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되지 않는 의혹, 감출 수 없는 우려

《춘천사람들》은 제27와 제28호를 통해 춘천의 방사선 문제를 연속으로 보도한 바 있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과 협력해 두 차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춘천시내 곳곳의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남춘천역 교각 아래서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자연방사선은 라듐에서 배출되는 라돈과 토륨에서 분열하는 방사선이 대부분인데, 이번의 검증대상은 토륨에서 분열하는 방사선이 대상이었다. 자연 상태와 콘크리트 구조물의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조사하면서 몇 가지 단서를 추정해 보도를 진행했다. 그 후 지난 5월 24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춘천시내의 방사선 문제를 검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달 31일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증을 실시했다.

자연방사선 수치는 높지만, 우려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현장을 방문하기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생활방사선실(이하 ‘생활방사선실’) 장병욱 실장은 춘천지역이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자연방사선 수치가 높은 지역이라고 확인했다. 장 실장은 그 이유에 대해 화강암 재질의 암석이 원인일 것으로 판단하지만 ‘수치는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전제했다.

생활방사선실 기술진 3명, 원자력위원회 주무관,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등 10여명이 팀을 이뤄 그동안 제기된 몇몇 장소를 검증하기로 하고 현장을 방문해 측정을 진행했다. 그동안 가장 높은 방사선 수치를 나타낸 사대부고~애막골 터널을 측정한 결과 자연방사선 수치보다 적게는 200nsv~350nsv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장병욱 실장은 “터널은 자연방사선 외에 사방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측정기에 잡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그러나 그 수치는 안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사능생활감시단과 기자는 터널의 방사선 수치가 높은 이유가 구조물의 원료인 콘크리트 때문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 그동안 50여 곳을 측정해본 결과 높은 수치가 나타나는 지역의 공통점은 자갈이 함유된 콘크리트 구조물 지역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 콘크리트가 아닌 자갈만 포설된 임시주차장의 방사선 수치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장 실장과 원자력위원회 주무관은 콘크리트 원료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콘크리트 원료에 대한 방사선 수치가 명확히 규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골재 등 원료물질의 인·허가는 국토부나 지자체에 있기에 원자력위원회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있어도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장 실장은 “다만 현재 생활방사선실에서 전국의 자연방사선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사선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수치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자와 방사능생활감시단은 신축 건물에서 방사선 수치가 높게 나오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 실장은 실내 측정은 소유주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하고, 공공건물은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높은 수치를 보인 남춘천역에서 측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춘천역사는 사방이 막힌 지역이 아닌 개방된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방사선 수치가 450nsv를 넘나들었다. 이에 대해서도 생활방사선실 기술진은 “자연방사선 수치보다 높기는 하지만 이 정도 수치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나온다”며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높은 방사선 수치, 골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 분명해져

생활방사선실 기술진들과 함께 한 검증을 통해 춘천의 방사선 수치가 높은 원인으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춘천의 높은 방사선 수치가 골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분명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2014년 3월 29일 방송된 ‘추적60분’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추적60분’은 춘천지역의 암석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가장 높은 1천247베크렐의 라듐이 검출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로 높았던 서산지역이 699베크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자연방사능 외의 인공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방사선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지역에서 있었던, 아스팔트 도로로 인한 방사선 피폭사건도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채 향후 50년간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피폭된 사람들이 암에 걸리거나 또는 사망하거나 50년 안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생황방사선실 장비로 측정한 남춘천역 방사선 수치

정부는 2014년 생활방사선안전관리법, 동 시행령, 동 시행규칙을 발표해 원료물질 및 공정부산물 등록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을 통해 자연방사선 수치보다 몇 배나 높은 골재 등 건설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제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현실에 접근한 것으로 보이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원자력위원회 고시(2014-49)’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규정 제3조에 명시된 ‘그밖에 모든 천연방사성핵종은 그램당 0.5베크렐로 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원료물질의 사용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이 조항 역시 너무 기준치가 높다는 지적이 있다(그램당 0.5베크렐은 원료물질 1L 당 500베크렐이므로 ‘추적60분’팀이 분석한 춘천지역 암석원료 1천247베크렐은 사용할 수 없는 원료일 가능성이 높다).

춘천지역의 방사선 수치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원자력위원회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면 가장 좋아할 사람들은 춘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정에 동참했던 사람들 모두 의혹과 우려를 거둘 수 없었다. 인간이 지구에 살기 이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방사선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방사선은 때로는 치료에 이용되기도 하고, 에너지를 만들기도 하는 이로운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알 될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의 위험성이 너무 치명적이고 반감기가 길기 때문에 줄일 수만 있다면 줄이는 대책이 최선일 것이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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