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비는 내리지 않는다. 흔히 여건은 조성되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하고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빗대 밀운불우(密雲不雨)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한다.
지금 중도 레고랜드 사업이 꼭 그 꼴이다.

강원도는 애초에 2016년에 테마파크를 준공해서 2017년 봄에 개장한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다시 2017년 안에 준공해서 2018년 봄에 개장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그조차 언제 또 바뀔지 알 수가 없다.

현재 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대략 세 가지다. 우선 중도 레고랜드 부지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굴되면서 유적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레고랜드 부지 내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환호’를 중심으로 보존구역을 새롭게 설정했다. 이와 함께 동쪽 원삼국시대 유적도 발굴조사 후 보존지역으로 설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업부지를 남쪽으로 150m 이전하고 추가 발굴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중도 적석총에 인접한 지역이라 발굴 결과 어떤 유적이 또 나올지 알 수 없다.
다음으로는 사업 시행사인 엘엘개발에 대한 투자와 관련된 문제다. 강원도가 처음 발표했던 영국 멀린사의 1천억원 투자는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간투자사 중 대기업인 현대종합개발과 민간 최대주주인 엔티피아가 모두 엘엘개발에서 빠졌다. 엘엘개발은 현재 강원도의 보증으로 차입한 2천50억원의 고리 대출금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미 상당한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사업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비리혐의도 큰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해 진행 중인 재판만 해도 10건에 이른다. 검찰은 최근 전 총괄대표 민 모씨, 춘천부시장 이 모씨, 전 도지사 특보 권 모씨 등 핵심 관련자 3명에 대해 모두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이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기는 하나, 재판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강원도의 의지는 완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의 발굴일정만 보더라도 2017년 준공, 2018년 개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강원도가 여전히 개발논리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시설을 유치하면 곧 관광객이 몰려오고, 관광객이 몰려오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단순 논리다. 관광객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 및 일자리에 관한 예상 수치는 그야말로 예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에 따른 경제효과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미래가치를 구실로 소중한 중도의 자연적·역사적 가치를 헐값에 팔아넘겨서는 안 된다.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많이 쓴다. 허황된 근거로 개발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기 보다는 진정으로 강원도민과 춘천시민을 위한다면 이제라도 중도를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포기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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