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과 절제의 조형으로 정곡을 꿰뚫는 신철균 교수

먹으로 한국화의 전통적 기법을 찾고, 강단에서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한국화가 신철균. 작가는 강원대 사범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화가로서, 그리고 강원대 미술학과 교수로서 작업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1993년 서울백송화랑에서 첫 전시회를 연 이후 2015년까지 12회의 개인전과 ‘수묵화 새 천년의 오늘 전’, ‘강원미술대전 초대전’ 등 10여회가 넘는 초대전과 단체전 등의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5월 3일부터는 송암 아트리움에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12명의 작가들과 함께 ‘그림으로 떠나는 춘천유람 전’을 22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춘천시 불교미술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작가는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 ‘춘천 불교미술인협회 전’도 진행하고 있다.

작업실 겸 연구실인 강원대 문화예술대 308호에는 코를 상큼하게 하는 향내와 은은한 묵향이 배어있었다. 지난주 제자들과 함께 풍경 스케치를 하러 동해안을 다녀왔다며 동해안의 풍경을 스케치한 노트를 보여준다. 약간의 색채가 가미된 스케치북은 마치 강원도의 산하를 축소해 놓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십 수년째 먹을 소재로 산수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1980년대 들어 동양화가 한국화로 바뀌었지만, 한국화인지 서양화인지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로 소재의 다양성과 기법이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화를 캔버스나 아크릴에 표현하기도 하면서 한지에 담아내던 전통적 의미의 한국화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한국화의 전통적 의미는 먹과 종이이기 때문에 먹과 한지를 이용한 전통적 기법을 찾으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화를 하는 사람들조차도 가공된 먹물을 사용하는 추세지만, 공산품인 먹물과 갈아서 쓰는 먹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연먹이 주는 전통적인 색을 찾기 위해 먹을 갈아서 쓰고 있다. 이런 작품이 2014년에 열린 개인전의 주제인 ‘먹, 풍경, 그리고 산운’이다.

산운 61㎝ × 45㎝

최형순 미술평론가는 미술평단 제114호에서 “신철균 작가의 작품에는 자연으로부터 발췌된 단순함이 담긴다. 단순화는 때로 자연을 앞에 놓고 산수를 치는 일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전략일 수 있다. 왜 정교한 구성의 세련된 표현을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작가의 작품(산운)에서는 그게 포기되고 있다. 감성을 토해내는 그림에 묘사란 원래 적절하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먹으로 표현된 작가의 작품은 평론가의 말대로 단숨에 정곡을 꿰뚫는다. “단순과 절제의 조형에 수긍하게 하는 효과의 최대화 전략 속 최소의 소재”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닫는다. 작가는 “일필휘지로 글이나 그림을 표현하려면 만 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함을 통한 예술적 완성도를 나타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이 된다.

작가는 춘천의 문화예술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춘천이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제대로 된 전시공간이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시립박물관을 제대로 만들고 미술부문 학예사를 따로 두어 박물관 기능과 전시관 기능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시공간만큼 박물관도 중요하다. 박물관이 있으면 기획전시를 통해 좋은 전시를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캠프페이지 부지는 상당히 좋은 공간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함께 만든다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짓기 전에 전문가를 영입해 입안단계부터 역할을 해야 제대로 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건축 전문가의 시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문화 전문가인 관장이 왔을 때 또 다시 뜯어 고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신축공사가 진행되는 있는 시립도서관과 관련하여 용도가 바뀌게 되는 현재의 도서관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변환하는 정책도 검토할 만한 사안이다. 그만한 환경과 조건을 갖춘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와 더불어 작가는 시민들이 전시회에 많이 참여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드러냈다. 문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떡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자꾸 그림을 보다 보면 안목이 트일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문화예술인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들은 말이 춘천에 제대로 된 전시공간이나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춘천은 현재 대규모 캠프페이지 개발사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춘천시가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인다면 춘천의 문화예술이 한 단계 더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오동철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