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가장 부유한 것’이라고.
여뀌가 그러하다.
군더더기 없이 소박하며 숨어 피는 듯 보는 이로 하여금 이토록 만족감을 주는 건
더 이상 가진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야생에서 자라는 풀꽃들을 볼 때마다 이유 없이 그냥 좋다.
여뀌는 작은 냇가나 빈터 같이 습한 환경이라면
어디든 군락을 이루며 붉은 좁쌀 같은 꽃을 피운다.
잎은 쫑긋하여 여우의 귀를 닮았고, 꽃은 여우의 눈을 닮은 듯하여
정말 여우 같은 야생풀꽃이다.
어렸을 적 동네 친구들이 도랑 옆에 핀 여뀌를 돌에 척척 짓이겨
흐르는 물에 흔들면 작은 물고기들이 둥둥 떠올랐다.
그만큼 독성을 지니고 있지만
해충방지 효과도 있어 이로운 식물이기도 하다.
야생풀꽃에 관심을 갖고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여뀌를 그리면서부터다.
세월은 속수무책 자꾸 흘러가지만
변함없이 피고 지는 여뀌는 늘 그 자리에서 나를 즐겁게 한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고미숙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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