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반복된 결과를 경험하다 보면 우리는 앞을 예상하고 미리 판단해 행동한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이런 과정 때문에 우린 종종 큰 실수, 잘못을 저지른다. 제대로 사물을 바라보거나, 경위에 대해 차분히 보질 않고, 경험에 따른 판단을 믿어버리는 ‘편견’이란 안경을 쉬이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반복된 결과들이 쌓이는 학원은 이런 실수, 잘못을 많이 저지르게 된다. 이번에는 그 편견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G는 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간다는 ○○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럼에도 내가 처음 G를 만났을 때, 그는 ○○고등학교 학생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공부에 대한 열의도, 수준도 매우 높았다. 춘천에서 나름 제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간다는 △△고등학교 학생들보다도…….

G를 지도하면서 G가 겪은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G 친척들은 나름 성공한 분들이었다. 고위 공무원과 사업을 하는 분들이 많았고, 친척 형, 누나 또한 흔히 이야기하는 하늘(SKY)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했다고 했다. G는 어릴 때부터 그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공부 못하는 자신이 무척 초라하고 못나다 여겼던 모양이다. 스스로 짓눌리다 보니 G는 좀처럼 공부에 관심도 열의도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G가 중학교 진학 후 공부를 더 멀리하는 일이 있었다. 중학교 당시 다니던 수학학원 강사가 G에게 “그동안 가르친 아이 중 G 너는 정말 최악이다. 내가 볼 때 너는 대학도 가질 못하고 직업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 거야!”란 말을 서슴없이 했단다. 강사 입장에서 G가 꽤 잘못된 행동을 했기에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었겠으나, G 또한 그 강사 지도 방식에 불쾌함을 가지고 있었다. 강사 입장에선 그간 자신이 지도한 경험을 비추어 아마 G를 구제불능 학생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 구제불능 등급을 받은 G가 바뀌게 된 계기는 우습게도 강사의 지도방식과 태도다. 고등학교 진학 후 새롭게 다닌 수학학원은 G의 상태와 진학한 고등학교 수준에 맞춘 수학지도를 했고, 그 지도방식 덕분인지 G는 성적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뜻밖의 경험을 한 G는 그제야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간 숨겨져 있던 재능에 눈을 뜨게 되었다.

뒤늦은 자각은 자신감을 불러왔고, 자신감은 열정을, 열정은 노력을, 노력은 좋은 결과를 불러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하위권이던 성적은 2학년이 되면서 문과 1~2위를 하는 성적으로 탈바꿈이 돼 있었다. 그리고 끝내 중학교 때 꿈도 꾸지 못했던 대학을 진학했다.

선생이란 호칭이 붙는 사람들은 그 호칭만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선생이 아이 하나하나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고치 속 애벌레는 화려한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될 수도, 고치 속에서 말라죽은 애벌레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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