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람들》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기술원’)에 검증을 요청해 지난달 31일 이루어진 춘천시내 방사선 검사는 속 시원한 답을 얻었다기보다는 더 많은 의문에 휩싸이는 결과를 낳았다.

측정을 진행하면서 기술원 관계자가 한 말은 다음 세 가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안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치는 아니다.’ ‘원자력위원회 소관 사항이 아니다.’ ‘자연방사선 수치보다 높기는 하지만 이 정도 수치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나오므로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말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나오므로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이다. 인터넷 등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방사선 관련 내용 가운데 기술원과 같은 정부 공식 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그로부터 나온 문헌을 인용한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문장이다.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허용 피폭량을 정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구 대부분의 저지대 지역에서 인류가 접하는 자연 피폭량은 2.4밀리시버트인데 ‘어떤 고지대에서는 7밀리시버트 정도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되어 사는데도 멀쩡히 잘 산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혼돈일까 이해일까?

이번의 춘천 실사에서도 이런 혼돈을 불러일으켰다. 남춘천 전철역의 역사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은 시간당 450나노시버트(nsv: 1/1000000밀리시버트)였다. 이에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을 곱해 계산해보면 연간 피폭 방사선량은 394만2천나노시버트 즉 3.94밀리시버트가 된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고 구조 자체가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어서 같은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안전 피폭량의 기준으로 가장 빈번히 인용되고 있는 방사선 작업자의 연간 허용선량인 2밀리시버트(msv)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 조사를 실시한 기술원 기술진은 예의 그 ‘다른 지역’론을 들이댔다.

기술원의 이번 실사는 이런 해석의 석연찮음 외에도 조사방법 자체에 있어서도 썩 명쾌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소유주 동의’를 핑계로 아파트 등 개인소유 건물의 실내측정을 하지 않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번 조사에 함께 한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의 도움을 받을 경우 소유주 동의를 얻지 못할 상황도 아니었는데, 이를 제외하자고 주장한 처사는 쉽게 납득이 안 가는 일이다.

방사선 측정이 시간당 얼마인가를 측정하는 일은 마치 비의 량을 측정하는 원리와 같다. 시간 당 몇 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는지를 재는 이유는 이런 정도의 양으로 몇시간 지속될 경우 총 얼마만큼의 물이 누적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방사선이나 강우량이나 누적이 문제다. 겨울에 특히 라돈가스에 유의하자고 하는 이유는 자연 방사선이긴 하지만 환기가 거의 없는 겨울철에는 실내에 누적되어 큰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내놓으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환경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지난 3일 내놓은 대책이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경유차 배기가스 관리 강화,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친환경적 처리와 같은 기존 정책의 재탕이라는 소식이 있다. 이번 기술원의 춘천실사가 환경부의 이러한 자세와 같아 보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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