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 된 차유적지로 추정되는
선동계곡에서 전통 재현

왕의 외삼촌이며 외할아버지이기도 한 고려 전기 최고의 외척 권세가인 이자현. 모든 권세가 부질없다며 청평산에 은거해 청빈한 삶을 살며 일생을 참선으로 지낸 청평거사 이자현 입적 890주기를 추모하는 봉헌다례가 지난 29일 청평사 선동계곡 찻물 터 유적에서 진행됐다.
선동계곡 차 유적지에서 거행된 이자현 거사 봉헌다례 모습

‘청평거사 진락공 이자현 열반 제890주기 봉헌다례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주최하고 강원사진연구소, 강원한문고전연구소, 마하산방, 도서출판 산책, 춘천문화원,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 ‘춘천사람들’,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가 후원한 이번 봉헌다례는 지난해 가을 지역의 향토사에 관심을 가진 몇 명의 사람들이 약식으로 헌다례를 지낸 후 열반 890주기가 되는 올해 전통의 봉헌다례를 복원하자고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3월 첫 회의를 개최한 준비위는 이후 봉헌다례 거행방식과 추진주체, 추진방법 등을 논의해 이날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약 50여명의 시민들과 준비위원들이 참여한 이날 봉헌다례는 ‘마하산방 정미선 대표’가 준비한 전통 방식의 다과를 올리고 신대엽 화가가 그린 이자현 초상을 영정삼아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3인의 헌다와 참석자들의 자발적 헌다로 제례를 진행했다.

참여한 시민들은 처음으로 접하는 봉헌다례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런 행사가 주기적으로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봉헌다례는 전통의 방식대로 숯불을 피워 차를 우려내고 예복을 갖춘 헌관들이 관세(물을 손에 씻는 것)한 후 입장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제례를 마친 후 찻물 터 유적에서 ‘숲속의 명상’을 운영하는 김영희 명상가의 진행으로 차 명상을 진행하고, 이어 춘천대금소리사랑회(대표 김정수)회원들의 대금연주와 청평사 공주상의 실제모델로 알려진 진영란 씨의 판소리 한판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주목을 끈 인물은 북한의 공훈 성악가에서 탈북 성악가로 변신한 김성란 씨로, ‘반갑습니다’와 ‘백세인생’을 불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날 숲속의 작은 공연은 봉헌다례에 참가한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준비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매년 이자현 거사 입적일에 맞춰 봉헌다례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모든 절차를 전통의 방식을 재현하기로 해 음식물 운반도 지게를 사용하고 복장도 재현하는 등 전통을 재현하겠다고 밝혔다.
천년고찰 청평사의 정신과 물질적 바탕인 청평거사 이자현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청빈한 삶을 현대에 계승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해 참가자들은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춘천의 역사 정체성 찾기와 전통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을 것이라 평가했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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