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활성화시켜 놓으니까 나가라고?

불황의 늪에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와중에 급등하는 임차료가 상인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강원도가 추진하는 레고랜드 사업이 부동산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춘천시가 대형 부동산 사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호텔, 오피스텔 등 신축 붐이 일고, 도심 재건축과 원도심 활성화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춘천시내 중심가의 대표적 낙후지역이었던 중앙시장~육림고개 골목은 몇 년 전부터 젊은 예술가들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입주한 젊은 상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임차료가 급등하면서 골목 살리기에 일조했던 젊은이들이 또 다시 이주를 고민해야 하는 춘천판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용어는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구도심 지역에 중산층이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자 싼값에 임차료를 내고 거주하던 원주민과 예술가들이 되레 외곽으로 밀려나가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인데, 춘천의 구도심 활성화 사업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예는 전주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 활성화의 일등공신인 문화예술인들이 급등하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충남 아산시는 이런 현상을 감지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해 공표를 앞두고 있고, 제주도는 조례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구도심 재생사업은 춘천에도 핵심현안이다. 소양로 번개시장이 도심재생시범사업지구로 선정돼 추진 중이고, 대형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과 3년 만에 임차료가 3배로 오른 곳도 있고, 시내 중심권도 임차료 문제가 논란거리다. 도심재생이 정작 원주민들에게 혜택은 없이 피해만 준다면 당연히 재검토해야 하고 원주민들의 삶을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한다고 삶의 질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부동산 업자들의 자본논리에 따라 도심 재개발 재생이 이루어진다면 원주민들은 개발에 밀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다름없는 처지로 몰릴 것이다.오동철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