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풍경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서양화가 이담 서숙희

사진 찍히는 일이 낯설다는 서숙희 작가를 만나러 여린 초록빛이 막 짙어가는 의암호 강변을 따라간다. 알만한 이들은 다 알지만 서숙희 작가는 현산 신대엽 화백의 아내이자 작가적 동지다. 도계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함백, 도계, 나전, 정선 등 탄광지역에서 주로 살았다. 고등학교 진학을 계기로 춘천에 온 서 작가는 홍익대 미대를 중퇴하고 남편인 신대엽 작가를 만나 함께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다. 작가는 지난 19일~24일 서숙희의 ‘집과 밤’ 네 번째 개인전을 서울의 서촌마을에 있는 ‘류가헌’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2011년 인사동의 목인갤러리에서 개최된 개인전에 이어 5년 만에 열린 개인전이었다. 춘천에서는 2005년과 2008년 개인전을 열었고, 2010년에는 3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개인전을 열지 않는 동안은 그룹전에 많이 참여했다. 민미협 전시회가 해마다 있었고, 지난해에는 ‘산과 함께 70’ 이라는 큰 전시가 있었기에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동안 개인전에 대한 욕심이 커서 오히려 자주 열 수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욕심을 버리고 개인전을 자주 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서 작가는 그동안 큰 그림을 별로 그리지 않았는데, 지난해 ‘산과 함께 70’전을 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럴 용기도 얻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전업작가를 하면서 느끼는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서슴없이 돈을 못 버는 것이 문제라며 웃는다. 남편 역시 전업작가라 그림이 아니면 생계가 따로 해결되지 않을 테니 전업작가로서의 애환이 느껴진다. 남편과 아내가 같은 장르인 서양화가라 도움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각자의 그림에 대한 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주변의 일상에서 찾는데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그리는 그림은 없다고 한다. 흔하기 보이는 주변의 풍경이지만 오랜 시간 생각을 정리하고 단순화 시켜서 하나의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소재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집주변에서 보이는 모든 사물, 특히 집과 풍경 등을 단순화해 그릴 것 같다고 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어려움은 큰 전시를 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고, 제대로 된 전시장이 없다는 것이라며 춘천의 전시환경에 대해 에둘러 꼬집는 서 작가. 거의 대다수 문화예술인들의 바람이겠지만 캠프페이지 공원화 사업에 정말 괜찮은 전시장이 들어서고, 아트마켓이 일상화 되는 공간이 들어선다면 춘천의 문화예술이 제대로 만개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춘천에 제대로 된 전시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서 항시 전시가 이루어진다면 수도권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올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표한다. 6개월을 넘게 매주 문화예술인들을 만나며 거의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춘천에 전시·공연장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왕에 시민에게 돌려진 캠프페이지에 그런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일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서 작가는 5월 11일부터 민미협이 주최하는 특별전시회에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민미협 회원 뿐 아니라 요즘의 현안에 관련된 서울 작가들의 그림도 전시가 된다. 서 작가가 내보인 포스터에는 세월호와 관련한 그림도 있고 한·일간의 위안부문제 및 정치, 사회, 국민 개개인의 생존권, 인권 안전시대 현상에 대한 그림도 있다.
좋은 전시장이 만들어지고, 좋은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마련된다면 더 이상의 바람이 없다는 소박한 작가의 바람에 지역사회가 응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춘천의 문화예술을 꽃
피우는 것이 춘천의 발전과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니 그 소망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걸어본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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