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를 되돌아볼 때 어느 한 시점도 이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잘 살았던 적은 없다. 이념은 없을 수 없지만 넘쳐서는 국민들을 편케 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칙이다. 이념이 넘쳐나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가장 심각한 사건은 누가 뭐래도 6.25라는 동족 상잔의 전쟁이다. 한반도를 한 이념 속에 몰아넣겠다고 시작한 전쟁이 남쪽만 1백만이 넘는 사상자를 낼만큼 많은 희생을 만들어냈다. 사상자만 문제가 아니라 그 가족들이 입은 고통과 잿더미로 변
한 국가 경제 기반까지 생각하면 그 참혹함이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쟁 경험과 무관하지 않는 맥락 속에서 이후 진행된 3공화국과 유신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웃지 못 할 모순을 연출하기도 했다. 회상해보면 당시 국민들은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공포를 늘 끼고 살아야 했다. 그리고 이어진 5공화국과 군부독재의 연장 역시 국민들이 편한 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 이념과잉이 만든 상황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가난을 면케 해주었으니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는 정도의 대가는 치를 수 있다고. 그러나 이는 스스로의 표현으로 증명하고 있듯이 국민의 자유를 희생시켰으므로 온전히 국민을 편케 해주지 못한 일이었다.

이런 시기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자주 등장한 말은 북한의 ‘대남 적화 야욕’ ‘무력 침탈 가능성’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하니 민주주의 어쩌고 인권 어쩌고 하는 말로 정권에 도전하는 일은 곧 적을 돕는 행위라고 강변하며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국민의 저항은 지속되었고 이런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과 인권 수준은 나아졌다. 하지만 국가 경제 성장이 멈추거나 역전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독재자의 강변과는 달리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대북한 전쟁 억지력은 더 높아졌고 국가 경제 역시 성장을 지속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 경제성장은 자유로운 사고가 폭넓게 보장될 때 더 커지게 된다. 과잉생산으로 종종 막혀버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신성장 동력 자체가 자유로운 사고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정과 부패가 늘 따라 붙는 독재 권력 상황에서는 자본주의가 말라죽어버림은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의 역사적 경험이 증명해주고 있다.

4.13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렇듯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국가를 만들어 내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안고 있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하여 국가 경제 발전의 기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념과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의 대통령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리지 않고 징벌 수준의 응징을 하고 있다. 그 전위대를 자처하는 정치인 역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공존과 토론이 아니라 척결을 운운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물론 국가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은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이념 과잉에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4.13 총선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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