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궁평2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졌다. 불가항력의 재난으로 인한 인명손실은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재난관리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이 범람해 제방이 무너졌고, 제방을 넘은 강물은 불과 몇 분 사이에 200여m 떨어진 궁평2 지하차도로 노도처럼 몰려갔다. 436m의 지하차도에 6만t의 물이 가득 차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문제는 당일 새벽 4시쯤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 경보를 발령했고, 5시에 대홍수
오늘은 일요한글교실을 담당하는 날이다. 조금 일찍 출근하여 2층 교육실의 문을 열고 환풍을 시켰다. 교육실 창을 열자 약사동 언덕이 내려다보이고 건넛집 담장으로 붉은 꽃잎이 비에 젖는 게 보인다. 훗날 그 꽃나무의 이름이 배롱나무인 것을 알았다. 배롱나무 꽃잎은 베트남의 히비스커스를 닮았다. 껀터에 있는 우리 집 뒤뜰에도 히비스커스가 한창일 텐데….어제 상담소에서는 폭우가 끊이지 않고 내려 학생들이 올까 걱정했는데 오후 한 시가 되자 기초반 한글 선생님과 학생들이 몰려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수업에 집중하는 그들을 보자, 9년 전의
지난 화요일, 비보가 날아들었다. 40년 넘는 지기의 딸이 스물넷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에는 메시지로 온 부음을 보고 몸이 아프시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했는데, 링크를 여는 순간 앳된 딸의 사진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 조문하러 가면서 친구의 얼굴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막막했다.Momento Mori!죽음을 생각하라. 얼마 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은 뒤 ‘죽음’이라는 두 글자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기에 친구 딸의 죽음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지난 11일 자 《경향신문》에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 강종윤 대표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이번 기사에는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뤄져 온 춘천의 생활방사능감시단 활동과 관련한 여정이 압축되어 있었다. 새삼스런 이슈는 아니지만, 다시 다뤄진 이유는 지난달 16일에 있었던 서울행정법원의 행정소송 판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요 골자는 생활방사선법상 건축물도 가공제품 안전기준 대상이 된다고 인정한 것이었다. 춘천시민이 원고가 되어 2020년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해 1심에서 원료물질로 제기한
느닷없는 일은 아니었다.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니까. 몇 주 전 갑자기 신문의 활자가 읽히지 않았다. 나이 서른을 넘겼을 때의 그 이상하고 미묘했던 당황스러움이 두 번째 찾아왔다. 어쨌든 인생 첫 돋보기를 장만했다. 자, 이젠 더디게나마 읽으면 된다.《춘천사람들》 기사는 크게 보면 상근 취재기자와 시민기자의 기사로 채워진다. 시민기자의 기사를 글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기사라고 표현한 이유를 짐작해본다. 올해 봄부터 지면 개편과 증면을 하면서 칼럼 형식의 외부 투고가 줄었다. 대신 시민기자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취재기자의 눈을 대신해주고
2005년 8월 말, 나는 처음 춘천을 방문했다. 속초에서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렸을 때, 러시아 전통 사우나인 ‘바냐’에 들어간 듯한 뜨거운 공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목욕탕에서는 10~15분을 보내고 난 후 흰 눈 위로 뛰어들 수 있는 반면에 8월의 춘천에서는 에어컨 아래나 샤워실에서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같이 온 러시아 친구와 나는 8월 말과 9월 초 동안 하루에 서너 번씩 샤워를 해야만 했다.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춘천보다 더 무더운 여름을 겪은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청구인 공개 모집’이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카톡 단체대화방 몇 군데에 중복되어 올라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7월 30일까지 청구인 신청서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헌법소원은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기 위해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고 잠정조치 등을 통해 국제분쟁 조정으로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부작위라는
춘천문화재단과 나누스페이스는 2020년 ‘노리숲 축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시민들과 함께 지역자원을 활용한 놀이를 발굴하며 자연 속에서 다양한 놀이문화를 만들어 왔다.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숲에서 흙·나무·자연물을 놀잇감 삼아 부지런히 놀았고, 올해는 소양강 물을 활용한 물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즐거운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자연 놀이가 왜 필요할까? 도시화가 진행되며 녹지와 하천 등 자연 공간은 줄고, 건축물과 도로 등 인공물이 빠르게 늘어나며 아이들은 자연이 아닌 상품화된 놀잇감을 먼저 만나며 값과 규격·성능을 먼저 체득한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3주쯤 되었다. 신문이 만들어지는 일주일이 유독 빠르게 지나간다. 기자 일을 하기 전에는 금요일은 한 주의 마지막이라 마음이 이완됐는데, 이제는 신문편집 마감일이다 보니 가장 집중이 필요한 요일이 됐다. 아직 한 주의 일정 시간 분배가 익숙지 않다 보니 목요일과 금요일에 일감이 몰린다. 더불어 머릿속 문자가 글자로 출력되기까지의 부팅시간도 긴 초보 기자다. 아직은 쉽지 않은데 조금은 흥미롭다. 짧은 3주였지만 발걸음을 옮겼던 곳곳에서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 말에 담긴 생각을 전달받고, 예상외의 순간에서 좋은
8,655,600원. 검찰총장 월급이다. 각종 수당은 제외한 금액이다. 1년이면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400,000,000원.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한 달에 쓴 특수활동비다. 1년이면 50억 원에 가까운 돈이다. 중앙지검장 시절에는 2년 동안 40억 원 가까이 썼다. 구체적인 증빙자료는 없었다.뉴스타파가 베일을 벗긴 검찰총장 특활비의 규모와 사용방식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던 시절, 한 달 평균 특활비는 최소 10억 원이 넘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각 지검장에 뿌려주는 돈이고, 나머지 절반
춘천시보건소가 보관하던 몰수마약이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보건소가 지난 6월 15일 마약보관금고가 있는 창고를 재점검해 분실된 것으로 추정된 필로폰, 대마 등 5종 총 500g 몰수 마약을 찾았다고 한다. 무려 10억 원어치에 달하는 분량인데, 수량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받아쓰기 언론들은 이 사안에 대해 하나같이 마약 분실 소동이나 해프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수량 이상이 없다는 것도 취재해 기자가 확인한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옮긴 듯 하다. 자료 사진이 없으니 말
모나크 나비는 가을이 되면 캐나다 남부에서 멕시코까지 이동한다. 나비의 두 날개폭은 10㎝, 몸무게는 겨우 0.5g이다. 그 작은 몸으로 45만km를 이동한다. 수명이 짧은 나비의 이주는 보통 4세대에 걸쳐 이루어진다. 첫 세대가 알을 낳고, 알에서 시작하여 애벌레로 변신하고 결국에는 성인 나비가 되어 다시 알을 낳고 애벌레가 성인 나비가 되면 왔던 길을 되돌아 귀환한다. 나비가 그 먼길을 포기하지 않고 날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생존할 유리한 환경을 찾아야 하는 유전적 법칙 때문일까?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아시아나 항공사의
강원도는 2023년 2월 14일 ‘신청사 건립부지 세부위치 확정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 373번지에 2028년 말까지 신청사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강원도청사 부지선정위원회(이하 선정위)는 고은리 지역을 선정했다.강원도청사 선정은 끝났다. 그러나 뒤끝은 시끄럽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아닌가?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최종 후보지 두 곳, 고은리와 우두동 지역에 대한 부지 마련 비용을 비교하고, 그것을 선정 평가에 고려했는가? 둘째,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춘천에서 나고 자라면서 다양한 변화를 보았다. 이번에 기사로 표현된 콧구멍다리(세월교)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어릴 적 한여름 밤 열대야를 피해 드라이브 겸 콧구멍다리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몇몇 분들은 주변에서 물고기를 잡는 등 열대야를 피해 콧구멍다리를 찾은 시민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에 보았음에도 정겹게 느껴졌었다. 그런 다리가 잦은 침수와 안전문제로 어느 순간부터 통행이 금지되었고, 새로운 다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미 준공된 지금의 소양7교가 그 다리이다. 항상 그 주변을 지나다니면서 왜 새로운 다리가 생겼는데도 콧
한때 줄임말이 유행일 때 평가와 반성의 줄임말 ‘평반’과 같은 말도 있었다. 대학의 동아리나 학과 단위에서 어떤 활동이나 행사를 한 뒤 모여서 하는 ‘평가와 반성’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로 많은 단체장과 의원들이 새 인물로 교체되었다. 성급한 언론은 취임 100일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제 그들이 취임한 지 1년이 되었으니 여기저기서 평가가 한창이다. 1년 전 선거에서 45.62%를 득표해 차점자와 0.78%P(1천49표) 차이로 당선되었던 육동한 춘천시장에 대한 평가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난 4월에 이뤄진 도내
7월이면 나와 가족이 춘천에 이주한 지 딱 1년이 된다. 러시아인들은 1년을 하나의 주기로 생각하여 그 기념일에 글을 올리거나 간단한 파티를 하곤 한다. 이전에 기사를 통해 춘천에서의 생활 일부를 소개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좀 더 다루려고 한다.춘천은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아파트를 구하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는 이곳에 잘 적응하고 있다. 아내는 강원대 어학당에서 한 학기 동안 공부한 후, 강의 속도가 다소 빠르다고 느껴 다문화가족센터의 한국어 수업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2023년의 절반이 지난다. 화려한 봄날의 꽃들은 속절없이 지고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계절, 비에 젖은 아침 출근길이 유난히 비릿했다. 선동하는 사람들, 선동이 극에 달해 제풀에 분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 선동에 선동으로 맞불을 놓는 사람들….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인 사회적 감염병에 대한 개탄의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1961년 5월 16일 이후 1993년 2월 24일까지 30년 넘게 군복에 별을 단 사람들이 이 나라를 통치했다. 그 이후 30년 동안 별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틀간의 통·번역 자원활동가 양성 교육이 끝났다. 자원활동가는 말 그대로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살다가 상담소에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자신의 역량을 나누는 일을 한다. 상담소에는 매번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찾아오므로 통역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원어민 통역사 자원이 드물어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기수에는 총 17명의 자원활동가가 양성되었다. 이제 강원이주여성상담소는 이들 17명과 함께 ‘이주민의 권리를 가질 권리’를 꿈꾸게 되었다.‘권리를 가질 권리’는 이번 자원활동가 양성 교육의 주제이다. 유대인으로서 오랫동안 난민으로 살았던
지난 9일 한림대에서 ‘고려 지방 도시의 형성과 전개’라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중부고고학회와 한림대 한림고고학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였다.이 세미나는 그동안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왕도 중심의 연구에서 소외된 중부지역 도시들 중 강릉(명주)·춘천(삭주)·하남(한주)·안성(죽주)을 대상으로 그동안의 발굴 조사 내용을 중심으로 도시의 형성 과정을 규명하려는 것이었다. 세미나에 앞서 한국 중세 고고학을 제창한 한신대 이남규 명예교수와 정요근 서울대 교수, 사또 아세이 일본 시가현립대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강릉에 대해서는 최영희 강릉
《춘천사람들》 373호(6월 12일 발행)를 펼치니 1면 헤드라인은 ‘춘천시의원 해외연수, 역시나 맹탕!”이라는 기사다. 사실보도에서 매우 잘 작성된 기사인데 해결책으로 제시된 ‘대시민보고회’ 개최에 대한 구체적 방안과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기사였다. 이 문제는 19면 박종일 기자의 ‘기자수첩’에서 적절한 지적과 함께 그 해결책으로 의원들이 해야 할 일과 잘못한 경우의 시정조치 사례 등을 잘 다루고 있어 크게 공감한다.지역사랑상품권문제를 다룬 3면에서는 가맹점 축소에 찬성하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