이의 생일을 핵 오염수 방류와 함께 기억해야 한다니 끔찍하다.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세금으로 영상까지 만들어 방류를 고무·찬양하고 있으니 해방 이후 이처럼 노골적인 친일정권이 있었던가!8월 18일, 미국 워싱턴 D.C.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3국 안보협의체를 출범시킨 직후 미국은 아무 거리낌없이 ‘동해’를 ‘일본해’로 공식 표기했다. 이에 질세라 살살 눈치만 보던 일본도 핵 오염수 방류를 전격적
Y읍으로 그녀를 만나러 갔다.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가정은 상담소에서 사례관리와 함께 방문상담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그녀도 같은 경우였다. 2022년 겨울이었다. 남편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휴대폰을 던져서 그녀의 이마가 터졌다며,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한국어와 필리핀어를 반쯤 섞었다. 그녀와 폭력상담을 진행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녀는 상담소의 지원을 받아 병원 치료까지 했지만, 남편을 가정폭력 가해자로 고소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의 가정폭력처벌법은 피해자의 처벌 의지가 없으면 처벌하지 못한다. 8월의
런던 올림픽이 있던 2012년 8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었습니다. 출연하는 작품인 스즈키 타다시의 가 인터내셔널 축제에 초청되어 참여차 간 그곳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였습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수많은 작품이 넘쳐나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자 하는 수많은 관객으로 가득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연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 고풍스러운 도시는 아름다웠습니다. 이 도시에서는 시간이 묻어나는 오래된 모든 것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거리, 골목, 광장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에게서는 활기 넘치는 행복한 눈빛들
지난 14일 오전 경북 고령의 한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했다. 고령군은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하고 주변 산 출입을 금지했다. 1시간 만에 목장 근처에서 발견된 사자 ‘사순이’는 결국 사살됐다. 동물원 탈출 사건은 올해만 해도 세 번째다.지난 11일에는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침팬지 2마리가 탈출했다. 암컷 ‘알렉스’는 사육사의 설득에 우리로 돌아왓지만 수컷인 ‘루디’는 계속 도망가다가 마취총으로 제압당했다. 안타깝게도 이후 ‘루디’는 깨어나지 못하고 죽었다. 또 지난 3월에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
8월 16일 오후 3시경 춘천 시내 상공에서 들리는 느닷없는 비행기 굉음에 놀란 시민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뒤이어 비행기 8대가 짝을 이루어 오색 연기를 내뿜으며 곡예비행을 하는 것을 본 다음에야 에어쇼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전승기념일도 아니고 광복절도 지났는데 무슨 일이지?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나서야 세계태권도 문화축제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개막식 행사에서 블랙이글스가 고공비행 에어쇼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날 사전 비행 연습을 한 것이었다. 개막식 축하 행사로 진행되는 진짜 에어쇼의 비행쇼는 18일 오후 5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습니다 … 따라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었습니다.”그렇다면 독립운동을 탄압한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합니다.”그렇다면 그렇게 지켜낸 대한민국의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총칼과 탱크로 찬탈해 30년간 국민의
나는 러시아 출신이다. 많은 한국인은 모든 러시아인이 보드카를 마신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것은 잘 알려진 고정관념이며 어째서인지 러시아인들도 이 고정관념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러시아는 추우므로 모두가 보드카를 마신다고, 그리고 러시아인들은 보드카를 많이 마셔도 크게 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부분적으로만 맞다. 러시아는 모든 곳이 추운 것도 아니며, 러시아인들도 일반 사람들이니 한국인들처럼 알코올에 취하게 된다.러시아인들과 보드카와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여전히 남자의 기대 수명이 매우
뉴스를 보기가 힘들다.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등에서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와 행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도, 어디까지인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은 다른 나라만 쳐다보고, 거대 여당은 대통령만 쳐다본다. 거대 야당은 여당이 뭘 잘못하는지만 쳐다보고, 작은 야당들은 무력감에 헤맨다. 국민에게 국가는, 정치와 행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동료라는 거추장스러운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