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바람에 흩날리는 만점 꽃잎에 시름겹도다

杜甫(두보)의 曲江二首(곡강이수)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날이다. 미세먼지로 하루도 깨끗한 날이 없었는데, 모처럼 맑은 하늘과 강바람에 흩날리는 첫눈 같은 만 점 벚꽃이 강변의 운치를 한층 더해주는 날이다. 오늘 이 시구를 생각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해석을 찾아보았다. 모두 전문가의 솜씨는 아닐 터이지만 각기 다른 묘미가 있고, 원문을 무시할 수 없는 고민도 느껴졌다. 쉬운 글쓰기의 어려움일 것이다.

강변에 봄이 무르익는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다. 《천자문 인문학》이다. 역사평론가 겸 고전연구가로 알려진 한정주의 책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천자문》하면 한자와 한문이 사람들의 공부와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던 시절에 사용된 어린이용 한자 기초학습서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천자문은 동양의 신화·문명·역사의 뿌리를 이해하는 인문서 즉, 고전으로 읽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판사 앞 우두동 산책길에 핀 벚꽃 풍경

나 또한 이런 인식 아래 여러 번 《천자문》을 접해왔지만, 지난 해 잠깐 천자문을 전서로 쓰면서 그 의미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책은 여러모로 이해를 돕는 편하고 쉬운 글로 다시 한 번 천자문을 정독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주위에 조심스럽게 권해보니 생각보다 《천자문》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천자문》은 999개의 한자와 125개의 한문으로 이루어진 대서사시라고 한다. 중국 역사의 탄생과정을 이야기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중국인들의 세계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학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한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구도 많은 사람들이다. 각종 학술용역을 함께 작업한 경우가 많았기에 더 많은 정보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전달되는 과정에 조그만 역할을 한 보람을 덩달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때로 아쉬운 것은 이해하기 쉬운 편안한 글쓰기를 꺼리는 학자들이 가끔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어디서 얻을 것인가?

글쓰기라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식이 제 몸에 체화돼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로 되돌려주는 글쓰기는 더욱 그럴 것이다. 지난해 편집작업을 했던 책 중에서 가끔 잘못된 정보를 지적받는 일이 있다. 내가 읽은 《천자문 인문학》 또한 또 다른 전문가의 눈으로 잘못된 정보를 읽어내는 경우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활자화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이유다.

그런 두려움이 다양한 시도를 막아서는 안 될 것이지만, 반대로 활자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져서도 안 될 것이다. ‘산책’에 소장되어 있는 많은 역사문화 관련 학술자료들이 전문가의 손으로 쉽게 쓰여 춘천의 정체성확립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산책’이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다.
 
  원미경 (도서출판 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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