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지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계선 없이 살아야 하고 교차로가 되어야 한다. (Anzaldúa, 1999, 217, 《경계지대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중)나는 온종일 필리핀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이기도 하다. 지원을 요청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전화를 받으며, 한국기관에서 그들을 연계하기도 하고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한다. 춘천에 정착한 지 7년, 나의 시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필리핀 앙헬레스시에서 태어나, 앙헬레스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 다니던 중 한국에서 유학 온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역사를 잊으면 반복된다.”“전두환 군부정권부터 윤석열 ‘검부정권’까지 우리는 잊지 않고 알고 있다.”“역사를 거스르는 자는 끌고 가나,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간다.”“무능 무지 윤석열은 퇴진하라!”1987년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 이후 “동장에서 대통령까지 우리들의 손으로”라는 구호가 처음으로 등장한 후 천주교 춘천교구의 박영근·최원석 신부 등 15인이 그해 5월 11일부터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단식기도에 돌입했었다. 그 후 36년 만에 춘천 애막골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다시 모여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국내 굴지의 신문사 사옥에 들어서면 ‘다문궐의(多聞闕疑) 신언기여(愼言其餘)’란 여덟 자가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은 제외하고, 나머지도 삼가 조심해서 말하라는 부탁의 말을 완곡하게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서 한 것이리라. 자장은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되는 방법이 궁금해서 선생님께 물었다. “우선 많이 들어야 해[多聞]. 그중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나는 것이 있거든 그것을 제외해야 된다[闕疑]. 나머지 믿을 만한 것도 조심조심 살펴서 말해야 해[愼言其餘]. 그래야 잘못이 적게 되거든. 또 많이 보아야
총확진자 184,810, 재택치료자 264, 검사중 485. 5월 12일 현재 춘천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코로나19에 관한 알림 사항이다. 최근 5일간 확진자 발생 현황도 5월 6일 47명, 5월 7일 78명, 5월 8일 101명, 5월 9일 152명, 5월 10일 100명 등 연일 100명대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도 하루 확진자가 2만 명대에 이르고, 강원도 전체 확진자도 5백 명대 후반에 달한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코로나 확진자 7일 격리의무를 5일 권고로 전환하는 등 코로나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1년이 10년 같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지난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전국 대학교수 345명이 참여한 전문가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1점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보통 40점 미만이면 낙제인데 21점이라면 점수라고 말하기도 낯뜨겁다. 빵점이나 매한가지다. 최근의 역대 정부 1년에 대한 종합평가를 비교할 것도 없이 당연히 꼴찌다. 문재인 정부는 73점을 얻었고, 국민으로부터 최초로 탄핵을 당했던 박근혜 정
나는 중학교 때부터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 이름과 지명을 종종 한자를 통해서 분석해 머릿속에 담는다. 춘천이라는 지명을 처음 들었을 때 ‘아하, 봄의 도시’라는 생각부터 든 건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5년 한림대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칠 때까지 춘천의 봄이 실제로 어떤지는 알지 못하였다.내가 태어나 평생을 보낸 고향 블라디보스토크는 봄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바다의 도시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항구도시에 봄이 오면 차디찬 겨울바람이 아침에 안개로 바뀔 뿐이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차량이 보
연애편지 쓸 때도 이렇게 망설이지 않았다. 그저 일개 독자의 구독 소감을 써야 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4월 24일자 신문을 읽고 나니 숨이 헉 막혀 왔다. 이렇게 기사를 세게 실었을 줄이야…. 싸움은 구경이나 좋은 법이지 정말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말이다.해당 신문에는 4월 초부터 약사천 시화전에 출품 중이었던 한 시인의 작품이 철거된 문제를 1·2면의 기사를 비롯해 14면 SNS 제보와 15면 칼럼에서까지 다뤘다.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꼬집고 풍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시인의 말은 옳다. 시인과 사전에 상의도
16-14-12-10-8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지난 4월 29일 약사동 카페 설지에서 있었던 초청 강연에서 장발장은행장 홍세화 선생이 제시한 숫자인데, 하루 노동시간의 변천사다. 산업사회 초기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을 일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펴낼 당시 노동시간은 14시간으로 줄었다. 현재의 8시간 노동제는 수많은 노동자가 오랜 세월 투쟁 끝에 얻은 결과물이었다.일제강점기에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였지만, 하루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가 절반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은 해방 이후에도 크게
내가 스스로 춘천사람이라고 생각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처음 사업을 위해 춘천을 찾았을 때는 그저 산이 많고 호수가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정착해서 살아내기에는 쉽지 않았다. 나는 중국 길림시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약 10여 년간 무역 일에 종사했다. 당시 무역에 상당한 성과를 인정받아 스스로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출장으로 한국을 오가며 학교 교사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자연스레 춘천에 정착하게 되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무역 일을 할 만큼
101번째의 어린이날을 맞이했다. 원래 대로라면 지난해 100주년을 기념해 성대한 행사가 개최될 법도 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비교적 잠잠히 지나갔다.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는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했다. 어린이 운동의 대표적인 인사 중의 한 명인 방정환은 1922년 3월 16일 동경에서 색동회를 조직하고 천교도 소년회를 통해 5월 1일을 어린이날(소년일)로 선포했다. 1923년 5월 1일 제1회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방정환은 글을 통해 어른들과 어린이들에게
1905년 9월 19일 증기선 ‘만추리아’가 제물포항(인천항)에 들어왔다. 아름답고 매력이 넘치는 스물한 살의 미국 여성이 그 배에서 내렸다. 그녀는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딸 엘리스 루스벨트였다.당시는 러일전쟁이 막 끝났을 때였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제의로 일본과 강화협상을 벌인 러시아는 만주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상실했고, 일본의 기세는 욱일승천이었다. 갈수록 노골화하는 일본의 침략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고종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미국의 공주” 엘리스를 극진히 대접했다. 제물포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2023년 지구의 날을 맞아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생태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구를 살리는 춘천시민대회인 ‘2023 기후살리기 춘천시민의 날’ 행사가 지난 4월 22일 춘천시청광장에서 열렸다.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처하려는 범세계적인 움직임에 춘천시민들도 뜻을 모은 것이다. 강원민주재단,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월정사문화원, 천주교 춘천교구 등 지역의 종교·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기후위기극복 춘천 종교·시민회의’ 추진위원회와 춘천시가 주최한 행사이다. ‘지구에게 심폐소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각종 공연과 스토리텔
나는 러시아 동남쪽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자랐다. 내 고향은 항구 도시로서 동양의 여러 국가와 접경을 이루고 있어 다른 러시아 도시들과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블라디보스토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급격한 성장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차이나타운과 한인 마을인 신한촌이 생겨났는데, 시내에 즐비하게 늘어선 그리스정교·천주교·루터교·아르메니아교 등의 성당과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가와 불교사원 등 각종 종교 건축물은 아직도 남아 있다.내가 어릴 때는 이른바 페레스트로이카와 민주화로 러시아가 격동하는 시기였다. 러시아의 동문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공정한 기회를 갖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그에 걸맞은 재정지원을 요구하면서 지하철 점거 시위 때 대화 요구조차 응하지 않는 정부의 메시지치고는 메아리처럼 공허하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장애인의 날을 정해서 기념한다는 것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여전히 장애를 관습적으로 개인의 불행인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태도를 반
4·19혁명이 올해로 벌써 63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춘천에서는 4·19혁명과 관련하여 별다른 시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춘천사람들》을 통해 춘천에서도 2천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춘천사람들》 제 366호 5면) 올해 4·19혁명 기념일이 더 뜻깊게 다가온다.지난 19일 춘천 칠전동 헌수공원에 건립된 ‘춘천민주인사추모비’ 앞에서 4·19혁명 제63주기를 기리는 춘천민주인사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1989년 추모비가 건립될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서른네 번째를 맞았다. 이날 추모제에는
2021년부터 춘천 봉의산을 찾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녹색자금사업의 일환인 ‘생활밀착형 도시숲 산림치유’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평생을 살면서 봉의산을 처음 와봤다는 시민부터 어릴 적 추억을 찾아 참여했다는 어르신들까지 참여 동기도 다양하다. 하지만 최종 참여 목적은 ‘건강’이다. (사)강원산림치유복지연구회가 2021년부터 3년째 ‘춘천시 도시숲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산림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퀘렌시아’가 실버 세대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지난해 강원대 스포
그녀의 부모는 금융가의 투기꾼이었다. 미신에 깊이 빠진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아홉 살이 되자 유명한 점쟁이에게 그녀를 데려갔다. 점쟁이는 그녀가 훗날 최고 권력자의 마음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결혼할 나이가 되자 그녀는 사교계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다. 그리고 점쟁이의 예언대로 마침내 최고 권력자의 옆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최고 권력자의 힘을 빌려 온갖 특권을 행사하며 이런저런 명령을 내렸다. 그녀는 패션과 집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그녀가 엉뚱한 곳에 세금을 낭비한다고 비난했다. 그녀에 대한
춘천시는 2019년 해 3월 대학생 전입장려금을 지원해 왔다. 대학생 전입장려금은 시의 인구증가시책 지원조례의 하나로 시행되고 있다. 지원금액 규모가 학기당 10만원, 최대 80만원 이내이던 것이 이번에 대폭 인상되었다. 시의회 기획행정위는 14일 ‘춘천시 인구증가시책 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 가결하였다. 1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춘천시는 빠르면 5월부터 춘천시로 주소 이전을 하는 타 지역 대학생에게 학기당 전입장려금 30만원, 4년(8학기) 동안 최대 240만원을 지급해 3배나 증가했다. 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년 휴학생
지난 3월 6일, ‘교육도시 춘천’ 선포식에서 육동한 춘천시장은 수도권과의 교육 격차 해소, 춘천의 인재 육성과 정착을 이야기했다. 교육도시 춘천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누구든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에 배운 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춘천 발전을 위한 선순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인재 육성과 정착을 통한 교육도시 춘천의 성공을 위해, 두 가지 측면에서 춘천 역사를 널리 보급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첫째는 ‘춘천인’으로서의 정체성 형성이다.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인재 육성만큼이나 중요한 과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인구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현실이다. 우리 춘천시 인구는 오랜 시간 30만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역대 지자체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고 어느 경우엔 약간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만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늘 20여만 명을 숙명처럼 꼬리표로 달고 다니고 있다.도시의 공동화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학자들은 여러 가지 학문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론을 펴겠지만, 우리네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