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제전의 상징’인 손기정을 기리는 사람들

올해 ‘손기정 마라톤대회’는 8월 27일 베를린 템펠호프(Tempelhof) 공원에서 열린다. 이 대회를 기획 중인 김대철 베를린한인회장은 베를린올림픽스타디움에 손기정 선수가 일본인으로 기록 된 기념비에 대해, 역사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지만 손 선수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전했다. 어린이부와 성인부로 나눠 진행될 ‘손기정 마라톤대회’에 대해 그는 두 가지 희망을 밝혔다.

첫째는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인 참여고, 둘째는 넉넉한 지원 및 후원금이다. 시대와 세대의 차이를 넘어 한 뜻을 모으는 마라톤 대회에 젊은이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는 부족한 예산으로 독일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코스에서 마라톤대회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에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기정 선수의 귀국사진.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 여파로 일제로부터 밧줄에 묶여 귀국해야만 했다.(출처=나무위키, ‘일장기 말소사건’)

‘손기정 마라톤대회’를 한국인 마라토너에 대한 한인들의 축제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에 대한 손기정 선수의 메시지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홍보가 절실함을 밝혔다. 실제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역사교육이 철저한 독일에서 손기정 선수는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회에 대한 지원과 후원이 넉넉하다면 무엇을 먼저 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세계적 육상선수를 대회에 초청해 손기정 선수가 꿈꾸었던 평화로운 세상에 대해 함께 나누고 알리고 싶다며 웃는다. 김대철 회장은 “그날이야말로 강압의 일본제국과 나치정권의 시대였던 1936년에는 이룰 수 없었던,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 정신이 비로소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 나라에서 내 나라 말을 쓰며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하라는 윗세대의 조언을 좀처럼 지키기 어려운 순간이 많다. 그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그만큼 ‘감사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후손에게 어떠한 ‘감사한 시대’를 물려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 무엇도 대충 물려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에 비로소 이 당연한 것들을 물려주기 위해 윗세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좀 더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에게 손기정 선수가 그러했다. 또한 손기정 선수를 기리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올해로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이 꼭 80돌을 맞는다. 고작 80년 전에는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영웅이 되고서도 내 나라, 국기를 보며 내 나라 국가도 부를 수 없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짓누른다. 올림픽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끝내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훔칠 때 함께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억을 되새겨본다면 베를린올림픽스타디움에서의 손기정 선수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사한 시대에 ‘당연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당연하지’않다. 그런데도 이번 취재를 통해 만난 감사함을 유지하고 계승하도록 힘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당연하다’고 표현한다.

2016년 4월 현재, 독립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나가버린 역사라고 잠자코 침묵만 지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님은 분명하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성화는 이미 80년 전에 꺼졌다. 하지만 이 성화만큼이나 뜨거운 가슴으로 인생을 달렸던 손기정 선수의 불꽃은 그의 정신을 기리는 후손들과 함께 ‘평화제전의 상징’으로서 영원히 세상 속에서 활활 타오르길 기대한다.

독일 베를린에서 정은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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