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포에 가서 인장 재료를 보면 몸통에 십장생(十長生)을 비롯해 용과 호랑이, 그리고 12지의 동물들, 각종의 부적 등 다양한 문양이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장에 새겨진 조각들은 실은 중국 고대 관인의 뉴(鈕)에서 온 것이다.

인뉴(印鈕)는 인장의 꼭대기에 올라앉은 조형물로 인비(印鼻)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의 벼슬아치는 정부로부터 도장을 받았는데 벼슬에 따라 인뉴의 모양이 다르게 정해졌다. 그리고 도장의 몸체와 인뉴의 사이에 구멍이 있어서 그 사이에 끈을 꿰어서 허리에 차고 다니다가 필요한 곳에 날인하는 것이 지금의 인장과 다른 점이다. 이렇게 인뉴와 본체의 사이에 끼우는 끈이 인수(印綬)다.

고대로부터 인뉴와 인수는 인장의 재질과 크기와 더불어 국가의 법제로 정해져 있었다. 황제는 금수(金綬)로 황금색이며, 이어서 벼슬의 높이에 따라 자색(紫色), 녹색(綠色), 청색(靑色), 흑색(黑色) 순으로 구별되었다. 진한(秦漢)시대 이후에는 ‘인수를 허리에 차다’는 말은 관료로 임관(任官)되었다는 뜻이고, ‘인수를 푼다’는 말은 관료로서의 퇴직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다만 개인 인장의 경우는 인뉴나 인수를 규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국새는 중국에서 하사한 인장과 자체로 제작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 인장의 면모를 살피면 당시 동북아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새는 대대로 금인에 자수이며, 뉴는 용이나 거북이였다.

중국은 진시황제 때부터 황제의 인을 옥으로 만들고 ‘옥새(玉璽)’라고 하였고, 벼슬의 높이에 따라 금·은·동인을 차등지급해 왔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독립국가인 대한민국의 국새를 지금도 옥이 아닌 금으로 제작해 놓고 ‘옥새’라고 부르는데, 이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도 사대를 하는 낮은 국가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국격을 낮추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와 제작자의 무지를 드러내는 한심스러운 일이니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원용석 (한국전각학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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