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을 말하다] 삶의 경험으로 얻는 참된 지식
[대안교육을 말하다] 삶의 경험으로 얻는 참된 지식
  • 춘천사람들
  • 승인 2016.05.2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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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자치회의 시간. 춘천전인학교 학생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이때만큼은 평소에 개구쟁이처럼 깔깔깔 함박웃음을 지으며 운동장을 누비고 개구리를 잡아 괴롭히고 놀던 익살맞은 아이들 같지 않다. 이 시간에 함께 고민하는 안건은 이러한 것들이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나요?’, ‘이번 판매를 통한 수익금을 나눠야 하는데 상품을 준비할 때 매우 성실히 일을 한 친구와 게으름을 피웠던 친구가 있습니다.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요?’ 회사의 회의시간도 아니고, 대학생들의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제시한 질문도 아니다. 초등과 중등과정이 통합되어 있는 춘천전인학교의 수업 현장이다.

아이들은 왜 이렇게 진지한 표정들로 수준 높은 질문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을까? 춘천전인학교에서는 매월 셋째 주 양평에서 열리는 플리마켓(벼룩시장)인 문호리 리버마켓에 ‘봄내가득by춘천전인학교’ 라는 이름으로 참가한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농사수업을 통해 직접 생산한 각종 야채들을 활용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물론 아이들이 재배한 재료들을 항상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로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에서 힌트를 얻어 ‘닭갈비떡볶이’를 판매하고 있다. 닭갈비떡볶이의 재료를 다듬어 준비하고, 직접 마켓에서 셀러(판매자)로서 선생님과 학부모님의 도움 아래 아이들이 직접 판매활동을 해나가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을 준비하며 판매하는 활동만 해도 기특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봄내가득by춘천전인학교’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함께 운영하는 공동체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함께 일을 하지만 보다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성실히 일하는 구성원이 있는가 하면 회의 내내 침묵하고 역할을 수행함에 게으른 구성원도 있다. 때로는 서로 간의 의견이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수렁에 빠질 때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치며 조율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성향의 학생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고,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성향의 학생들은 점차 주인의식을 회복해 나간다.
문호리 리버마켓에이 열릴 때면 하루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셀러로 참여한 학생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관계력을 키워나간다. 1학년 때만 하더라도 주춤하며 발표도 잘 못하던 학생들도 시장에서 물건을 몇 번 판매하다보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적극적인 아이들로 변화한다. 또한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수업 시간에 경제수업을 하면서 살아있는 지식과 경제관념들을 체득할 수 있다.

춘천전인학교와 많은 대안학교들의 교육과정 중심에는 프로젝트 수업(PBL : Project Based Learning)이 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이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고 보고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삶의 현장을 진정으로 ‘경험’해보는 수업이다. 과정과 경험을 중요시 한다고 해서 그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참된 지식이란 살아있는 삶의 경험을 통해 얻어질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대안교육의 철학이다.

홍지훈(춘천전인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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