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원만담에서 G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G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성적이 바닥에서 전교 1~2등으로 크게 오른 경험을 한 G는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쳤다. 친척들 앞에서도 덜 주눅이 들고, 학교에서도 주목을 받는 아이가 되었다. 불과 2~3년 사이에 G는 천지개벽을 경험한 것이다.

G는 고등학교 내내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 ‘노력을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란 잠언이 옳다는 것을 경험했다. 예전에 공부를 못했던 것은 노력부족이고, 자기가 성적을 올리는데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자기만의 성공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했던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했던가?

G는 고3이 될 무렵, 예전에 자기를 억누르던 것들을 잊은 듯 기고만장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무엇이든 본인이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여겼고, 주변 친구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쉽게 판단해 버렸다. 중학생일 때 자길 그처럼 무시하던 학원 강사와 똑같은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이다.

G를 지도하는 동안 G의 그런 생각 때문에 격한 이야기를 종종 주고받았다. 다양성, 모든 사람이 같은 능력을 갖출 수도 없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내 이야기에 G는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았다. G는 우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다양성, 개별성, 개개인 차이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부족했다. G는 쉽게 말하자면, 흔히 이야기 하는 엘리트주의 숭배자가 되었고, 승자독식 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현재 우리 주변 학원은 아이들이 G와 같은 생각을 갖게 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 누구보다 열의 있으며, 목적의식이 강해 한 번 정한 목적을 이루어내는 아이나 학생은 가르치기도 쉽고, 학원 홍보에도 꽤 효과가 있다.

그로 인해 본인들 명성과 수익을 유지하려 애쓴다. 단지 수익과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학원은 그래서 교육기관보단 기업에 가깝다. 그리고 나 또한 그 구성원의 일원임에 항상 죄책감을 느낀다.

허나 G와 같은 학생들을 만나게 될 때는 죄책감보다 두려움이 더 앞선다. G와 같은 아이들은 아마 우리 사회 내에서 성공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또 많은 권한을 가지는 직업을 가질 가능성 또한 높을 것이다. 행정고시를 통해 고위 공무원이 될 것이고,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해 장교로, 경찰대학을 통해 우리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간부가 될 것이다. 법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연 G와 같은 친구들이 만들 세상은 어떨까?

언제부턴가 우린 아이들 내적 성장에 무감각해져 버렸다. 먹고 살기 위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학습이 제일 중요하다고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주입해 왔다. 아이들은 그 자양분을 통해 오늘도 어른이 되어 간다.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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