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을 떠나 생활하던 그녀가 돌아온다고 했을 때 무조건 좋았다. 만천리 작은 동산 아래 낡은 한옥에 그리는 밑그림이 그렇게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큰 방 통유리로 내다보이는 한옥 뒷마당에 12월 이른 첫눈이 내렸던가? 오색수를 놓은 듯한 잡채 앞에서 문득 젓가락이 멈췄다. 흩날리는 눈발 뒤로 동양화 같은 풍광, 한 상 가득한 한정식을 앞에 둔 그 풍요로움은 아직도 내겐 멈춰버린 시간이다.

십 수 년 전 만천리 한정식집 ‘청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음식 맛있는 건 기본이고, 손님접대나 상견례 자리로 그만한 장소가 없었다. 시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던 내 중학시절 단짝 친구가 바로 ‘청목’의 대표다. 이런저런 부침 끝에 춘천을 떠났던 친구가 돌아와 퇴계동 휴먼시아아파트 앞에 다시 ‘청목’이란 음식점을 낸 지도 일 년이 지났다.

어릴 적부터 봐왔던 거짓 없는 친구의 성격과 음식솜씨를 너무나 잘 알기에 ‘청목’은 내가 유일하게 믿고 먹는 음식점이다. 집밥 같이 편안한 ‘청목’을 열겠다고 해 나는 무조건 응원했다. 같이 밥 먹을 사람 없는 점심, 음식으로 위로 받고 싶을 만큼 일에 지친 저녁에 찾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 내가 아는 최고의 음식점이라서 참 행복하다.

뭉텅찌개, 된장찌개로 먹는 점심도 좋고, 집에 그냥 들어가기 허전한 날 낙삼볶음이나 매운갈비찜, 한우육회로 먹는 저녁도 그만이다.
 

천춘시 퇴계로 145번길 11-14(033-264-5355 / 010-5056-5155)

원미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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