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서 춘천과 화천에 이르는 북한강변을 따라 걷는 길을 살펴보려 한다. 길은 이미 물줄기가 내었으니 다만 그 길을 살피고 보듬어 볼 뿐이다. 양평 두물머리에서 청평, 가평, 강촌, 춘천을 거쳐 청평사로 한 갈래, 화천 곡운구곡까지 또 한 갈래로 이어지는 여정은 1820년(순조 20년)과 1824년 두 차례에 걸쳐 다산 정약용이 걸었던 길이다.

다산은 국사에 열정을 바치고, 또 각종 사건에 연루돼 오랜 유배의 시간을 보낸 뒤 생가에서 오랜만에 평온한 시간을 맞는다. 그래서인지 이때 여유당이라는 아호를 즐겨 썼다. 그러다가 집안 혼사로 춘천을 오가게 되었는데 그때 지나던 길마다 시를 읊고 소회를 적은 기록을 남겼다.

다산의 발자취에 작금의 시와 산문, 그림, 음악 등 현재의 성취를 더해 길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북한강변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하기 위해 답사를 시작했다. 이미 전국 곳곳에 산재된 트래킹 코스가 몸의 건강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이번 다산길은 여기에 인문학적 요소를 풍성하게 가미하는 점이 매력일 것이다.

지금까지 강은 그저 옆을 흐르는 풍경에 불과했다. 강이 주는 여러 공덕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요샛말로 완연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저평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고 보면 자연은 여전히 정복과 활용의 대상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기획이 자연이 자연스럽게 사람의 삶과 함께 하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어찌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으니 좋은 콘텐츠나 재미 등의 보강이 자유롭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지역의 가치를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로 높이는 과정은 그 길 자체만큼이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춘천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 참여를 기대해 본다.

최삼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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