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되는 아침, 새들과 만남에 들떠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집을 나섰다. 열린 차창으로 스며드는 새벽 공기가 제법 신선했다.이번 탐사의 목적은 새들의 종류를 파악하고 생태 환경이 어떤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맥국교에서 시작해 지내솔밭길 거쳐 양정교 지나 윗샘밭교(세월교·콧구멍다리)로 이루어지는 구간에서 조류와 수변 생태계의 습지를 관찰하였다. 몇 년 전부터 이곳을 관찰하였는데, 그동안 강변을 따라 변화된 자연생태계의 습지를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많다. 5년 전 이곳 샘밭 강변 습지는 오랜 세월을 거친 자연 습지라 텃새와 철새들을

지난달 29일 토요일 아침부터 마음은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폭염이 지속되는 나날이었지만, 무더위는 아랑곳없었다. 마음이 흥분으로 들뜬 까닭은 수달을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생태나들이에 함께 나서기로 한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신문사 앞으로 가는 내내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성인 일곱 명과 어린이 네 명이 세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화천에 있는 한국수달연구센터로 수달 나들이에 나섰다. 달리는 자동차 창가로 스며드는 바람에는 시원한 숲 향기와 산 흙냄새가 담겨 코끝에 맴돌다 빠져나간다. 배후령 터널을 빠

파란 커튼이 열리면 눈이 부신 세상이 펼쳐지고 회색 커튼이 드리워지면 물 폭탄이 쏟아지던 나날들이 지루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는 커튼콜에 공연도 끝나지 않는다. 아마도 한 달 동안 계속된 이 공연도 8월이나 되어야 마칠 듯하다. 오늘은 늦은 듯하지만 날씨가 오락가락하던 중 산산이 부서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보고 싶은 참나리가 예쁘게 피어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우두온수지’를 찾았다. 우두온수지는 겨울철 상고대를 볼 수 있는 소양3교를 지나 소양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우두 산 충열탑 맞은편에 있다. 1973년에 준공된 소양댐에서

지난 6월 옛 캠프페이지 일대와 춘천고 앞 공사장 안에서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3주간 맹꽁이 서식지 장소를 찾아 관찰하였으나 맹꽁이 울음소리 영상녹음만 담았을 뿐이다. 이후 계속 또 다른 장소를 찾아다니던 중 퇴계동 이편한세상 한숲아파트 맞은편 국사봉을 오르기 전 지점에서 맹꽁이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후 울음소리가 들렸던 장소를 재차 확인하러 장화를 신고 숨죽이며 한발 한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심에 이런 곳이 있다니! 습지와 물이 고인 여러 고랑이 눈에 띄었다. 맹꽁이의 서식지로는 그만이었

호반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벌써 흥분 상태에 이르렀다. 용산길 부근 숲속 작은 저수지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고 동네 사람들과 소개받은 지인으로부터 호반새의 정보를 들을 수가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조류인 호반새와 물총새를 살펴보고자 나선 길이다. 조류 관찰 7일이 지나고 있다. 호반새는 카메라에 담지는 못하였지만, 관찰 중 물총새·흰뺨검둥오리·꾀꼬리·왜가리·물까치·산비둘기 등 각 종류의 새들이 관찰되었다. 호반새는 이름처럼 물을 좋아하는 새로 작은 물고기나 개구리·가재 등을 먹이로 삼는다. 조금 큰

6월 생태 관찰을 하러 가는 길은 기분이 좋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오늘의 생태 나들잇길은 칠전동에 있는 대우 아파트를 지나 있는 드름산으로, 그곳의 야생화 종류와 나무들이 있는 숲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드름산 입구에 들어서니 6월의 푸르름이 가득해 시원한 산들바람이 콧잔등을 스친다. 초입새 들꽃을 관찰하며 워밍업을 끝내고 드름산 둘레길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고사리과 식물 등이 있는 군락지를 지나 각종 들꽃, 식물, 나무들의 자람을 관찰한다. 동행한 분들과 야생화에 대한 이름을 알아가면서 얼굴 한가득 즐거운 미소가 넘쳐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시간은 즐거움 그 자체라는 말이 있다. 이번 강촌 생태나들이가 바로 그랬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지인을 만나 안부도 묻고, 새로운 얼굴도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약간의 가슴 떨리는 모험도 있었다. 일행 중 ‘새’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식을 소유한 초등학생 친구는 새에 대한 나의 무지를 마음 편하게 고백하게 하기도 했다.코스는 강촌유원지에서 말골-깻길고개-말골-강촌유원지로 회유하는 것으로 야심 차게 잡았으나, 말골로 가는 길가에 핀 온갖 모양의 크고 작은 야생식물에 얼이 빠져, 절반으로 싹

겨울 철새는 모두 떠났고 야생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4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인 지난 22일, 생태 나들이팀은 김유정역이 있는 실레마을로 향했다. ‘실레이야기길’을 걸으며 금병산 자락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야생화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일행은 금병초 후문 쪽에서 만나 이야기길 코스를 거꾸로 잡았다. 본격적인 나들이에 앞서 금병산 초입에 자리한 ‘실레책방’에 들렀다. 책방의 어선숙 대표가 일행을 반기며 김유정과 실레마을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실레책방에서 나와 ‘근식이가 자기 집 솥을 훔치던 한숨길’과 ‘응오가 자기 논 벼를

차창 가로 꽃잎 피는 바람이 분다. 봄바람 불어대는 화창한 날 춘천댐으로 봄을 맞으러 간다. 설레는 마음 살며시 부여잡고 운전대를 잡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자동차로 20분 걸려 도착한 곳 춘천댐 매운탕 골이다. 주소로는 서면 오월1리다. 몇십 년 전, 더웠던 여름철 귀한 손님 대접에 이곳이 딱이다 싶어 송어 횟집에 온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최고의 접대 음식으로 인기가 많았던 장소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찬물로 인해 한여름 무더위에 이곳 평상에서 송어회를 먹으면 팔에 소름이 돋을 만큼 춥다. 계곡 안으로 주욱 늘어선

황인숙 시인은 ‘강’이라는 시에서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고 말한다. 대신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황인숙 시 ‘강’ 中)라고 독하게 충고한다.이 시의 영향 때문인지, 괜스레 마음이 요동치는 날에는 혼자 강가를 찾곤 한다. 세상이 쏟아놓은 말들이 가슴에 얹혀 답답할 때, 하소연할 수

3월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25일 토요일.생태 관찰 나들이에 나선 다섯 명의 시민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겨울 철새 탐조에 나섰다.이번 탐조 목적지는 지촌천이 춘천호로 합류하는 연꽃단지 일대였다. 춘천댐을 지나 사북면 신포리에 있는 현지사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길이 나온다.자동차로 3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연꽃단지. 2년 전 이곳 연꽃단지와 춘천호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을 관찰했기에 이번에도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연꽃단지는 청둥오리 몇 마리만 노닐고 있을 뿐 대체로 고즈넉했다.그 대신 다행스럽게도 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