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여다야의 구도로 인해 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4월 13일에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되었다. 이를 두고 전국지들은 대부분 ‘선거의 여왕’의 참패로 의미를 부여했다. 경향신문은 “선거 여왕 첫 참패…국정동력 휘청”이라고 했는가 하면, 동아일보는 “성난 민심, 선거의 여왕을 심판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조기 레임덕 늪에 빠진 선거의 여왕”이라 제목을 달았는가 하면, 한겨레는 “역풍 맞은 ‘선거의 여왕’ 박대통령 레임덕 가시화”라 했고, 한국일보는 “‘선거의 여왕’ 쓴 잔…조기 레임덕 몰리나”로 선거의 의미를 해석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이들 신문들은 대체로 박근혜 대통령의 독단적인 정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스스로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이른바 친박을 내리꽂기 위한 청와대발 찍어내기 공천파동으로 여당 내 심각한 내분양상을 만들어 낸 것이 독단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찍어내거나 자신의 마음에 든다고 무조건 등용시킬 것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 등 당면한 국정현안을 위해 가장 적합한 사람을 가리는 모습을 보려는 국민적 여망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는 설명이다.

자신들의 행동이 국민의 기대치와 이렇듯 멀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선거의 여왕’은 선거 하루 전까지도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했다. 선거 하루 전인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는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던질 수 있는 진정한 민의의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해 그간 여당이 줄기차게 이야기해 온 ‘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선거기간 내내 창조경제혁신센터 순회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의 선거구 가운데 격전지를 들러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독단은 결국 선거의 참패로 끝이 났다. 언론인·언론학자·시민단체가 모여 가동한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선거보도 모니터 보고서가 수없이 지적했듯이 진보로 분류된 소수의 매체를 제외하고 지상파, 일간지, 종합편성채널 등 대부분의 매체가 여당에 유리한 내용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패배로 끝이 났다.

해외의 식당에서 근무하는 북한종업원 탈북소식을 그간의 관행을 깨고 하루 만에 공개한 것에 더해 1년여 전에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북한 정찰총국 대좌의 망명소식을 선거 전에 다시 우려먹는 정부의 지원사격도 무력했다. 그 결과 여당의 텃밭이라고 하던 영남지역에서도 다수의 비 여당·야당후보가 당선되었다.

정리해보면, 20대 총선에서 16년 만에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국이 주는 교훈은 국민의 바람이나 기대를 저버린 정치는 언제든 외면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성공의 신화에 빠져 지금까지 자신을 밀어 준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밀어 줄 것이라 믿고 오만과 독선에 빠질 경우 국민은 곧 바로 외면한다는 사실을 20대 총선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제1야당에 대한 호남지역 선거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춘천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진태 의원이 곰곰이 되새겨보아야 할 교훈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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