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충의 눈을 통해
한백록 장군과 당시의
사회상 담아내고 싶어”

이순신 장군의 숨은 조력자 충장공 한백록 장군

1592년 임진왜란! 조선의 명운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조정은 당파싸움에 매몰돼 부패하고 무능했고, 왜군은 파죽지세로 국토를 유린했다. 위기상황에는 대체로 영웅이 등장한다. 임진왜란의 영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이순신 장군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최고의 해전 전략가인 영웅 이순신. 그러나 그가 영웅이 되는데 일조한 장수가 춘천 출신 한백록 장군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늦었지만 지난해 ‘충장공한백록장군기념사업회’가 만들어졌다. 기념사업회는 지난해 가을 고유제와 함께 출범해 한백록 장군 선양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김애경 기자

공직생활을 마치고 꾸준히 지역과 관련된 소설을 발표해온 최남용 소설가는 이 기념사업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가 기념사업회에 참여한 이유는 어쩌면 작가의 작품세계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지난해 늦가을부터 한백록 장군과 관련된 소설 《득충의 노래》를 쓰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아주 자연스러워 보인다. 봄을 맞은 백로들이 깃털을 정리하며 우아한 날갯짓을 펼치는 만천리 도토골 부락에서 최남용 선생을 만났다.

최남용 선생은 1998년에 원고지 3천100매가 넘는 《바람의 그림자》라는 대작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청평사의 공주탑과 관련한 전설을 바탕으로 쓴 지역 역사소설이다. 이후로 발표한 소설들도 역시 지역과 관계된 소설들이다. 6·25당시 내평리 지서 전투와 관련된 3대의 이야기를 담은 《내평리 3대》와 서면 박사마을의 시작인 백운동과 관련된 《모텔 모진강》 등 이 그것들이다. 근래 들어서는 ‘삼악산성 맥국전설을 바탕으로 한 《삼악산 기억의 저편에 서다》, 캠프페이지가 떠나며 바뀐 지역의 풍경과 기와집골이 사라져가는 소양로의 모습을 그린 《소양강 연가》와 《봉의산 꾀꼬리》 등의 중·단편도 발표했다.

한백록 장군과 관련된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지난해 8월 30일 한백록 장군 기념사업회 출범과 함께 423주기 고유제가 열린 서면 방동리 한백록 장군 묘역. 연로한 신사가 한백록 장군의 비석을 쓰다듬고 있다. 그 신사는 다름 아닌 최남용 선생의 스승이다. 노신사는 한백록 장군의 일대기를 꼼꼼히 기록한 노트 한 권을 작가에게 건네며 한백록에 관한 소설을 쓰라고 했다. 스승의 유지를 받은 작가는 그렇게 소설의 프롤로그를 시작했다.

제목 《득충의 노래》에서 득충은 한백록 장군의 노비 이름이다. 득충은 한백록 장군이 미조항 전투에서 전사하자 장군의 시신을 지금의 서면 방동리까지 지고 온 충직한 노비였다. 현재 득충의 묘가 한백록 장군 묘역 바로 아래에 있다. 《득충의 노래》는 득충의 눈으로 보는 한백록 장군과 당시의 사회상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는 한백록 장군에 관한 자료를 섭렵했다. 작가는 기록이 없는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해 이순신의 일대기는 물론 정발이나 원균과 관련된 자료들까지 두루 찾아 읽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을 소설에 담아가고 있다.

작가는 《득충의 노래》를 한백록 기념사업회 카페에 연재하고 있다. 연재를 하는 동안 작품의 폭이 많이 넓어졌다고 한다. 한백록 장군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의 사회상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원고지 매수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언제쯤 탈고가 이루어질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이 소설로 인해 한백록 장군에 대해 잘 몰랐던 춘천 사람들이 임진왜란 승리의 기틀을 만든 사람이 춘천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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