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전철을 탔다.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의 중학교에 입학한 딸은 벌써 대학 3학년이 되었고 대견하게도 혼자 자취 생활을 잘하고 있다. 요즘 학교 도서관에서 알바를 하면서 책에 관심이 많아졌는지 얼마 전 내 생일에는 책을 보내오기도 했다. 학교가 방학을 했는데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며 집으로 내려오지 않는 딸을 보기 위해 상담소에 휴가를 내고 남편과 함께 딸을 보러 가는 길이다. 주말이라 내려올 때 차가 막힐 것 같아 전철을 탔다. 남편은 오랜만에 만날 딸을 기대하며 휴대폰에서 맛집을 검색 중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생겼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교사 개인의 문제로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외롭고 힘들었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7월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환경 조성 및 교사 교육권 보장을 위한 집회’가 열려 전국 교사 4만여 명이 참가했다. 고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열린 7월 22일 보신각 앞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린 두 번째 집회이다. 이 많은 교사가 거리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한 교사
춘천아!너는 오랜 침묵을 지켜왔다봉의산을 뒤로 두고신연강을 앞으로 하여오오 춘천아!너는 어떠한 사명을 띠고 생기었느냐? 《춘천사람들》 17면에 실린 시의 일부분이다. 1928년 1월 18일, 동아일보에 실렸다. 옆에는 신연강에 건설된 다리에 대한 기사이다. 1922년에 배다리인 신연교가 개통됐고, 1930년에는 신연강 철교가 준공되었다. 신연나루를 통해 서울로 오고 갔던 춘천사람들은 이제 다리를 건너면서 신속하게 근대화에 편입되었다. 기사를 흥미롭게 읽다가 ‘봉의산과 신연강은 나란히 춘천을 대표하는 두 상징이었다’는 기사에서 멈추었
[사례1] 춘천시의회가 행정감사 중 노트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스티커’를 부착한 나유경 시의원에 대해서 7월 28일 춘천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비공개 표결 결과 찬성 13표, 반대 9표로 ‘경고’의 징계 수위로 대한 징계안을 원안 가결했다.[사례2] 석사동 주민자치회는 7월 28일 석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벌말공원 주차타워 건립 찬반에 대한 개표를 진행했다. 개표결과 투표에 참여한 주민 99명 중 찬성 55명(55.5%), 반대 36명(36.4%), 무효 8명(8.1%)으로 나타났다. 투표 대상자는 석사동 11~12
1945년 8월 6일, 불청객 ‘꼬마(Little Boy)’가 일본 히로시마를 강타했다. 3일 뒤에는 ‘뚱보(Fat Man)’가 나가사키를 폐허로 만들었다. 길이 3m, 지름 0.7m, 무게 4.5t의 ‘꼬마’는 히로시마 인구 약 35만 명의 40%를 죽거나 다치게 했고 도시의 67%를 폐허로 만들었다. 비슷한 길이에 지름이 두 배인 ‘뚱보’는 나가사키 전체 인구 약 24만 명의 30%를 살상하고 역시 도시의 40%를 폐허로 만들었다. 우라늄으로 만든 ‘꼬마’는 TNT 1만5천t, 플로토늄으로 만든 ‘뚱보’는 TNT 2만t에 해당하
내가 춘천에 가기로 했을 때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비교적 오랫동안 학생·교수·연구원의 신분이었다. 현재는 전국 단위의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실은 서울에 있다. 하지만 나의 가장 활발한 학문적 탐구 시간은 밤이고, 나는 그 시간에 춘천의 우리 집 서재에서 보낸다.이미 말한 바와 같이 2005년 가을 처음 춘천에서 4개월 동안 머물 때 한국어를 배웠다. 당시에는 한림대 국제 기숙사에서 살았고, 친구들과 클럽이나 술집에 갈 때는 강원대 부근으로 갔다. 그 두 곳은 학생 생활에 대한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도 아내와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말, 가끔 사용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좋아하는 스포츠 활동을 하거나 게임을 할 때, 악기를 연주하거나 집중해서 무언가 만드는 일 같이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일에 몰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때 이것을 집중했다거나 몰입했다고 표현하죠. 특히 이렇게 몰입하는 일 중에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고 자주 하고 싶은 일들도 있습니다. 그 일들을 즐길 때, 나도 내가 집중했는지도 모르게 집중했던 기분을 경험해본 적도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분을 몰입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몰입은 주로 개인이 흥미로운
요즘 왜 현장 취재 기사가 뜸하냐는 개인적인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맹꽁이 기사’나 ‘가시박 제거 기사’처럼 현장에 뛰어들어 취재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현장 취재 기사가 확연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변명하자면 이렇다. 우선은 어린이 신문을 담당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춘천 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을 소개하는 ‘어린이 핫플’ 코너 정도는 현장에 가서 살펴보지만 ‘우주’, ‘공룡’, ‘증기기관’ 따위를 설명하는 ‘어린이 위키’ 코너나 이솝우화를 각색해 소개하는 ‘생각넓히기’ 코너 등은 도서관이나 책
여름 휴가철을 맞아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신규 확진자는 6월까지 하루 1만 명대에 머물다 7월 들어 연일 3만 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가장 적었던 올해 3월 20일(3천924명)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9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강원도내 7월 첫째 주 일 평균 확진자도 567명으로 한 달 전 360명에 비해 57.5% 증가했다. 춘천시도 6월 한 달 동안 2천488명 확진됐고, 7월 1일부터 19일까지 20여일 동안의 확진자 수도 이미 2천502명에 달한다. 지난 16일 42명이던 확진자가 주말을
오송 궁평2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졌다. 불가항력의 재난으로 인한 인명손실은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재난관리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이 범람해 제방이 무너졌고, 제방을 넘은 강물은 불과 몇 분 사이에 200여m 떨어진 궁평2 지하차도로 노도처럼 몰려갔다. 436m의 지하차도에 6만t의 물이 가득 차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문제는 당일 새벽 4시쯤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 경보를 발령했고, 5시에 대홍수
오늘은 일요한글교실을 담당하는 날이다. 조금 일찍 출근하여 2층 교육실의 문을 열고 환풍을 시켰다. 교육실 창을 열자 약사동 언덕이 내려다보이고 건넛집 담장으로 붉은 꽃잎이 비에 젖는 게 보인다. 훗날 그 꽃나무의 이름이 배롱나무인 것을 알았다. 배롱나무 꽃잎은 베트남의 히비스커스를 닮았다. 껀터에 있는 우리 집 뒤뜰에도 히비스커스가 한창일 텐데….어제 상담소에서는 폭우가 끊이지 않고 내려 학생들이 올까 걱정했는데 오후 한 시가 되자 기초반 한글 선생님과 학생들이 몰려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수업에 집중하는 그들을 보자, 9년 전의
지난 화요일, 비보가 날아들었다. 40년 넘는 지기의 딸이 스물넷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메시지로 온 부음을 보고 몸이 아프시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했는데, 링크를 여는 순간 앳된 딸의 사진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 조문하러 가면서 친구의 얼굴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막막했다.Momento Mori!죽음을 생각하라. 얼마 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은 뒤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기에 친구 딸의 죽음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지난 11일 자 《경향신문》에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 강종윤 대표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이번 기사에는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뤄져 온 춘천의 생활방사능감시단 활동과 관련한 여정이 압축되어 있었다. 새삼스런 이슈는 아니지만, 다시 다뤄진 이유는 지난달 16일에 있었던 서울행정법원의 행정소송 판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요 골자는 생활방사선법상 건축물도 가공제품 안전기준 대상이 된다고 인정한 것이었다. 춘천시민이 원고가 되어 2020년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해 1심에서 원료물질로 제기한
느닷없는 일은 아니었다.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니까. 몇 주 전 갑자기 신문의 활자가 읽히지 않았다. 나이 서른을 넘겼을 때의 그 이상하고 미묘했던 당황스러움이 두 번째 찾아왔다. 어쨌든 인생 첫 돋보기를 장만했다. 자, 이젠 더디게나마 읽으면 된다.《춘천사람들》 기사는 크게 보면 상근 취재기자와 시민기자의 기사로 채워진다. 시민기자의 기사를 글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기사라고 표현한 이유를 짐작해본다. 올해 봄부터 지면 개편과 증면을 하면서 칼럼 형식의 외부 투고가 줄었다. 대신 시민기자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취재기자의 눈을 대신해주고
2005년 8월 말, 나는 처음 춘천을 방문했다. 속초에서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렸을 때, 러시아 전통 사우나인 ‘바냐’에 들어간 듯한 뜨거운 공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목욕탕에서는 10~15분을 보내고 난 후 흰 눈 위로 뛰어들 수 있는 반면에 8월의 춘천에서는 에어컨 아래나 샤워실에서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같이 온 러시아 친구와 나는 8월 말과 9월 초 동안 하루에 서너 번씩 샤워를 해야만 했다.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춘천보다 더 무더운 여름을 겪은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청구인 공개 모집’이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카톡 단체대화방 몇 군데에 중복되어 올라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7월 30일까지 청구인 신청서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헌법소원은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기 위해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고 잠정조치 등을 통해 국제분쟁 조정으로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부작위라는
춘천문화재단과 나누스페이스는 2020년 ‘노리숲 축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시민들과 함께 지역자원을 활용한 놀이를 발굴하며 자연 속에서 다양한 놀이문화를 만들어 왔다.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숲에서 흙·나무·자연물을 놀잇감 삼아 부지런히 놀았고, 올해는 소양강 물을 활용한 물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즐거운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자연 놀이가 왜 필요할까? 도시화가 진행되며 녹지와 하천 등 자연 공간은 줄고, 건축물과 도로 등 인공물이 빠르게 늘어나며 아이들은 자연이 아닌 상품화된 놀잇감을 먼저 만나며 값과 규격·성능을 먼저 체득한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3주쯤 되었다. 신문이 만들어지는 일주일이 유독 빠르게 지나간다. 기자 일을 하기 전에는 금요일은 한 주의 마지막이라 마음이 이완됐는데, 이제는 신문편집 마감일이다 보니 가장 집중이 필요한 요일이 됐다. 아직 한 주의 일정 시간 분배가 익숙지 않다 보니 목요일과 금요일에 일감이 몰린다. 더불어 머릿속 문자가 글자로 출력되기까지의 부팅시간도 긴 초보 기자다. 아직은 쉽지 않은데 조금은 흥미롭다. 짧은 3주였지만 발걸음을 옮겼던 곳곳에서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 말에 담긴 생각을 전달받고, 예상외의 순간에서 좋은
8,655,600원. 검찰총장 월급이다. 각종 수당은 제외한 금액이다. 1년이면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400,000,000원.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한 달에 쓴 특수활동비다. 1년이면 50억 원에 가까운 돈이다. 중앙지검장 시절에는 2년 동안 40억 원 가까이 썼다. 구체적인 증빙자료는 없었다.뉴스타파가 베일을 벗긴 검찰총장 특활비의 규모와 사용방식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던 시절, 한 달 평균 특활비는 최소 10억 원이 넘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각 지검장에 뿌려주는 돈이고, 나머지 절반
춘천시보건소가 보관하던 몰수마약이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보건소가 지난 6월 15일 마약보관금고가 있는 창고를 재점검해 분실된 것으로 추정된 필로폰, 대마 등 5종 총 500g 몰수 마약을 찾았다고 한다. 무려 10억 원어치에 달하는 분량인데, 수량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받아쓰기 언론들은 이 사안에 대해 하나같이 마약 분실 소동이나 해프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수량 이상이 없다는 것도 취재해 기자가 확인한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옮긴 듯 하다. 자료 사진이 없으니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