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가 옛 캠프페이지 자리 개발방안을 두고 시민의 의견을 듣겠다고 시작한 설명회가 여러 가지 의심을 받으면서 파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시민단체가 춘천시가 제시하는 다양한 사업방식에 모두 ‘개발’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는 모양이 제대로 된 의겸수렴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춘천시는 억울해할 수 있다. 비록 공청회가 아니라 설명회, 활용이 아니라 개발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복안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논의를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사실 세계 도처의 공원을 돌아볼 때, 캠프페이지는 시민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접근해 쉴 수 있는 도심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나무와 잔디를 적절하게 식재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해야 주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줄 수 있다.

공연이나 전시회를 하고 싶으면 그때마다 가설무대나 텐트를 설치하면 된다. 이를 위해 참고할만한 모범적인 사례로는 영국에서 열리는 프리즈(Frieze) 아트페어(예술시장)를 들 수 있다. 2003년 이후 해마다 10월 런던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3대 예술시장으로 자리를 잡을 만큼 런던시민과 세계의 미술계 인사로부터 인기가 높은 곳이지만, 런던 도심에 있는 리젠트 파크(Regent’s Park)라는 드넓은 공간에 매년 임시로 설치되는 텐트 속에서 진행된다. 프리즈가 텐트에서 열리는 이유는 런던의 비싼 땅값 때문이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인 미술시장과 드넓은 푸른 초원 위의 휴식공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2012년 올림픽을 위해 지었다가 천문학적인 사후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몇 개의 건물과 설치물을 금방 허물어 버린 방안과 같은 내용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도 마찬가지다. 건물은 공원 관리용 등 몇 개로 최소화하고 서울 여의도 광장만한 크기의 공간을 숲과 잔디, 호수로 이루어진 녹지 공간으로 조성해놓고 있다.

멀리 외국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매년 5월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서울의 올림픽공원도 눈여겨볼만한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올림픽 공원은 다양한 경기장 옆에 있는데 숲, 잔디밭, 호수로 이루어져있다. 이 공원 옆의 활용도가 많지 않은 경륜장, 수영장 등 11개 건물에 들어가는 연간관리비가 277억원인 반면 녹지공간 66만여 제곱미터에 들어가는 연간관리비는 약 15억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제곱미터 당 2천200여원의 적은 비용으로 사후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캠프페이지에 별도의 건물을 짓지 않고 녹지로 조성하게 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양면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내부인과 외부인에게 모두,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두 이익이 발생하는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평소에는 내부인의 휴식공간이 되면서 필요할 때마다 외부인을 불러들일 수 있는 임시공간으로 활용하면 행사가 있을 때는 무엇인가를 하면서 수입을 창출하고, 행사가 없을 때는 사후관리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역시 시 재정을 돕게 된다.

캠프페이지 개발방안 설명회가 완전히 원점에서 시작하는 진정한 공청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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