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이 가득한 오월엔
두발로 걸어 숲의 생명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연둣빛 어린모들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리는 들녘을 지날 때만 해도 경쾌하고 가볍던 발걸음은
뻐꾸기 울음소리로 멈춘 자리에
하얀 찔레꽃이라도 만나면
그만 처연해진다.
하얀 꽃 같던 시절에도 붉은 핏자국 남아있어
찔레 순 따던 소녀의 손에 박혔던 가시의 통증이 되살아난다.
푸름이 풍요로운 오월인데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멀건 죽으로
춘궁기를 지냈던
할머니의 소녀시절은
찔레 순을 따며 하얀 꽃에
눈물 흘리셨다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곱게 화장을 하셨던 할머니의 하관.
돌아오는 산길엔
하얀 꽃잎이 지고 있었다.
풍요로운 시절이다.
하얀 꽃잎 뒤에 숨겨둔 가시 같은 통증으로
아픈 이들에게도 오월은 온다.
찔레 순을 꺾어
서로 입에 넣어주며
잠시라도
달달하고 향긋해지는 오월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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