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700만원에 이르는 월세도 적지 않아

명동과 금강로의 매장들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의류와 아웃도어 매장의 경우 평당 임차료가 적게는 7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까지 책정돼 수익을 고스란히 임차료로 지불해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복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ㅇ씨의 경우 1층 매장 70평과 2층 50평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데, 매월 임대료 500만원과 종업원 1명의 인건비 및 공과금 등을 합해 월 800만원의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보증금으로 지급한 돈도 8천만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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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금강로의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는 ㅂ씨의 경우에도 지난해 매출둔화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증금 1억에 월 440만원(부가세포함)의 임차료를 감당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ㅂ씨는 지난달 건물주에게 상황이 어려워 임차료를 10%만 인하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한 달 임차료의 60%만 인하 받는 선에서 합의했다. 그나마 ㅂ씨의 경우는 건물주가 배려를 한 경우라는 게 주변 자영업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더해 건물주들 중 일부가 다운계약서를 요구해 자영업자들이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임차인의 경우 지출된 비용을 공제 받지 못해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자신이 세든 건물의 임차료는 올려주고 자신의 건물에 세든 세입자에게는 임대료를 내려준 미담도 있어 다른 임대업자들과 비교가 되는 사례도 있다. 금강로에서 건물을 임차해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는 ㅎ씨는 지난달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자영업자의 월세를 10% 인하해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ㅎ씨는 자신도 남의건물을 임차해 장사를 하지만 경기가 워낙 나빠 적자를 보고 있는 현실을 잘 안다며, 조금이라도 고통을 나누자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ㅎ씨 역시 다른 건물을 임차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이 임차한 건물의 임대료는 20%를 올려줘야만 했다. 임대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건물주가 재계약을 거부하니 할 수 없었다고 하며 씁쓸해 했다.
 
본사의 반강제 인테리어 교체도
자영업자에게는 큰 부담


자영업자들의 목을 죄는 것은 임차료뿐이 아니다. 대기업 관련 업종의 경우 회사가 정기적으로 요구하는 인테리어 비용의 부담도 심각하다. 특히 아웃도어 매장의 경우 대부분 5년 단위로 본사에서 인테리어 교체공사를 요구해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인테리어 비용은 한 번에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까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대기업은 인테리어 교체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까지 있어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본사의 이런 행태가 인테리어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회사의 경영전략이라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건물주들의 횡포는 한국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말한다. 구 도심권의 낙후된 상가들에 젊은이들이 입점하면서 침체되었던 상가가 일부 활기를 찾아가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높여 상가 활성화의 혜택을 고스란히 독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춘천시가 침체된 중앙시장 뒷골목 활성화를 위해 팔도 막걸리촌 조성계획을 발표하자 정작 이 지역에 입점해 있던 젊은 자영업자들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중앙시장 뒷골목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빈상가가 대부분이었으나, 젊은 예술가들이 찾아들면서 조금씩 변화를 모색해 왔다. 이 지역에는 한약방을 개조해 카페로 꾸민 곳과 ㅈ막걸리 등 몇 개의 주막, 공방, 닭강정 집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3년 전부터 임차료가 매년 두 배 이상 오르고 있다.

골목에서 디자인을 접목한 예술작품을 제작·판매하는 ㅂ매장의 젊은 작가는 3년 전 처음 입주할 때 5~10만원 하던 임대료가 지금은 30~40만원까지 올랐다며, 이런 현상에는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춘천시의 분별없는 지원도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ㅇ대표는 “상권이 실제로 좋아진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입주해 각자 열심히 영업한 결과 상권이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보증금과 임차료 부담이 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 상인들은 지난달 100여명이 모여 상인회를 만들고, 여러 현안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어 취업이 어려운 악순환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비율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높은 임차료는 자영업자들의 창업을 제약하고, 안정적인 사업운영에도 악 영향을 미친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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