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다 갔다.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미안해하는 안도현님의 시가 생각나는 4월도 다 갔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4월부터
제 새끼 길러내어 떠나는 9월까지
애기똥풀 꽃을 볼 수 있는데,
막 태어난 제비새끼는 이물질이 많아 눈을 뜨지 못한다.
어미는 애기똥풀의 줄기를 꺾어 물어와
줄기에서 나오는 노란 즙으로 씻어내
어린 새끼의 눈을 뜨게 한단다.
 
참 조화로운 세상은 여기에 있구나.
꽃말처럼, 어미는 정성과 사랑으로 제 새끼를 길러낼 수 있었구나.
제 새끼도 지키지 못하는 인간마을의 어미는
봄 하늘의 제비가 한없이 부러울 테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날,
맑고 노란 꽃잎은 웃어 줄 터인데,
가시 같은 봄볕은 언제나 따사로워질는지.
눈물 똥 누렇게 말라붙어
눈 가리고 하늘 보지 못하는 이들,
애기똥풀로 눈 씻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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