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어르신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은 저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라 생활 속에서 무엇을 배려하고 무엇을 배려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념들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배우자가 수족을 쓰지 못해 몸져 누워있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식사수발을 해야 한다. 이때 일하는 도중에 잠깐 들러 식사를 제공하고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해 주어야 할까?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시외 지역에 사는 어르신이 필수 교육시간에 한 시간 먼저 가야 한다고 하면, 이 시간을 배려해 주어야 할까? 몇 년 만에 자식이 외국에서 돌아와 잠깐 얼굴을 보고 간다고 하는데, 활동시간 중에 개인적인 시간을 사용하겠다는 것을 배려해 주어야 할까? 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어 가야 한다고 하는데, 활동시간 중에 개인적인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해 주어야 할까? 관공서에서 서류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활동시간 중에 개인적인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해 주어야 할까?

무엇을 배려하고, 무엇은 배려하면 안 될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달라서 이건 가능하고 저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배려할 수 없다. 주어진 시간에는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맞다. 이것을 배려하면 저것도 배려해야 하고, 그러면 주어진 일에 대한 가치는 무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이 살면서 인정을 베풀어주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배려 받지 못하면 서운하다며 토라지는 모습을 갖는다면 오히려 전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개인적인 배려를 받고자 하는 모습이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위배되는 이기적인 모습이 아닌지 돌아보고, 진정한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시재 시민기자(시니어클럽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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