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름지기는 칠전동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교사, 학부모가 만든 신남초등학교 동아리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서로의 삶을 돌보는 마을을 지향하며 2015년 1월 23일 첫 발을 떼었다. 월 2회 저녁에 만나 마을공동체 사례를 공부하거나 관련 책을 함께 읽기도 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마을과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로 활동하고 있다. 이때 아이들도 함께 와서 당번 보모와 함께 운동장에서 모두 어울려 신나게 노는 반디놀이터 시간을 갖는다. 결국 온 가족이 다 회원이다. 처음에는 서로 친해지는 활동을 많이 했으나, 점차 학교로 나눔이 번져가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마을로 잘 번져나갈 것이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 나갈 것이다.

가정도서관은 아이들이 자기 집의 책은 잘 읽으려 하지 않지만 다른 집에 가서 다른 책을 만나면 책읽기에 더 관심이 생길 것이고, 당번이 아닌 회원은 도서관이 열리는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을 것 같다는 써니 회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5년 여름방학에 유치부, 초등부 각각 네 번을 열었는데 회원들은 물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생각지 못했던 좋은 점이 많아 겨울방학에도 계속 열었다.

도서관을 여는 회원은 밴드에 이렇게 알린다.

“어부바네 가정도서관 일정이 저희 집으로 바뀌었습니다. 1월 27일 수요일 10시 대우 000동 0000호. 모두모두 와서 책도 함께 보고 함께 작은 파티 하면서 점심 같이 먹어요. 승규가 태어난 지 벌써 일 년이네요.^^ 그리고 봄의 여왕님이 아이들 석고 방향제 체험도 해주신다니 모두모두 오세요. -하늘-”

그러면 아이들끼리만 올 수도 있고 회원이 아이와 같이 와서 활동을 돕기도 한다. 유치부와 초등부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따로 열지만, 두 곳 모두 참여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때때로 한 살부터 열두 살까지 만날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형, 누나, 언니, 오빠, 귀여운 동생들이 생기는 것이다. 가정도서관에 모이면 회원이나 고학년 아이가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고 각자 책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1학년 아이도 자연스레 자기보다 어린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때로는 형아의 즉흥 피아노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고 석고방향제 만들기 등을 체험하기도 한다.

가정도서관을 여니 마을의 여러 집을 돌아가며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마을도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드름지기의 가정도서관이 아니었다면 요즘 아이들이 좀처럼 겪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형, 누나, 언니, 오빠, 동생들이 많아 즐겁게 어울리다보니 규칙도 자연스레 만들어지게 되고 양보와 배려도 배울 수 있었다. 가정도서관장마다 개성이 다른 만큼 다르게 읽어주는 책을 듣거나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 집에는 없는 재미난 책이 많아서 책에 푹 빠져드는 만족감도 알게 되었다. 어른들은 서로 다른 도서관을 지원하면서 음식도 나누고 일손도 나누며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그 중 독서활동과 관계있는 활동은 방학 동안 학교도서관 개방을 지원하는 도서관지기 활동, 일주일에 한 번 신남초 각 교실에 들어가서 책 읽어주는 활동, 도서관 행사와 책축제에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가정도서관 괜찮지 않은가? 동아리가 없는 마을에서는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이를 키우는 가족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같은 동 아파트 현관에 가정도서관을 연다는 공고를 붙이고 참여할 사람의 연락을 받아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저절로 좋은 방법이 찾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 바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한정혜 시민기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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